윤음을 내려 문녀의 죄악을 포고하다
윤음(綸音)을 내려 문녀(文女)의 죄악을 포고하기를,
"아! 이 달의 이 날을 당하여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목이 막히며 마치 살고 싶지 않다. 아! 나의 오늘의 심정으로 어찌 차마 호령을 발하고 시행하겠는가마는 아! 문성국(文聖國)의 하늘에 맞닿고 땅에 극하는 죄악은, 내가 마음을 썩히고 뼈에 새기며 분을 품고 애통을 씹게 되는 것이다. 만일 오늘날에 있어서 환하게 유시하지 않는다면 백관과 만민들이 어떻게 이 역적의 본말을 알고서, 하늘에 맞닿고 땅에 극하는 죄악을 함께 분개하고 통탄할 수 있겠는가? 아! 너희 대소(大小) 신서(臣庶)들은 나의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말을 분명하게 들어 보라. 아! 문성국의 죄악은 열이나 백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것으로서, 천 가지 죄와 만 가지 악이 헤아릴 수 없이 한없이 이치에 어그러지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차마 제기할 수도 없고 차마 말할 수도 없는 흉악한 의도와 역절이다. 무릇 저 문성국은 천한 복예(僕隷)로서 살무사 같은 성질을 가지고, 안으로는 요망한 누이를 끼고 밖으로 반역한 재상과 결탁하여, 무릇 낮이나 밤이나 주무(綢繆)하는 것은 찬탈하려는 흉계가 아니면 곧 시역하려는 음모였다. 계유년157) 이래로는 그의 뜻이 더욱 방자해지고 그의 음모가 더욱 다급해져, 후정(後庭)의 깊은 곳에 난여(鑾輿)가 행차하게 되면, 문성국이 그의 누이와 함께 우리 양궁(兩宮)을 참소하여 이간하였는데, 하는 말이 망극하여 더러는 ‘아무 날에는 아무 일을 하게 되고 아무 시에는 아무 일을 시행한다.’고 하여, 참소하여 이간하지 않는 때가 없었고 참소하여 이간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아! 그때를 당하여 덕을 육성해 가는 춘궁(春宮)이 날로 어진 소문이 나타나게 되었었는데, 문성국은 이에 ‘문침(問寢)도 제때에 하지 않고 친선(親膳)도 제때에 하지 않고, 심하게는 인명을 살해하고 여색을 낚아채기까지 한다.’는 말들을 하며, 생판으로 꾸며대어 천청(天廳)을 현혹하는 흉계를 부리려고 했었으니, 이는 다만 날조한 짓의 한 가지 단서이고 근거없이 수군거리는 짓의 첫 단계일 뿐이었다. 무릇 이 몇 가지의 일도 이미 천지 사이에 용납될 수 없는 바인데, 하물며 또한 낙선당(樂善堂)의 화재도 문성국에게서 빌미한 것이고 금정(禁井)의 변도 문성국에게서 연유한 것이었으니, 통탄스럽고도 통탄스럽다. 이는 어찌 내가 차마 제기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마는, 단지 단서만 열어 놓고 문성국이 시역하려 한 음모를 밝혀 놓지 않는다면 오늘날의 신서(臣庶)들이 어떻게 우리 대행 대왕의 천지와 같은 인자하심과 일월과 같은 총명하심을 알겠는가? 만약에 우리 대행 대왕께서 앞질러 간사한 싹을 꺾어 버리고 여리(閭里)로 내쫓아 궁금(宮禁)에 발을 붙일 수 없게 하지 않았다면, 종사(宗社)가 위태해지고 국본(國本)이 끊어지는 것을 서서 기다리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대행 대왕의 인자하기만 한 은덕과 간계를 통촉하시는 성총(聖聰)을 힘입어, 거의 위태로워졌던 종사가 다시 안정되고 거의 끊어지게 되었던 국본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으니, 이는 단지 나 소자만 은덕을 새기면서 칭송하기를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또한 장차 천하 만세에 빛이 날 일이다.
아! 은덕을 보답하려고 해도 하늘처럼 한이 없다. 아! 황천(皇天)이 우리 동토(東土)를 돌아보지 않아서인가? 대행 대왕께서 인자하게 덮어 주시는 덕이 그처럼 진지하고도 간절하셨기 때문에 선친(先親)의 지난날의 질병이 어쩌면 이로 말미암아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있었는데, 흉계를 빚어 온 지가 이미 오래이고 의구심이 쌓여 온 것이 점차 고치기가 어려웠으니, 그 때에는 단지 문침만 제때에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시선도 제때에 하지 못하였다. 우리 대행 대왕께서는 또한 일찍이 자주 좌우 사람을 보내어 기거(起居)의 안부를 묻게 하고 음식의 다소를 살피게 하셨으니, 이는 곧 양궁(兩宮)께서 자애하시고 효도하시게 될 수 있는 하나의 크고 좋은 기회였는데, 환후가 갈수록 더욱 깊어져서 평복(平復)하게 될 수 없었으니, 어찌하겠는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어찌하여 나에게 이렇게도 잔인한 것인가? 아! 통탄스럽기만 하다. 문성국의 죄는 비록 천만 번 주륙한다 하더라도 어찌 천지에 가득 찬 죄악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고, 신명(神明)과 인간의 분개를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겠는가? 매양 문녀가 아이를 가지게 된 때를 당하면 몰래 양인의 아들을 구해 놓고 안팎에서 서로 선동하여 은밀히 찬탈하기를 도모했었으니, 이는 바로 여불위(呂不韋)가 진(秦)나라를 도적질 하려 한 음모와 같은 것이고, 중 신돈(辛旽)이 고려를 망친 술책과 같은 것이다. 단지 궁성(宮省) 안의 입 달린 사람이면 모두 전파하게 된 것만이 아니라 또한 시정(市井) 사이에서도 귀 달린 사람이면 모두 듣게 되었다. 또한 우리 대행 대왕께서 궁금(宮禁)을 엄숙히 하고 난역(亂逆)의 근원을 막아 버리지 않으셨다면, 저 문성국의 흉악한 음모가 어찌 시도되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게 되었겠는가? 이는 진실로 고금을 통하여 일찍이 들어 보지도 못하고 또한 일찍이 있지도 않았던 난적(亂賊)이다. 매양 생각이 한번 미칠 적마다 거듭거듭 마음이 써늘해지고 뼈가 떨리게 된다.
아! 기억하건대, 옛날 세 살 때에 대행 대왕께서 화령(和寧) 【문녀가 낳은 옹주이다.】 이 나와 말하고 있는 것을 보시고서, 나에게 다시는 말을 하지 말도록 분부하셨고, 내가 장성하게 되어서는 언제나 연령군(延齡君)의 집에 가지 않으시는 일을 들어 나를 훈계하시기를, ‘형제간의 정이 지극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차마 가지 않는 것은 명빈(䄙嬪)의 사판(祠版)이 한 방에 같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었으니, 이로 미루어 보건대, 대행 대왕께서 나 소자에게 지시하여 가르쳐 주신 미묘한 뜻을 우러르게 된다. 아! 명빈의 미세한 일 때문에 대행 대왕의 우애가 깊으신 지극한 덕으로도 오히려 또한 연령군의 집에 가시지 않으셨는데, 하물며 내가 문녀에게 죄주는 일을 어찌 그만둘 수 있고, 문성국에게 죄주는 일을 또한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문녀의 한 가닥의 실 같은 목숨이 용서 받고, 문성국에게 추벌(追罰)을 시행하지 않고서 참작하여 재량하였던 것은 각각 뜻이 있는 것이다. 죄상을 열거하여 팔방에 분명하게 보이기로 한 뜻은 이미 처분을 내릴 때의 전교(傳敎)에 언급했다. 그러나 글로 쓰려고 하면 눈물을 금할 수 없고 말로 하려고 하면 소리를 먼저 삼켜야 하며, 차마 붓에 먹을 적시지 못하여 이제까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비통한 감회가 이리저리 몰리어 밤중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기에 점침(苫枕)에서 촛불을 밝히도록 하여 이렇게 심곡(心曲)을 펴놓게 된 것이니, 아! 너희 신서(臣庶)들은 모두가 잘 들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7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
- [註 157]계유년 : 1753 영조 29년.
○下綸音, 布告文女罪惡曰:
嗚呼! 當此月逢此日, 崩隕摧咽, 如不欲生。 嗚呼! 以予今日之心, 豈忍發號施令? 而噫嘻! 聖國窮天極地之罪惡, 予之所以腐心鏤骨, 而含憤茹痛者也。 若於今日, 不爲洞諭, 百官萬民, 何以知此賊之本末, 而共憤於窮天之罪, 胥痛於極地之惡也哉? 差爾大小臣庶, 明聽予哀苦之辭。 嗚呼! 聖國之罪惡, 不可以十百計, 而千罪萬惡, 無非罔測絶悖, 不忍提不忍言之匈圖逆節也。 夫彼聖國以僕隷之賤, 有虺螫之性, 內挾妖妹, 外結賊相, 凡所以日夜綢繆者, 若非簒奪之計, 卽是弑逆之謀。 粤自癸酉以來, 其志愈肆, 其謀愈急 後庭深處, 鑾輿幸臨, 則聖國與其妹, 讒間我兩宮, 爲言罔極, 或曰某日爲某事, 某時行某事, 無時而不讒間, 無事而不讒間。 嗚呼! 當時毓德春宮, 令聞日彰, 而聖國則乃謂問寢不以時, 視膳不以時, 甚至於殺越人命, 漁取女色等語, 白地粧撰, 欲試眩惑天聽之計, 此特搆捏之一端, 噂沓之初階也。 凡玆數事, 已是覆載之所難容, 則況且樂善之火, 祟於聖國, 禁井之變, 由於聖國, 痛矣痛矣! 此豈予所忍提道者, 而只開端倪, 不明聖國弑逆之謀, 則今日臣庶, 安知我大行大王天地之仁日月之明哉? 倘非我大行大王逆折奸萌, 屛逐閭里, 使不得接足於宮禁, 則宗社之危, 國本之絶, 可立而待也。 幸賴我大行大王止慈之恩, 燭奸之聖, 使宗社幾危而復安, 國本幾絶而復續, 此非但予小子含恩頌德, 沒世不可忘, 將且有光於天下萬世也。 嗚呼! 欲報之德, 昊天罔極。 嗚呼! 皇天不弔我東土? 大行大王慈覆之德, 如彼其摯且切矣, 則先親前日之沈疴, 庶幾由是復常, 而醞釀之匈計旣久, 疑懼之積漸難醫, 伊時則不但問寢, 可以得以時, 視膳。 可以得以時。 我大行大王, 亦嘗頻遣左右, 問其起居之安否, 察其飮食之多少, 此乃慈孝兩宮之一大好機會, 而其奈患侯之轉益沈痼, 而莫可平復, 何哉? 天乎天乎, 胡寧忍予? 噫嘻痛矣。 聖國之罪, 雖千剮萬戮, 何足以少贖貫盈之惡, 而少洩神人之憤哉? 至若每當文女有娠之時, 潛求良人之子, 表裏交煽, 陰圖簒奪, 此正不韋盜秦之謀, 僧旽亡麗之術。 不但宮省之中, 有口皆傳, 抑亦市井之間, 有耳皆聞。 亦非我大行大王嚴宮禁杜亂源, 則惟彼聖國之凶謀, 豈可以不得試而不敢售哉? 此實亘古今之所未嘗聞, 亦所未嘗有之亂賊也。 每一念至, 重爲之心寒而骨顫。 嗚呼! 記昔三歲時, 大行大王, 見和寧 【文女所生翁主。】 與予言, 而敎予勿復語, 及予之長, 常提不臨延齡君家之事, 以訓予曰: "兄弟之情, 非不至矣, 所不忍者, 䄙嬪祠版之同在一室也。" 以此推之, 可以仰大行大王指敎予小子之微意也。 嗚呼! 如䄙嬪微細之故, 以大行大王友于至德, 猶且不臨延齡之家, 況予之所以罪文女何可已乎, 罪聖國又何可己乎? 雖然文女之得貸一縷, 聖國之不施追戮, 參量裁酌, 意各有在。 而臚列罪狀, 昭示八方之意, 已及處分之傳敎。 然而欲書則涕不禁, 欲言則聲先呑, 不忍泚筆, 泯默至今矣。 悲懷交集, 中宵不寐, 苫枕呼燭, 敷此心曲, 咨爾! 大小臣庶, 咸須聽悉。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7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 사법-탄핵(彈劾)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