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향 대제의 헌관을 불러 정성을 다해 행사할 것을 묻다
임금이 전설사에 나아갔다. 납향 대제의 헌관(獻官)을 불러 정성을 다하여 행사(行祀)할 것에 대해 물어 보고, 약방에 명하여 입진하게 한 다음 내전으로 돌아왔다. 주강을 행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동궁(東宮)에 있을 때부터 만약 처음 춘방(春坊)·계방(桂坊)에 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서연(書筵)에서 소대(召對)하였다. 지금 비록 노쇠하다 하나, 오히려 옛날의 마음이 있어서 특별히 주강하도록 명한 것은 대개 뜻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이 또 납일(臘日)이므로, 옛날 계묘년146) 정월 15일 요화당(瑤華堂)에서 야대(夜對)하던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이를 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그 숙부(叔父)가 시학(視學)하며 청금(靑衿)으로서 《대학(大學)》을 강하였었는데, 지금은 《소학(小學)》을 강하고 있으니, 진실로 우연한 일이 아니다. 어찌 고인(故人)만 생각할 뿐이겠는가? 이 사람을 마음속으로 항상 잊지 못하는 것이다. 듣건대 그 아들이 있다고 하니, 선부(選部)로 하여금 과궐(窠闕)을 기다려 곧 조용(調用)하게 하라."
하였다. 이때에 임정원(林鼎遠)이 시독관으로서 입시하였으므로, 그 조카를 보고 그의 숙부인 임석헌(林錫憲)을 생각하여 이러한 명이 있었던 것이다. 또 하교하기를,
"올해의 오향제(五享祭)는 섭행(攝行)을 이미 마쳤는데, 비록 기력이 쇠모한 때문이라 하나, 어찌 효(孝)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몸은 비록 이곳에 있었지만, 찬배(贊拜)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고, 주선(周旋)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며, 마음은 제소(祭所)에 있는 듯하였다. 한 조각 정성스러운 이 마음은 45년 동안 한결같았으나 나라와 백성에게 무슨 일을 한 것이 있었는가? 부르짖고자 했으나 하늘은 높기만 하고 하소연하고자 했으나 막막하기만 하였으니, 밤낮으로 이 마음은 오로지 종국(宗國)에 있었다. 아! 충자(冲子)는 나의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필하고 대소 신공(大小臣工)들은 정백(精白)한 마음으로 협찬(協贊)한다면, 우리 나라는 번성해지고 우리 백성들도 번성해질 것이다. 경고(更鼓)가 이미 걷히고 새벽 별은 오르려 하는데,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간절한 생각을 정성을 다해 거듭 유시(諭示)하니, 마땅히 이 뜻을 본받아 무릇 사전(祀典)에 대해 반드시 공경하고 반드시 경계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4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註 146]계묘년 : 1723 경종 3년.
○辛未/上御典設司。 召臘享獻官, 問蠲誠行祀, 命藥房入診, 遂還內。 行晝講。 上曰: "予自銅邸時, 若有初來春桂坊, 必爲書筵召對。 今雖衰, 猶有古心, 特命晝講, 意蓋有在。 今日又臘日, 故追思昔癸卯正月十五日瑤華堂夜對之事爲此。 而昔則其叔視學, 以靑衿講《大學》, 今則講《小學》, 實非偶然。 豈特憶故人? 此人心常不忘者。 聞有其子, 其令選部, 待窠卽爲調用。" 時林鼎遠以侍讀官入侍, 故見其姪而思其叔錫憲, 有是命。 又敎曰: "今年五享攝行已畢, 雖云氣耗, 豈曰孝乎? 身雖在此, 耳若聞贊拜之聲, 目若視周旋之像, 心若在於祭所。 一片此心, 四十五載若一, 而於國於民, 何事能述? 欲籲高高, 欲訴漠漠, 夙宵此心, 惟在宗國。 嗟哉! 沖子補予莫逮, 大小臣工, 精白協贊, 則吾國其庶幾, 吾民其庶幾。 更皷旣撤, 曉星欲升, 眷眷於心, 懃懃申諭, 宜體此意, 凡於祀典, 必敬必戒。"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4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