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문원에서 황은편을 경봉각에 봉안하다. 《추감황은편》을 인출하게 하다
임금이 승문원에 거둥하여 황은편(皇恩編)을 경봉각(敬奉閣)에 봉안(奉安)하였다. 당초에 임금이 승문원에 나아가 옛날부터 전해진 명(明)나라의 조칙(詔勅)을 청나라의 조칙과 한 상자에 섞어 소장하고 있는지를 물어 보고, 상서원의 관원을 불러 묻기를,
"명나라의 마패(馬牌)는 그 수가 얼마나 되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7백여 개입니다."
하니, 상자를 고쳐서 본원(本院)의 누각 위에 소장하도록 명하였었다. 또 본원의 입직한 관원을 불러 묻기를,
"명나라의 칙문(勅文)이 있는가?"
하였는데, 입직한 관원이 대답하기를,
"《풍천록(風泉錄)》이 있습니다."
하고, 또 청나라의 조칙을 넣어 둔 상자에 섞어 소장하고 있다고 아뢰자, 임금이 슬픈 빛을 띠고 감개(感慨)하는 마음이 일어나 시신(侍臣)에게 말하기를,
"명나라가 멸망된 지 이제 1백 년이 지났지만, 존주(尊周)하는 마음은 일찍이 하루도 잊지 않았었다. 이제 당당한 천자(天子)의 조칙을 오랑캐의 조칙 가운데에 섞어 두는 것이 옳겠는가?"
하고, 마침내 따로 한 책을 만들어 《추감황은편(追感皇恩編)》이라고 이름을 짓고 운관(芸館)으로 하여금 교정하여 인출(印出)하게 하였으며, 제조 원인손(元仁孫)·채제공(蔡濟恭)에게 명하여 감독하게 하였었다. 이때에 이르러 공역을 마치자, 1본은 대궐의 흠봉각(欽奉閣)에 내려 소장하도록 명하고, 1본은 임금이 친히 경봉각에 간직하였다. 원인손·채제공에게 가자(賀資)하고, 감인(監印)한 여러 낭관들을 승륙(陞六)시켰으며, 장역(匠役)들에게 쌀과 베를 차등있게 내려 주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341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관리(管理) / 외교-야(野) / 출판-인쇄(印刷) / 출판-서책(書冊)
○己未/上幸承文院, 奉安《皇恩編》於敬奉閣。 初, 上詣院中, 問舊傳皇朝詔勑, 渾藏於虜勑櫃中, 召尙瑞院官, 問: "皇朝馬牌, 其數幾何?" 對曰: "七百餘。" 命改櫃, 藏于本院樓上。 且召本院入直官, 問皇朝勑文在乎? 入直官以《風泉錄》爲對, 且聞渾藏於虜勑櫃中, 愀然興感, 謂侍臣曰: "神州之陸沈, 今過百年, 而若其尊周之心, 未嘗一日忘也。 今以堂堂天子之詔, 混置虜勑中可乎?" 遂命別爲一冊, 名之以《追感聖恩編》, 令芸館校正印出, 命提調元仁孫ㆍ蔡濟恭監蕫。 至是功訖, 一本命藏下闕欽奉閣, 一本上親藏于敬奉閣。 元仁孫ㆍ蔡濟恭命加資, 監印諸郞竝陞六, 匠役給米布有差。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3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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