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역과 책장수로 청암집을 바치지 않은 자의 치죄를 명하다
임금이 건명문(建明門)에 나갔다. 이때 상역(象譯)223) 과 책 장수로서 《청암집(靑菴集)》을 바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벌거벗긴 채 두 손을 뒤로 합쳐 묶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나란히 엎드려 거의 죽게 된 자가 1백 명 가까운 수효였다. 약방 제조 채제공(蔡濟恭)이 나아가 아뢰기를,
"오늘날 성상께서 마음속으로 번뇌(煩惱)하는 것은 단지 주인(朱璘)의 문집(文集) 한 가지 일에 연유해서인데, 여기 한 마디 말로 그것을 깨뜨릴 만한 것이 있습니다. 근래(近來)의 시체(時體)가 새로운 것에 힘을 써서 만약 청(淸)나라 사람의 문집으로 나온 것이 있으면 모두들 한번 보려고 하는데, 어찌 재상(宰相)이 얻어보지 못하는 것을 가난한 선비가 먼저 얻어 볼 수 있겠습니까? 지난번 《봉주강감(鳳洲綱鑑)》에 대하여 승정원에서 펴 보는 즈음에 듣건대 그 인찰(印札) 밖의 양편에 한쪽에는 ‘봉주강감(鳳洲綱鑑)’이라고 쓰였고, 한쪽에는 ‘청암집략(靑菴輯略)’이라고 쓰였다고 하였었는데, 정임(鄭霖)이 공초(供招)한 데서 ‘청암(靑菴)’이라고 말한 것은 틀림없이 이것을 지목하여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윤혁(尹爀)의 공초에서 ‘청암집(靑菴集)’이라고 한 것은 그가 본래 시골의 사내로 무슨 지식(知識)이 있겠습니까? 약(略)이란 글자는 잘라 버리고 ‘집(輯)’ 자(字)를 ‘집(集)’ 자로 잘못 알았음은 분명하여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필코 없는 책을 이와 같이 찾아내도록 하시니, 단지 전하의 번뇌만 더할 뿐 어떻게 찾을 길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그렇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78책 116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85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외교-야(野) / 상업-상인(商人) / 출판-서책(書冊)
- [註 223]상역(象譯) : 통역(通譯).
○辛未/上御建明門。 時象譯與冊儈之以不納《靑菴集》, 祼體反接, 列伏於爀陽之下, 危死者殆近百數。 藥房提調蔡濟恭進曰: "今日聖心之煩惱, 只緣朱璘文集一事, 而此有一言可破者。 近來時體務新, 若有淸人文集出來者, 則皆欲一見, 豈有宰相不得見, 而寒士先見之理乎? 頃於《鳳洲綱鑑》, 自政院披閱之際, 聞其印札外兩邊, 一書《鳳洲綱鑑》, 一書《靑菴輯略》云, 霖之所供靑菴云者, 必指此而言。 爀之所供《靑菴集》者, 渠本鄕漢, 豈有知識? 截去略字, 以輯字誤認集字, 昭然無疑。 今以必無之冊, 若是搜索, 只益煩惱而已, 豈有可得之路乎?"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78책 116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85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외교-야(野) / 상업-상인(商人)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