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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26권, 영조 51년 12월 21일 갑자 2번째기사 1775년 청 건륭(乾隆) 40년

부사직 심상운이 8가지의 급선무에 대해 상서하다

부사직 심상운(沈翔雲)이 상서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붕당(朋黨)이 사람과 국가에 화를 끼치는 것이 오래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동서(東西)의 당(黨)도 처음에는 감릉(甘陵)의 두 집안316) 이 사사로이 서로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였었는데, 시비가 한번 나뉘자 호리(毫釐)가 천리(千里)가 되었습니다. 동인(東人)이 뜻을 얻자 기사년317) 의 일이 생겼고, 서인(西人)이 된 자는 실로 원우(元祐)의 군자(君子)318) 였으나 서인 가운데서 또 노론(老論)·소론(少論)이 있게 되어 시비가 바뀌어 충(忠)과 역(逆)이 되었습니다. 이에 저 소론인 자들이 한번 뜻을 얻자 신축년319) 의 일을 벌였고, 재차 뜻을 얻자 무신년320) 의 일을 벌여 종사(宗社)가 거의 무너지게 되고 세도(世道)가 드디어 궤열(潰裂)되게 되었으니, 어찌 통분함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대조 전하(大朝殿下)의 50년 고심이 오직 음붕(淫朋)을 깨뜨리고 황극(皇極)을 세우는 데 있었으니, 지성이 미치는 곳에는 돈어(豚魚)도 감격하였습니다. 을해년321) 처분이 있은 이후에 천토(天討)를 시행하여 백성들의 뜻이 크게 정하여졌으니, 지금의 신하 된 자라면 그 누구인들 감히 정백(精白)하게 우러러 받들어서 혜지(徯志)322) 의 다스림을 이루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시일(時日)이 점차 오래 되어 제방(隄防)이 혹 느슨해져 구차하게 면종(面從)만 하는 무리가 있고 진심으로 마음을 고치지 않은 자들이 몰래 숨어서 엿보고 틈을 노리고 있으니, 이는 장돈(章惇)채변(蔡卞)323) 이 장차 뜻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어찌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외척(外戚)은 국가에 있어서 은혜와 의리가 겸비되어 그러니 화복(禍福)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반드시 전부 어진 자들만은 아니어서, 부귀가 가득 차면 곧 재앙을 부르기에 족합니다. 이는 먼 역사에서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 왕조로 말하더라도 척리(戚里)의 집안으로 패망하지 않은 자가 드물고, 패망이 그 가문에만 그친다고 또한 말할 수 없으니, 해가 국가에 미침을 오히려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는 현재(賢才)를 널리 얻는 길이요, 대중에게 열린 정문(正門)인 것입니다. 그런데 구차히 한갓 사정(私情)을 따르고 공의(公議)를 돌아보지 않으면서 몰래 서로 이끌어 들인 형적이 현저하여 흉악한 나머지 무리들이 팔뚝을 걷어붙이고 일어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이는 실로 몰래 사당(私黨)을 심어 조정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것이니, 어찌 통탄스럽지 않겠습니까?

사환(仕宦)이란 한 세대의 인재를 모아 서관(庶官)의 일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옛날의 명철한 임금이 명기(名器)를 아끼고 요행을 막은 것은 그 생각함이 깊었고 그 조심함이 신중하였습니다. 그래서 중화(重華)324) 가 정치를 할 때에는 반드시 벼슬을 구하는 선비가 없었으니, 성주(成周)325) 의 평화로운 정사를 하는 날에 어찌 총애를 받은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참으로 어떤 사람이 바라고 엿보는 뜻을 품는다면, 조정에 경탈(傾奪)하는 습성이 있어 이시(羸豕)가 날뛰게 될 조짐이 있게 되고, 고양(羔羊)326) 은 의젓한 절도가 없게 됩니다. 서리를 밟으면 곧 단단한 얼음이 얼게 되는 것은 필지(必至)의 형세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짐은 참소하는 말과 잔악한 행동을 미워한다.’라고 하였고, 《시경(詩經)》에는 이르기를, ‘저 참소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시호(豺虎)에게 던져 주라.’ 하였는데, 대저 순(舜)임금의 조정에 어찌 참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오히려 이처럼 근심했는지 두렵지 않습니까? 공(公)이란 무엇입니까? 순수하게 한결같이 천리(天理)에서 나온 것을 공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공정한 후에야 인(仁)하고, 인한데도 불공정한 것은 없는 것입니다. 무릇 현사(賢邪)를 진퇴하는 즈음에 친소(親疎)·후박(厚薄) 사이에도 권도(權度)가 중(中)을 얻어 그 공평함을 잃지 않는다면, 어찌 붕당을 걱정하고 어찌 척리(戚里)를 근심하겠습니까? 이것이 오늘의 급선무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총명하면 원후(元后)를 삼는다.’라 하였고, 《시경》에 이르기를, ‘밝게 땅 위에 계시며 빛나게 하늘에도 계신다.’라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일의 정위(情僞)와 말의 피둔(詖遁)을 감별함에 어긋남이 없고 의회(疑晦)함이 없으면 아래에 있는 자는 감히 지나친 관작과 요행히 벼슬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인데, 또 어찌 교언(巧言)하는 공임(孔壬)327) 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것이 오늘날의 급선무인 것입니다.

대저 공(公)과 명(明)은 실로 ‘인(仁)’ 자와 ‘성(誠)’ 자와 더불어 서로 표리가 되며, 이는 실로 성공(聖工)의 극치이고, 치도(治道)의 지극한 요체인데, 그 근본은 학문에 있으며, 학문의 요체는 또 반드시 절차(切磋)·강마(講磨)하는 도움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우리 저하께서는 예질(睿質)이 천부적이고 예덕(睿德)이 날로 새로워져서, 뜻이 삼대(三代)를 사모하고 학문은 천고(千古)를 덮습니다. 무릇 덕성을 함양하고 이런 마음을 조존(操存)한 것은 실로 독실하게 끊임없이 공부에 힘써 마지않았기 때문입니다. 학문에 있어 저하의 부지런함이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절차하고 강마하는 도움은 또 반드시 사부(師傅)와 빈료(賓僚)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신은 알지 못합니다만, 저하의 사부 중에는 존경할 만한 자가 있어서 과연 경서를 가지고 어려운 곳을 묻고 수레에서 내려 질고(疾苦)를 물을 만합니까?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저하의 빈료가 과연 모조리 질박 정직하고 꾸밈이 적고 충성스러웁니까? 혹 부화(浮華)하고 실(實)이 없이 망령됩니까? 서연(書筵)에 출입하는 신하가 과연 모두 침묵(沈默)·외신(畏愼)하여 온실(溫室)의 나무328) 를 말하지 않습니까. 진실로 저하께서는 진실을 알고 실천하는 선비와 단량(端良)·돈중(敦重)한 사람을 널리 구하여 좌우와 전후에 두시고 계옥(啓沃)의 밑천으로 삼아 보도(輔導)를 책임지우신다면, 학문이 진보하는데 있어 거의 일조(一助)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금일의 급선무입니다.

무릇 이 여덟 가지는 비록 오활하고 진부한 듯하나, 앞의 다섯 가지는 비유하자면 병에 걸리는 근본이며, 뒤의 세 가지는 비유하자면 증세에 대처하는 약제(藥劑)인 것입니다."

하니, 하령하기를,

"대성(大成)이란 존호를 올린 후에 ‘당(黨)’이란 한 글자는 논할 바가 아니다. 심상운(沈翔雲)이 이번에 조목으로 나열한 것은 가리키는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데, 해방(該房)에서 받아들인 것은 잘못이다. 이로써 보건대, 서명선(徐命善)의 상소는 어찌 한결같이 굳은 혈충(血忠)이 아니겠는가? 그때는 성상의 뜻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였으나 앞장서서 이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였다. 사서(司書) 홍국영(洪國榮)이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하니, 하령하기를,

"심상운은 그가 죄를 진 사람의 종자로서 상소하여 조목으로 진달한 바가 이처럼 교악(巧惡)하니, 심익창(沈益昌)의 손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였다. 보덕(輔德) 이진형(李鎭衡)이 말하기를,

"화심(禍心)이 싹터 움직인 것은 오로지 엿보고 바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니, 하령하기를,

"그 마음의 소재는 길가는 사람도 알 것이다."

하였다. 홍국영이 말하기를,

"세도(世道)가 이와 같이 위험하오니, 신들이 성의를 다하여 우러러 도울 것입니다. 저하 역시 ‘진안(鎭安)’이란 두 글자를 유념하소서."

하니, 하령하기를,

"오로지 미미할 때 막는 데 달려 있도다. 사서가 아뢴 바를 마땅히 체념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2책 12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1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註 316]
    감릉(甘陵)의 두 집안 : 붕당(朋黨)을 뜻함. 후한(後漢) 환제(桓帝)가 감릉에 사는 주복(周福)에게 학문을 배웠는데, 즉위 후 그를 상서(尙書)로 삼았다. 그후 그 집안이 남북부(南北部)로 나뉘어져 붕당이 되어 서로를 공격하였음.
  • [註 317]
    기사년 : 1689 숙종 15년.
  • [註 318]
    원우(元祐)의 군자(君子) : 송(宋)나라 철종(哲宗) 때 왕안석(王安石) 일파와 대립했던 사마광(司馬光) 등을 일컬음.
  • [註 319]
    신축년 : 1721 경종 원년.
  • [註 320]
    무신년 : 1728 영조 4년.
  • [註 321]
    을해년 : 1755 영조 31년.
  • [註 322]
    혜지(徯志) : 조용히 명(命)을 기다렸다가 명이 있으면 따르는 정치.
  • [註 323]
    장돈(章惇)과 채변(蔡卞) : 장돈은 송(宋)나라 철종(哲宗) 때의 간신(奸臣)으로 요직을 차지하여 사마광(司馬光) 등 원우 당인(元祐黨人)을 극력 배척하였으며, 채변은 장돈에 의해 발탁되어 역시 원우 당인을 해치는 데 일조했음.
  • [註 324]
    중화(重華) : 순(舜)임금.
  • [註 325]
    성주(成周) : 주(周)나라.
  • [註 326]
    고양(羔羊) : 《시경(詩經)》 소남(召南) 편에 나오는 말로, 대부(大夫)들이 염소[羔羊]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裘]을 입었던 것을 비유하여 관리를 일컬음.
  • [註 327]
    공임(孔壬) : 크게 간사한 사람.
  • [註 328]
    온실(溫室)의 나무 : 조정(朝廷)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와서 말하지 않음을 비유함. 한(漢)나라 공광(孔光)은 성품이 근신(謹愼)하여 집에 돌와왔을 때 가족들이 궁궐의 온실에 무슨 나무가 있느냐고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음.

○副司直沈翔雲上書, 略曰:

朋黨之禍人國家, 厥惟舊矣。 我朝東西之黨, 初不過爲甘陵兩家之私相譏揣, 而是非一分, 毫釐千里。 東人得志而己巳之事出, 爲西人者, 實是元祐君子, 而西人之中, 又有老小之論, 是非轉而爲忠逆矣。 於是彼少論者一得志, 而爲辛丑, 再得志而爲戊申, 宗社幾至傾覆, 世道遂成潰裂, 可勝痛哉? 洪惟我大朝殿下五十年苦心, 唯在破淫朋、建皇極, 至誠所及, 豚魚可感。 乙亥處分之後, 天討克擧, 民志大定, 爲今臣子者, 孰敢不精白仰承, 以成徯志之治? 而時日駸久, 隄防或弛, 苟有面從之徒, 未盡革心者, 潛(莊)藏暗伺, 投間扺隙, 則是將得志也。 豈不殆哉? 外戚之於國家, 恩義兼備, 禍福與同。 然其人未必盡賢者, 富貴盈滿, 足以招殃速災。 此不必遠引前牒, 以我朝言之, 戚里之家, 鮮有不敗。 敗止於家, 亦云已矣, 害及於國, 尙可言哉? 科擧者所以廣得賢之路, 開衆正之門者也。 苟或徒循私情, 而不顧公議, 潛相汲引, 顯有形跡, 凶醜之餘, 莫不攘臂而起。 則此實爲陰樹私黨, 壞亂朝廷之本, 可不痛哉? 仕宦者所以萃一代之才, 釐庶官之務者也。 古昔明王之所以愛惜名器, 杜絶僥倖, 其慮之也深, 其愼之也至。 故重華敷納之時, 必無干進之士矣, 成平政之日, 豈有徼寵之人哉? 苟或人懷希凱之志, 朝有傾奪之習, 羸豕有躑躅之漸, 羔羊無委蛇之節。 則履霜堅氷, 勢所必至, 可不畏哉? 《書》曰: "朕堲讒說殄行。’ 《詩》曰: "取彼讒人, 投畀豺虎。’ 夫大舜之朝, 豈有讒人而猶且憂之, 可不懼哉? 公者何? 純然一出於天理之謂公。 故公而後仁, 未有仁而不公者也。 凡於賢邪進退之際, 親踈厚薄之間, 權度得中, 無失其平, 則何患乎朋黨, 何憂乎戚里? 此今日急務也。 《書》曰, "亶聰明作元后。" 《詩》曰: "明明在下, 赫赫在上。" 苟於事之情僞, 言之詖遁, 鑑別無差, 靡有疑晦, 則爲其下者, 莫敢萌濫官倖宦之心, 而又何畏乎巧言之孔壬? 此今日急務也。 夫公也明也, 實與仁字誠字, 相爲表裏, 此實聖工之極致, 治道之至要, 其本則在乎學, 學之要, 又必資乎切磋講磨之益。 我邸下睿質天梃, 睿德日新, 志慕三代, 學淹千古。 凡厥涵養德性, 操存此心者, 慥慥之工, 勉勉不已。 邸下之於學, 其勤如此。 然其切磋講磨之益, 則又必待乎師傅賓僚。 臣未知邸下之師傅, 可尊可敬者, 果堪以執經問難, 下車問疾乎? 未知邸下之賓僚, 果盡樸直少文而忠乎? 抑或浮華無實而佞乎? 出入書筵之臣, 果皆沈默畏愼, 不言溫室之樹乎? 邸下苟能博求眞知實踐之士, 端良敦重之人, 置之左右前後, 以資啓沃, 以責輔導, 則庶幾爲進學之一助矣。 此今日急務也, 凡此八者, 雖若迂遠而陳腐, 然前五字譬則受病之本也, 後三字譬則對症之劑也。

令曰: "大成後黨之一字, 非所可論。 沈翔雲之今此條列, 指意叵測, 該房之捧入非矣。 以此觀之徐命善之疏, 豈非斷斷血忱乎? 伊時不知上意之如何, 而挺身爲此難矣。" 司書洪國榮曰: "然矣。" 令曰: "翔雲渠以釁累之種, 章奏條陳, 如是巧惡, 可謂益昌之孫矣。" 輔德李鎭衡曰: "禍心萌動, 專有所覬而然矣。" 令曰: "其心所在, 路人所知。" 洪國榮曰: "世道如是危險, 臣等當竭誠仰贊。 而邸下亦以鎭安二字留念焉。" 令曰: "專在防微。 司書所達, 當體念矣。"


  • 【태백산사고본】 82책 12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1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