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손이 방자하다는 말 등의 일로 하교하다
시임 대신과 원임 대신에게 입시(入侍)하도록 명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80이 다 된 임금이 충자(冲子)와 서로 의지하고 있는데, 조정에 있는 제신(諸臣)들이 이와 같이 머뭇거리고 있으니, 이렇게 하고서야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하자, 영의정 김치인(金致仁)이 말하기를,
"신은 오늘 하교(下敎)에서 성상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자(臣子)가 어찌 모두 이와 같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당(唐)나라 문종(文宗)이 〈환관이 날뛰도록〉 한 일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김우상(金禹象)이 아뢴 바를 들으니, 왕손(王孫)이 추종(騶從)을 외람되게 거느리고 다니어 도로에서 구경하는 자들이 모두 대장(大將)의 행차라고 지목하였는데도 대신(臺臣)은 한 사람도 말하는 자가 없었고, 홍 봉조하(洪奉朝賀)가 나인[內人]을 선발하였는데도 대신이 또한 한마디 말이 없었으며, 왕손이 방자(放恣)하다는 말이 있는데도 조정에서 감히 말하는 자가 없으니, 그 누구를 믿겠는가?"
하고, 이내 하교하기를,
"아! 홍봉한(洪鳳漢)이 지난번에 아뢴 바가 어떠하였는가? 황경룡(黃景龍)의 사건에는 그가 비록 탈공(脫空)039) 하였다 하더라도 황덕혜(黃德惠)의 사건은 그가 양인(良人) 출신의 사람을 얻어 들여다 은신군(恩信君)의 아보(阿保)040) 를 삼게 하여, 이런 만고(萬古)에 없는 일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어찌 지난번에 아뢴 바의 뜻이겠는가? 지금의 세상 도의는 신칙해야만 하니, 홍봉한에게 특별히 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게 하라."
하였다. 장령 심이지(沈頤之)가 전계(前啓)를 거듭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또 계품(啓稟)하여 은언군(恩彦君) 이인(李橉)과 은신군(恩信君) 이진(李禛)의 관직 삭탈을 청하니, 임금이 직산현(稷山縣)에 귀양보내도록 명하였는데, 심이지가 의율(擬律)을 자세히 살피지 못했다하여 인피(引避)하니, 체임하도록 허락하였다. 정언 윤면승(尹勉升)이 전계를 거듭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또 아뢰어, 인과 진을 호남의 바닷가 지역에 정배(定配)하도록 청하니, 임금이 그가 체통을 얻은 것을 장려하여 능주목(綾州牧)에 정배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8책 116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7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甲戌/命時原任大臣入侍。 上曰: "八十之君, 與沖子相依, 而在廷諸臣, 若是逡巡, 如此而國不亡乎?" 領議政金致仁曰: "臣不知今日下敎, 聖意何居。 而第臣子, 豈盡如此乎?" 上曰: "予則不爲唐 文宗之事矣。 聞金禹象所奏, 王孫濫率騶從, 道路觀者, 皆目之以大將行, 然而臺臣無一人言者, 洪奉朝賀, 選內人, 而臺臣亦無一言, 王孫有放恣之稱, 而朝無敢言者, 誰恃乎?" 仍敎曰: "噫! 洪鳳漢頃者所奏若何? 而黃景龍事, 其雖脫空, 德惠事, 渠以良産得入, 爲恩信阿保, 作此萬古所無之事, 豈頃者所奏之意乎? 當今世道, 不可無飭, 洪鳳漢特施不敍之典。" 掌令沈頤之申前啓, 不允。 又啓請削恩信君 䄄、恩彦君 禛職, 上命投畀稷山縣, 頤之以擬律不審引避, 許遞。 正言尹免升申前啓, 不允。 又啓䄄ㆍ禛, 請湖沿定配, 上奬其得體, 命配綾州牧。
- 【태백산사고본】 78책 116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7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