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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25권, 영조 51년 10월 10일 갑신 1번째기사 1775년 청 건륭(乾隆) 40년

《팔순곤유록》을 친히 짓고 세손에게 이르다

임금이 《팔순유곤록(八旬裕昆錄)》을 친히 짓고, 이르기를,

"8순의 늙은 나이에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가다듬어 글을 써서 어린 세손에게 보인다. 애석하구나! 너의 할아비는 세상을 다스린 지가 50여 년이 넘었고 올해 나이 82세가 되도록 평생 동안 고집한 바는 다만 충(忠)과 효(孝)를 아는 것이었다. 평생 동안 마음을 지킨 것이, 하나는 자긍(自矜)을 경계함이며, 하나는 자대(自大)177) 를 경계함이며, 하나는 포의심(布衣心)178) 이며, 하나는 물로 씻어서 깨끗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만일 나의 마음을 알려면 고령(高嶺)179) 육오당(六吾堂)을 보아라. 그것은 오직 탕평(蕩平)일 뿐이니, 지금에 와서 내가 바라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균역(均役)180) 한 가지 일은 곧 나의 큰 사업이었는데, 법(法)이 이미 오래되어 마음도 역시 태만해졌으니 다시 어떻게 바라겠는가? 민망하게 여기는 것이 국사(國事)이며 깊이 탄식하는 것이 인심이다. 국사가 이와 같고 인심이 이와 같으니, 내가 무슨 마음으로 천승(千乘)의 지위에 있겠으며, 내가 무슨 마음으로 만기(萬機)를 돌보겠는가? 내가 지금 얻은 바는 오직 주자(朱子)가 지은 1부(部)의 《소학(小學)》뿐이니, 나는 마치 문경공(文敬公) 김굉필(金宏弼)과 같다. 나는 능히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자가 아니므로 나의 손자에게 깊이 바라는 것이다. 유약(有若)181) 이 이르기를, ‘효제(孝悌)라고 하는 것은 인(仁)을 실행하는 근본이 된다.’라고 하였는데, 네가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쓸 것은 오로지 여기에 있다. 옛날 황명(皇明)의 고황제(高皇帝)고려공민왕(恭愍王)에게 이르기를, ‘왕께서 만일 백성을 사랑하게 되면 반드시 왕자(王子)를 낳을 것이오.’라고 하였는데, 나는 이 한 구절을 앉았을 때나 누웠을 때나 늘 외우는 것이 내가 마치 이 말을 친히 들은 것처럼 하고 있다. 지금의 나라 형편을 본다면 더욱 여기에 대하여 힘써야 한다. 오늘 입시한 시임 대신·원임 대신들이 이미 이 책을 교정(校正)하였는데 어찌 범연히 보았겠는가? 경고(更鼓)182) 가 이미 깊었고 옥루(屋漏)183) 가 곁에 있다. 아! 82세 된 할아비가 24세 된 손자에게 이르노니, 마땅히 힘쓸지어다."

하였다.

사신(史臣)은 말한다. "우리 성상께서는 8순으로써 일에 싫증이 나실 나이이고 여러 달 동안 고요히 조섭(調攝)을 하여야 하는 때를 당하여서도 대소(大小) 정무를 조금도 소홀히 함이 없었으며, 알뜰히 돌보시는 일념(一念)을 더욱 후손에게 교훈으로 전하는 도리에 두었다. 그리하여 깊은 밤 전석(前席)에서 《유곤록(裕昆錄)》 1편을 불러서 쓰게 하여 그것으로 왕세손 저하에게 물려주셨다. 그 말뜻이 간곡하고 훈계가 지성껏 타이르는 것이어서 요순(堯舜)의 심법(心法)을 전한 것에 짝할 만하고 위(衛)나라 무공(武公)의 자경(自警)184) 에 그칠 뿐만 아니었으니, 만수 무강의 경사를 장차 눈을 닦아가며 볼 수 있을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00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역사-전사(前史) / 역사-사학(史學) / 출판-서책(書冊)

  • [註 177]
    자대(自大) : 자만(自慢).
  • [註 178]
    포의심(布衣心) : 지위(地位)를 생각하지 않는 마음.
  • [註 179]
    고령(高嶺) :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淑嬪崔氏)의 원소인 소령원(昭寧園)이 있는 양주(楊州) 고령리(高嶺里).
  • [註 180]
    균역(均役) : 균역법의 준말. 영조 26년 균역청(均役廳)을 설치하여, 종래의 군포(軍布)를 2필에서 1필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는 어업세(漁業稅)·염세(鹽稅)·선박세·은결(隱結) 등의 결전(結錢)으로 보충하게 한 법.
  • [註 181]
    유약(有若) : 공자의 제자.
  • [註 182]
    경고(更鼓) : 밤 시간.
  • [註 183]
    옥루(屋漏) : 사람이 보지 않는 곳.
  • [註 184]
    위(衛)나라무공(武公)의 자경(自警) : 위(衛)나라 무공(武公)이 《시경(詩經)》의 억시(抑詩)를 지어 자신을 경계하였다는 말임. 《국어(國語)》에는 "위나라 무공이 95세였는데, 잠(箴)을 지어 자신을 경계토록 하였다고 했다."는 글이 있음.

○甲申/上親製《八旬裕昆錄》曰: "八旬暮年, 自强自强, 書示沖子。 嗟哉爾祖御世逾五紀, 年今八十二, 平生所執, 只知忠與孝。 平生守心, 一則戒自矜, 一則戒自大, 一則布衣心, 一則水欲洗。 若知予心, 須看高嶺 六吾堂。 其惟蕩平? 於今予何所望? 均役一事, 卽予大業, 而法已久心亦狃, 亦何望焉? 可悶者國事, 深歎者人心。 國事若此, 人心若此, 予何心千乘, 亦何心萬機? 予今所得, 其惟紫陽一部《小學》, 予若文敬公 金宏弼矣。 予莫能其行者, 深有望於我孫。 有若曰: ‘孝悌也者, 爲仁之本歟。’ 爾則夙夜憧憧, 惟在乎此。 昔皇 高皇帝高麗 恭愍王曰: ‘王若愛民, 必生王子。’ 此一句於坐於臥皆誦, 予若親承。 觀今國勢, 宜益勉乎此。 今日入侍時、原任大臣旣校正, 豈泛看? 更鼓已深, 屋漏在傍。 嗟哉! 八十二歲祖, 謂爾二十四歲孫, 其宜勉旃也夫!"

【史臣曰: 惟我聖上, 以八旬倦勤之年, 當累月靜攝之時, 大小政務, 罔或少忽, 而眷眷一念, 尤在於垂裕之道。 乃於深夜前席, 呼寫《裕昆錄》一編, 以貽我王世孫邸下。 辭旨懇惻, 訓戒勤諄, 可配之傳心, 而不翅衛武之自警, 則億萬年無疆之休, 其將拭目而覩矣。】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00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역사-전사(前史) / 역사-사학(史學)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