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현문 판위에 나가 향지영례를 행하다
임금이 걸어서 숭현문(崇賢門) 판위(板位)에 나아가 향지영례를 행하고 이어서 건명문(建明門)에 나아가 이문원을 장전(帳殿)으로 입시하라 명하였다. 이문원이 ‘먼저 입시한 후에 사은(謝恩)한 예가 없다.’고 하니, 하교하여 개양문(開陽門) 밖에서 석고 대명(席藁待命)하라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홍문 관리를 계방(桂坊) 앞에 매달 것이다. 재촉하여 사은하게 하라. 만약 즉시 들어오지 않으면 마땅히 고상(故相)을 삭판(削版)할 것이다."
하니, 이문원이 비로소 들어와 숙배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점수가 부족한 자는 누구이며, 권점한 후에 추가로 점수를 준 자는 누구인가?"
하니, 이문원이 대답하기를,
"이갑(李𡊠)이 잊어버리고 한광근(韓光近)의 이름 아래에 권점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제학 정상순(鄭尙淳)이 추가로 들어와 가점(加點)하였습니다. 남이 권점하지 않은 것을 함부로 대신 권점한 것은 고례(古例)가 아닙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누구에게서 들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김하재(金夏材)에게서 들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명하기를,
"한광근을 권점한 가운데에서 빼고 정상순은 아울러 파직하라."
하였다. 이문원은 상소에서 그의 당숙(堂叔)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논한 까닭에 북청부(北靑府)에 원찬(遠竄)하고, 김하재는 안산군(安山郡)에 정배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9책 11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43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上步詣崇賢門板位, 行香祗迎禮, 隨詣建明門, 命李文源帳前入侍。 文源以其無先入侍後謝恩, 下敎開陽門外席藁待命。 上曰: "弘文館吏, 懸于桂坊前。 促令謝恩。 若不卽入來, 當刊版故相矣。" 文源始入來肅拜。 上曰: "點數不足者誰也, 圈郡後追點者誰也?" 文源對曰: "李𡊠忘未點於韓光近名下, 故副提學鄭尙淳追入加點。 人所不點, 肆然代點, 非古例。" 上曰: "汝聞於誰也?" 對曰: "得聞於金夏材。" 上命拔韓光近於圈中, 鄭尙淳幷罷職。 文源以疏中, 有論其堂叔之不參, 北靑府遠竄, 金夏材 安山郡投畀。
- 【태백산사고본】 79책 11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43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