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들인 시종 중에 권극에게 형벌을 가하고 흑산도에 찬배하니 도중에 죽다
임금이 광순문(光順門)에 나아가 옥에 가두었던 여러 시종들을 잡아오게 하였는데, 무릇 40여 인이었다. 모두 목을 묶어 앞에 잡아다 엎드려 놓고 형장(刑杖)을 벌여 위세를 보이면서, 하교하기를,
"이는 충신과 역적을 판단하는 날이다. 자수하고 싶은 자가 있으면, 곧 일어서도록 하라."
하였는데, 안성빈(安聖彬)이 일어서서 말하기를,
"신은 범한 바가 있지만, 아들이 있으므로 경조(京兆)에서 자수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안집(安𠍱)은 아들이 있다."
하고, 곧 풀어 주도록 명하였다. 권극(權極)이 일어서자, 임금이 말하기를,
"무상(無狀)하다. 이것이 삼백 시종(三百侍從)이라고 한 것인가? 너는 바로 역적이다. 세도(世道)를 위해 한 난적(亂賊)을 제거해야 한다."
하고, 또 하교하기를,
"너의 정상은 만고에 소인(小人)이다. 만약 너를 살려 둔다면 언제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모르니, 비록 효시(梟示)하더라도 애석할 것이 없다. 너의 말 때문에 남병사(南兵使) 이하 몇 사람이나 죽게 되었는가?"
하고, 또 하교하기를,
"40명의 시종 가운데 권극의 무상함을 보고 한 사람도 징토(懲討)하기를 청하는 사람이 없다."
하였다. 이에 일제히 대답하기를,
"이와 같은 놈이 있어서 성상께서 번뇌(煩惱)하시기에 이르렀으니, 그 죄는 심상운(沈翔雲)·심악(沈)보다 더함이 있습니다. 청컨대 빨리 방형(邦刑)을 바로잡으소서."
하니, 임금이 웃으면서 안상(案床)을 치고 말하기를,
"너희 무리들이 과연 이륜(彛倫)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는가? 권극을 징계삼아 삼가서 다시는 시끄럽고 떠들썩한 일이 없도록 하라."
하고, 아울러 석방하였다. 권극을 잇달아 두 차례 형벌을 가하여 흑산도(黑山島)에 찬배하였는데, 며칠이 지나 권극이 길에서 죽었다. 대개 권극이 전에 대관(臺官)이 되었을 때 금주령(禁酒令)을 범하였다 하여 남병사 윤구연(尹九淵)을 죽일 것을 청하였는데, 윤구연이 죽은 후부터 세상에서 권극이 화심(禍心)을 품었다고 지목하였었다. 이때에 이르러 권극이 형벌을 받아 죽으니, 비록 그 죄가 죽이는 데 해당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이를 흔쾌하게 여겨 말하기를, ‘천도(天道)가 좋게 돌아왔다.’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6책 11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24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上御光順門, 拿致諸侍從之就囚者, 凡四十餘人。 皆項封拿伏於前, 散杖以威之, 敎曰: "此乃忠逆判斷之日。 有欲自首者, 卽起立也。" 安聖彬起立曰: "臣有所犯, 而以有子, 故京兆不令自首矣。" 上曰: "安𠍱有子矣。" 卽命放送。 權極起立, 上曰: "無狀矣。 此乃三百侍從云者乎? 汝是逆也。 爲世道除一亂賊。" 又敎曰: "汝之情狀, 萬古小人也。 若生置汝, 不知何時作何事也, 雖梟示無惜也。 以汝之言, 南兵使以下幾人, 至於死乎?" 又下敎曰: "四十侍從, 見權極之無狀, 無一人請討矣。" 於是齊聲對曰: "有如此之漢, 致勤聖上煩惱, 厥罪有甚於雲 。 請亟正邦刑焉。" 上笑而拍案曰: "汝輩果有秉彝之心?" 懲于權極, 愼勿復作浮囂之事。" 竝放, 極連加刑準二次, 竄黑山島, 越數日極死于道。 蓋極前爲臺官, 以犯酒, 請殺南兵使尹九淵者也。 自九淵死後, 世指極爲禍心。 至是極被刑而死, 雖其罪不當死, 而人皆快之, 以爲天道好還云。
- 【태백산사고본】 76책 11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24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