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제에 쓸 향을 지영하다
임금이 연화문(延和門) 밖에 나아가 사한제(司寒祭)에 쓸 향을 지영(祗迎)하였다. 다시 연화문에 돌아와 석강을 행하고, 나이 80세 이상된 부로(父老)들을 소견하여 쌀과 비단을 내려 주었다. 특별히 근신(近臣)에게 명하여 사한제를 행하게 하였으니, 이때에 겨울이 따뜻하여 얼음이 얼지 않았으므로, 임금이 이를 근심하여 특별히 응교 서호수(徐浩修)를 보내어 제사를 행하게 한 것이었다. 밤 3경(三更)에 임금이 자정전(資政殿)의 행랑에 나아가 땅에 자리를 펴고 부복(俯伏)하였는데, 승지 김치공(金致恭) 등이 말하기를,
"밤이 오래 되어 매우 추운데,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이와 같이 스스로 경솔하십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춘추(春秋)》에서 얼음이 얼지 않음을 나무랐다. 내가 비록 부덕(否德)하지만, 사향(蜡享)이 멀지 않았는데 겨울이 따뜻하여 이상하다. 어제 근시(近侍)를 보내어 사한제(司寒祭)를 지내게 하였으나, 두려워서 마음이 편할 겨를이 없는 때문에 정성을 다하여 한데서 기도하는 것이다."
하였다. 누진(漏盡)139) 때에 이르러 임금이 내전으로 돌아왔는데, 동틀 무렵에 바람이 세게 불고 날씨가 살을 엘 듯이 추워져 강물이 모두 얼었으니,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4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사급(賜給) / 과학-천기(天氣)
- [註 139]누진(漏盡) : 5경(更) 인시(寅時).
○丙辰/上詣延和門外, 祗迎司寒祭香。 還御延和門, 行夕講, 召父老年八十以上賜米帛。 特命近臣, 行司寒祭, 時冬暖無氷, 上憂之, 特遣應敎徐浩修行祭。 夜三皷, 上出資政殿廊, 席地俯伏, 承旨金致恭等曰: "夜久寒甚, 殿下何自輕若是?" 上曰: "《春秋》譏無氷。 予雖否德, 蜡享不遠, 冬暖異常。 昨遣近侍, 行司寒祭, 憂懼不遑寧, 所以虔誠露禱也。" 至漏盡時, 上還內, 向曙, 風威澟洌, 江氷皆合, 人皆異之。
- 【태백산사고본】 76책 113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4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사급(賜給)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