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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25권, 영조 51년 7월 9일 갑인 2번째기사 1775년 청 건륭(乾隆) 40년

집의 유의양이 관리 기강의 문란 등을 아뢰다

임금이 집경당(集慶堂)에 나아가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다. 집의 유의양(柳義養)이 아뢰기를,

"오늘날의 고질적인 폐단은 편안한 것만을 좋아하며 세월을 보내는 데에 있습니다. 각사(各司)에서 묘시(卯時)에 출근하였다가 유시(酉時)에 퇴근함에 있어서는 다만 구채(丘債)099) 의 많고 적음만을 이야기하다가 마침내 낮잠이나 한참 자고는 끝나는 데 지나지 않는가 하면 비국(備局)에서는 날마다 모여서 군국 기무(軍國機務)에 대한 것은 듣지 않고 오직 담배[煙茶]나 몇 대씩 피우고 돌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조참(朝參)하는 뜰에서 국사를 아뢰는 자가 어떤 사람이며, 차대(次對)100) 하는 자리에서 잘못을 고친 것이 어떤 일입니까? 나라의 계획과 백성의 근심을 크게 쇄신(刷新)시킬 기약이 없습니다. 문신이나 무신은 직무를 게을리하고 대·소 관원은 세월만 보내어 국사를 담당할 자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상으로 하여금 마음을 근심스럽고 괴롭게 하여 소간(宵旰)101) 에 한갓 수고로움만 있을 뿐, 실제의 혜택을 어디에서도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신(臣)은 생각하건대, 백관을 독려하여 인습(因習)의 폐단을 빨리 버리게 하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깊이 반성하여 신칙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때 대관(大官) 이하 모든 집사들이 모두 맡은 바 제 구실을 못하고 구차스럽게 자리만 채우며 시임·원임 대신들은 종일 동안 등대하여서 건공탕(建功湯)을 칭송하고 성덕(聖德)을 찬양할 뿐이었다. 한 달에 여섯 번 차대하는 허다한 비국 당상들은 문밖에 섞여 앉아 사사로이 서로 한담이나 하다가 퇴근할 때쯤 되면 서로 돌아보며 웃기만 하니, 식자(識者)들이 한심하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94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099]
    구채(丘債) : 구종(丘從:벼슬아치를 모시고 다니는 하인)의 급료(給料) 명목으로 벼슬아치에게 녹봉(祿俸) 외에 더 주는 돈이나 물건. 구채(驅債)로 쓰기도 함. 구가(驅價).
  • [註 100]
    차대(次對) : 매월 여섯 차례 정부의 당상, 대관·옥당들이 입시하여 중요한 정무를 상주하는 일.
  • [註 101]
    소간(宵旰) : 소의간식(宵衣旰食)의 준말.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옷을 입고 해가 진 후에 늦게 저녁을 먹는다는 뜻으로, 임금이 정사(政事)에 부지런함을 이름.

○上御集慶堂, 引見大臣、備堂。 執義柳義養奏曰: "今日痼弊, 惟在翫愒。 各司卯酉仕, 只談丘債多少, 竟不過晝眠一枕而罷, 備局日會, 不聞軍國務, 惟是烟茶數竹而歸。 朝參之庭, 敷奏者何人, 次對之筵, 釐正者何事? 國計民憂, 振刷無期。 文恬武嬉, 大翫小愒, 未見有擔當國事者。 使聖心憂勤徒勞於宵旰, 實惠未究於遠邇。 臣謂蕫飭百官, 亟祛因循之弊。" 上曰: "可不猛省而申飭。" 時大官以下百執事, 皆作冗官, 苟然充位, 時原任終日登對, 稱誦建功, 贊揚聖德而已。 一月六對許多備堂, 雜坐戶外, 私相閑談, 臨退時相顧而笑, 識者寒心矣。


  • 【태백산사고본】 82책 12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94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