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김회원이 전 부제학 심이지의 탐욕에 대해 상소를 올리다
집의 김회원(金會元)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근래에 대각의 상소로 인해 성상(聖上)의 마음에 번뇌가 일어나 성인(聖人)의 화평한 기상에 많은 흠이 생겼으며, 심지어는 대팽(大烹)085) 의 하교를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후손에게 좋은 계책을 물려주어야겠다는 뜻으로 ‘팽(烹)’ 자를 ‘정(鼎)’ 자로 고친다고 분부하셨으니, 성상께서 생각하신 바를 신은 실로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가령 신하들에게 죄를 줄 만한 일이 있더라도 마땅히 공평한 마음으로 궁구하여 차분하게 처리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위대한 성인께서 목소리와 안색을 모질게 하지 않는 도리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심지어 ‘팽’이란 한 글자를 말씀하시는 가운데 끄집어내셨습니다. 대체로 팽이라는 벌은 이미 성왕(聖王)의 형정(刑政)이 아니고 후손에게 좋은 계책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께서도 이미 깊이 통촉하셨으니, 지금 비록 〈정(鼎)자로〉 대신한다고 분부하셨으나 비상(非常)한 말씀이 또한 후손에게 좋은 계책을 남기는 데에 흠이 되지 않겠습니까?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생각을 넓히셔서 그때 내리신 전교(傳敎)를 모두 거두라고 명하여 성덕(聖德)을 빛나게 하소서.
아! 탐욕을 징계하고 염치를 권면하는 것은 왕도 정사에서 먼저 해야 될 일이고, 어진이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라는 것은 고인의 아름다운 말입니다. 그런데 전 부제학 심이지(沈履之)는 조그만 재주를 가지고 천유(穿窬)086) 의 버릇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나으면 반드시 중상 모략하고,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죽을 힘을 다해 해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온 세상이 흘겨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탐욕스러운 성질을 가는 곳마다 더욱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일찍이 호남의 관찰사로 갔을 때는 마음대로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도내(道內)에 있는 만 석에 가까운 진맥(眞麥)을 거짓으로 진휼청에 보고하여 값을 줄여 얻어 놓았다가 금주령(禁酒令)이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서 억지로 가격을 정하여 발매(發賣)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진맥을〉 새것으로 바꾸어 놓는다고 핑계를 대고 줄줄이 실어 나르면서 매질을 낭자하게 하는 바람에 수많은 생령(生靈)들이 마치 끓는 솥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았으며, 수만 석의 잉여 곡물이 모두 그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는데, 그의 탐욕스럽고 파렴치한 짓이 여기에서 극도에 달하였습니다. 작전(作錢)으로 하라는 관문(關文)에 대해 그가 비록 숨겨 두려고 하였으나, 도내(道內)의 이목(耳目)과 해청(該廳)의 문서가 반드시 증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은 특별히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명확히 조사해 사실을 캐내어 탐욕을 부린 자를 징계하는 본보기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가 큰 고을에서 체차(遞差)되어 온 뒤로 곧바로 큰 집을 지었는데, 규모가 너무나 거창하여 몇 집의 터를 차지하였고 한 골짜기 안에 연달아 뻗어 있으므로 그 곳에 들어가 본 사람은 마음이 놀라고 눈이 휘둥글어집니다. 만약 그의 안중에 국법(國法)이 있었다면 어떻게 감히 이처럼 방자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부관(部官)을 파견하여 칸수가 지나친 것을 적간(摘奸)하여 법에 의거해 철거하여 간사한 것들을 단속하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여깁니다. 아! 이처럼 공사(公事)를 무시하고 사적인 탐욕을 부린 불법적인 사람들을 만약 청요직(淸要職)과 화려한 벼슬에 의기 양양하게 다니도록 놓아두고 조금도 두려운 마음이 없게 할 경우 악을 미워하고 세상을 권면하는 정사(政事)를 앞으로는 시행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가 전형(銓衡)의 좌이(佐貳)와 옥서(玉署)의 장관에 의망(擬望)된 것을 우선 개정하고, 이어 병예(屛裔)087) 의 법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였는데, 비답하기를,
"맨 먼저 말한 일은 세도(世道)가 지금과 같지 않다면 이러한 말을 어찌 하고 싶었겠는가? 그렇지만 그 분부한 말로 보면 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 40년 동안 고심한 것을 몸받지 아니하고 이처럼 날뛰어 마치 전교(傳敎)를 부월(斧鉞)로 대신한 뜻인 것처럼 여기고 있으니, 지금 이 청(請)에 대해서 나는 무엄(無嚴)하다고 본다. 심이지(沈履之)의 일은 지금 너의 상소가 알력(軋轢)을 부리는 태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신을 불러서 이 일을 물어 보아 수상할 경우 엄히 징계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또한 사람을 애매하게 놓아 둘 수 없으니, 해부(該府)로 하여금 오늘 안으로 구초(口招)하고 등대(登對)하여 아뢰게 하고, 그의 집은 경조(京兆)로 하여금 오늘 안으로 적간(摘奸)하여 아뢰게 하며, 진맥(眞麥)을 요청해 얻은 것과 쌀로 바꾼 수량도 해청(該廳)으로 하여금 오늘 안으로 고찰하여 아뢰도록 하라. 호방(戶房) 승지와 추고방(推考房)088) 은 가지고 와서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4책 110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
- [註 085]대팽(大烹) : 죄 있는 신하를 솥에 넣어 삶아 죽이겠다는 말임.
- [註 086]
○執義金會元上疏, 略曰: "近因臺疏, 聖心煩惱, 多欠聖人和平之像, 至下大烹之敎。 而旋以貽燕之意, 以敎代鼎, 聖念所及, 臣實欽仰。 而假令群下有可罪之事, 惟當平心恕究, 雍容處之。 此可爲大聖人不大聲色之道, 而至以烹之一字, 發於辭敎之中。 夫烹之爲罰, 旣非聖王之刑政, 而其有違於貽厥之謨, 殿下亦旣深燭, 則今雖代之以敎, 辭敎之非常, 亦獨不有欠於貽厥之謨哉? 伏願殿下, 克恢聖思, 伊時傳敎, 竝命還收, 以光聖德焉。 嗚呼!懲貪勵廉, 王政攸先, 親賢遠小, 古人徽言。 前副提學沈履之, 挾其斗筲之才, 恣行穿窬之習。 人或勝己, 必欲中傷, 意有所欲, 限死做去。 千人所指, 一世側目。 況其貪汚之性, 到處益肆。 曾按湖藩, 恣意牟利。 道內所在近萬石眞麥, 瞞報賑廳, 減價請得, 乘其酒禁之少弛, 勒定準價而發賣, 稱以改色立本, 委輸絡繹, 鞭扑狼藉, 千億生靈, 若在沸鼎, 累萬餘剩, 盡歸私橐, 其貪饕無恥, 於斯極矣。 作錢關文, 渠雖掩置, 道內耳目及該廳文書, 必有可以憑驗者。 臣謂特令道臣, 明覈得實, 以爲懲貪之地, 斷不可已也。 且其雄藩遞來之後, 旋起甲第, 制度侈濫, 呑幷數家, 連亘一壑, 入其洞者, 無不驚心駭眼。 渠若眼有國法, 則豈敢爲如此放恣之事乎? 臣謂發遣部官, 摘奸間架之過濫者, 依法毁撤, 以爲戢猾之地焉。 噫嘻! 如此背公營私貪婪不法之人, 若使之揚揚於淸要華貫, 少無懲畏, 則癉惡勵世之政, 將無所施。 其銓衡佐貳玉署長官之望, 爲先改正, 仍施屛裔之典, 斷不可已也。" 批曰: "首陳事, 世道不若今日, 則此敎豈樂爲? 雖然以其敎觀之, 予心可知。 噫! 不體四十年苦心, 若是跳踉, 此正若以敎代斧銊之意, 今者此請, 予則曰無嚴。 沈履之事, 今者爾章, 非比傾軋之態。 故召問大臣本事, 其涉殊常, 不可不嚴懲, 而不然亦不可置人於䵝昧之科, 令該府今日內口招, 登對以奏, 其家舍, 令京兆今日內摘奸以奏, 眞麥請得與作米數爻, 亦令該廳, 今日內考奏。 戶房承旨與推考房持奏。"
- 【태백산사고본】 74책 110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7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
- [註 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