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정문에 친림하여 반교하다
임금이 숭정문(崇政門)에 친림하여 뭇 신하들을 모아 놓고 반교(頒敎)하기를,
"오늘날의 조선에는 나라가 있는가, 임금이 있는가? 거의 10년 동안 조제(調劑)하였는데도 청당(淸黨)·명당(名黨)·시체당(時體黨)을 만들었다. 교활한 김종수(金鍾秀)는 그 숙부를 유인하여 임금을 배반하고 선인을 배반해서 하나의 새로운 당을 만들었는데, 처분이 엄정한 후에도 오히려 그 습성을 고치지 못하고, 몇 대의 훈척(勳戚)인 어리석은 구상 역시 김종수의 무리로서 청명(淸名)을 사모하여 임금과 할아비와 아비를 저버리면서 명예를 낚고 탐내어 기꺼이 그 당에 나아갔다. 그러나 건도(乾道)가 밝아서 한편으로는 국자장(國子長)과 세 명의 통청(通淸)이 그 당인임이 탄로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세상에서 이동현(李東顯)이 농아의 입을 열어 비단 구상과 이범제의 서로 얽힌 상황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모두 탄로나게 되었다. 김치인은 구상을 징계하지 않고 광패(狂悖)한 김관주를 불러 모아 임금을 잊고 선인을 등진 김귀주를 유인하게 하여 그가 그 상소를 지었으니, 두 척가(戚家)가 장차 어느 지경에 이르겠는가? 이제 내가 문에 임하여 칙유(飭喩)하는 것을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이제 다시 노론(老論)이네, 소론(少論)이네, 남인(南人)이네, 소북(少北)이네 하는 자는 내 신하가 아니요 난역자(亂逆者)이니, 이런 마음을 둔 자는 절하지 말고 나가고 이런 마음이 없는 자는 절하고 가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9책 11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3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정론-간쟁(諫諍)
○上親臨崇政門, 會群臣頒敎曰: "今之朝鮮有國乎有君乎? 幾十年調劑, 作爲淸黨名黨時體黨。 能猾金鍾秀敎誘其叔, 背君背先, 作一新黨, 處分嚴正之後, 猶不悛其習, 幾世勳戚愚騃具庠, 亦鍾秀者流, 慕淸慕名, 背君背祖背父, 釣名沽譽, 樂赴其黨。 而乾道昭昭, 一則國子長三通淸, 其黨綻露, 一則媕婀之世, 李東顯能開聾開啞, 非特庠與範濟綢繆之狀, 一皆綻露。 金致仁不懲具庠, 募得狂悖之觀柱, 使之敎誘忘君背先之龜柱, 渠製其章, 兩戚家將至何境? 今予臨門飭喩, 焉可已乎? 今復有曰老曰少曰南人曰少北者, 非予臣子, 是亂逆, 有此心者, 不拜而去, 無此心者, 令拜而去。"
- 【태백산사고본】 79책 11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3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