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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25권, 영조 51년 11월 14일 정해 2번째기사 1775년 청 건륭(乾隆) 40년

태학과 사학 유생에게 제술을 시행하다

임금이 집경당에 나아가 태학(太學)과 사학(四學) 유생에게 제술(製述)을 시행하였다. 이때 임금이 꿈에 현자(賢者)를 만나 함께 국사(國事)를 의논하였는데, 이는 필시 훌륭한 보필을 얻을 징조일 것이라고 여겨 이 과거를 실시한 것이다. 책제(策題)를 숭정전(崇政殿) 월대(月臺)에 달도록 명하였는데, 과차(科次)를 정하는 데 이르러서는 임금이 한 사람도 요지를 간략하게 앙대(仰對)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차등(次等)을 두도록 명하고, 하교하기를,

"백세(百世)의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군사(君師)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혼모(昏耗)하여 능히 가르치지 못하는 한탄스러움을 모두 알게 하라. 이것이 어찌 노여움을 전가하는 것이겠는가? 곧 내가 부덕한 때문이다."

하고, 또 음관(蔭官)들은 와서 기다리고 제목을 걸어 시취(試取)하라고 명하였다. 고관(考官)이 먼저 올라온 시축(試軸)을 가져와서 읽어 아뢰니, 임금이 명령을 내려 그 시권(試券)에 쓰기를,

"현자(賢者)를 구하려는 희망이 간절하였다. 허두(虛頭)는 비록 준엄하고 강직한 것 같으나 협잡(挾雜)하여 임금에게 호소하였다. 어찌 명쾌하고 정직하게 탁 터놓고 말하여 나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게 못하느냐?"

하였다. 10여 장이 모두 이와 같으니, 품제(品題)209) 를 하고(下考)로 두도록 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연일 현자를 구하려 하였으나 뽑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어찌 다만 4경(四境)이 다스려지지 않을 뿐이겠는가? 특별히 감선(減膳)하라."

하였다. 밤이 깊은 뒤에 고관(考官)이 2개의 시권을 가지고 들어와서 낭독하고 아뢰기를,

"한 장은 잘 지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명령을 내려 탁봉(坼封)210) 하게 하니 바로 조진관(趙鎭寬)이었다. 임금이 이르기를,

"이 사람이 조상경(趙尙絅)의 손자인가? 문장을 만드는 데 말이 간략하고 임금의 부족한 점을 말한 것이 진실로 심절(深切)하니, 조엄(趙曮)은 자식을 잘 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땅히 그 아비를 사면하여 그 자식의 마음을 위로하게 하겠다."

하고, 조엄을 외직(外職)에 임명하라는 명령을 특별히 정지하였다. 또 비점(批點)211) 을 명하고, 이르기를,

"너의 대책(對策)은 내가 꿈속에서 수작한 것과 서로 비슷하다. 이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하니, 독권관(讀券官) 이은이 말하기를,

"다만 그 사람에게만 영광일 뿐 아니라 감선(減膳)하라는 전교도 자연히 거두시게 되니, 진실로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하였다. 임금은 구현과(求賢科)로서 조진관에게 급제를 내리라 명하고 친히 제문(祭文)을 지어 고 판서 조상경에게 치제(致祭)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02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인사-선발(選拔) / 왕실-비빈(妃嬪)

  • [註 209]
    품제(品題) : 평점.
  • [註 210]
    탁봉(坼封) : 시권(試券)의 오른편 끝에 주소 등 딴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종이를 접어 풀로 붙여 봉미(封彌)한 부분을 뜯어 보는 일.
  • [註 211]
    비점(批點) : 시문이 잘 된 곳에 표를 하기 위하여 찍는 점.

○上御集慶堂, 行太學四學儒生製述。 時上夢見賢者, 與議國事, 以爲必是得良弼之兆, 故設此科。 命懸策題於崇政殿月臺, 及其科次, 上以無一人眞截仰對, 命幷置次等, 敎曰: "使百世人, 咸知予爲君師位, 昏耗莫能敎之歎。 是豈遷怒? 卽予否德。" 更命蔭官來待, 懸題試取。 考官持入先捧軸讀奏, 上命書其券曰: "望切求賢。 虛頭雖似峭直, 挾雜籲君。 何不快直洞言, 不負予心乎?" 十餘張皆如是, 品題置諸下考。 上曰: "連日求賢, 無一可取, 豈特四境不治? 特爲減膳。" 夜深後, 考官持入二券讀奏曰: "一張善作矣。" 上命坼封, 乃趙鎭寬也。 上曰: "此是尙絅之孫耶? 爲文語簡, 袞闕誠深, 趙曮可謂有子矣。 宜赦其父, 用慰其子。" 特寢趙曮補外。 又命批點曰: "汝對與夢中酬酢相似, 事非偶然。" 讀券官李溵曰: "非但於渠爲榮, 減膳之敎, 自然還寢, 誠極慶幸。" 上命以求賢科, 趙鎭寬賜第, 親製祭文, 致祭于故判書尙絅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02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인사-선발(選拔)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