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군 이경호 등이 상소하여 회가·하례를 청하고 왕세손도 같은 내용으로 아뢰다
인양군(仁陽君) 이경호(李景祜) 등과 이조 참의 조준(趙㻐) 등이 연명(聯名)으로 상소하여 먼저 회가(回駕)를 명하고 이어서 하례를 윤허하여 주기를 청하였다. 약방·승정원·옥당에서 모두 청대(請對)하였다. 임금이 경기 감영에 나아가 병조 판서와 여러 대장(大將)으로 하여금 군례(軍禮)를 행하게 하였다. 왕세손이 뜰에 내려가 관을 벗고 여러 신하들도 모두 관을 벗었다. 왕세손이 구전(口傳)으로 아뢰기를,
"신이 나라 안 온 백성의 정성으로 외람되이 소청(疏請)하였고, 천청(天聽)이 이미 가까워서는 면주(面奏)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허락하시는 말씀을 또 아끼시니, 신은 이에 있어서 가슴이 막히고 마음이 초조하며, 다만 정성이 천박함으로 위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을 한탄할 뿐입니다. 아! 지금 소자가 번독(煩瀆)함을 피하지 않고 청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시면 감히 그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다른 뜻이 있어서 그렇겠습니까? 전후(前後)에 내리신 8자의 성교(聖敎)는 신이 매양 들을 때마다 너무나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는 진실로 감히 말을 다하여 우리 성상의 마음을 걱정되게 하지 못하지만, 엎드려 생각건대, 자애롭게 덮어주시는 하늘 같은 성상께서 아마도 굽어살피시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성수(聖壽)를 이토록 오래 누리심이 얼마나 드문 일이며 소자가 기쁘게 축하를 드리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과연 어떠하겠습니까? 나라의 경사가 연달아 겹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소자의 즐거움인들 더욱 어떠하겠습니까? 이에 천추절(千秋節)을 당하여 만년의 축수를 드리려고 생각하는 것은 진실로 인정(人情)이나 천리(天理)에 있어 그만둘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다만 소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정성이 간절하고 지극할 뿐만 아니라, 소소(昭昭)하게 밝으신 조상의 영령이 양양(洋洋)하게 높은 하늘에 계시면서 또한 어찌 오늘을 기다리지 않으시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불궤(不匱)156) 의 효심으로 신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음을 바꾸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전에는 간혹 월초(月初)에 앞당겨 거행하기도 하였고 혹은 보름께로 물려 거행하기도 하였는데, 모두 아래의 충정(衷情)을 따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전하께서는 유독 오늘에 와서 이와 같이도 허락을 아끼시는 것입니까? 높으신 위엄을 여러 번 번거롭게 하는 것이 외람된 줄을 매우 잘 알고 있으나, 말을 함부로 올리게 되어 황송하고 황송합니다. 신이 바야흐로 상소문을 정리하여 막 올리려고 할 즈음에 삼가 행차를 옮기신다는 명을 듣고 어가의 뒤를 따라 나왔는데, 지금 벌써 하룻밤이 지났으니, 초조한 마음 갑절이나 간절하여 외람됨을 무릅쓰고 구계(口啓)하는 것입니다. 신의 심정이 여기에 이르니, 진실로 또한 괴롭습니다. 곧바로 유사(有司)에게 명하시어 빨리 경축하는 의식을 거행하게 하여 주시기를 천만 축원하오며, 황공한 마음으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임금이 구전(口傳)으로 답하기를,
"만일 당일(當日)에 거행하는 것만을 청한다면 어찌 윤허할 수 있겠는가마는, 세손이 짐짓 이와 같이 전후(前後)로 날짜를 잡자고 청하니 어찌 따르지 않겠느냐? 여기는 그런 일을 할 곳이 아니다. 마땅히 편전(便殿)으로 돌아가 세손과 대신(大臣) 및 예관(禮官)들과 더불어 택일(擇日)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도승지는 이러한 뜻을 알리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9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註 156]불궤(不匱) : 효성이 지극하여 한이 없음. 《시경》의 효자 불궤(孝子不匱)에서 나온 말임.
○庚戌/仁陽君 李景祜等及吏曹參議趙㻐等, 聯名上疏, 請先命回鑾, 仍許賀禮。 藥房政院玉堂俱請對。 上詣京畿監營, 使兵曹判書及諸大將, 行軍禮。 王世孫下庭免冠, 諸臣皆免冠, 王世孫口傳啓曰: "臣猥以擧國同情之忱疏請, 而天聽已迫面奏。 而兪音又靳, 臣於是乎抑塞焦鬱, 祗恨忱誠淺薄, 不能上格。 噫! 顧今小子之不避煩瀆, 不得請則不敢止者, 豈有他哉? 前後八字之聖敎, 臣每承聞, 感極涕下。 固不敢畢說, 以慼我聖心, 而伏想玆覆之天, 或有所俯諒者矣。 方今聖壽之靈長如何, 而小子之欣祝, 亦果如何? 邦慶之稠疊如何, 而小子之歡忭, 尤當如何哉? 玆當千秋之節, 思獻萬年之祝者, 固人情天理之所不可已也。 此非獨小子之衷懇, 旣切且摯於昭陟降, 洋洋在上, 亦豈不有待於今日乎? 以殿下不匱之孝思, 想不待臣言之畢, 而有所幡然者矣。 又況在前或進行於月初, 或退行於望間者, 皆出於下循衷情而然矣。 何殿下獨於此日, 若是其靳許乎? 累瀆崇嚴, 極知僭猥, 言不知裁, 惶悚惶悚。 臣方治疏方上之際, 伏聞有移蹕之命, 進詣鑾後, 今已經宿, 焦遑倍切, 冒陳口啓。 臣情到此, 良亦苦矣。 卽命有司, 亟擧縟儀, 千萬至祝, 惶恐敢啓。" 上以口傳答曰: "若請當日, 則豈可允許, 而以世孫故有此前後之請, 何不允從乎? 此處非可爲之所。 當還便殿, 與世孫大臣禮官當擇日。 都承旨以此意傳之。"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9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