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죽을 올리지 말 것과 대소의 제사를 신중히 할 것을 명하다
내국에서 입시하였다. 하교하기를,
"봄갈이할 날이 머지 않았으니, 낙죽(酪粥)을 올리지 말라. 그 소는 본 고을로 내려 보내어 봄갈이에 사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막 젖을 짰던 소를 도살장에 보낸다면 어찌 옛날 선왕께서 청둥오리를 드시지 않았다는 가르침을 몸받은 것이겠는가? 당일에 봄갈이에 사용할 소를 내려 보내도록 내국(內局)에 보고할 것을 경기 감영에 분부하도록 하라."
하였다. 또 하교하기를,
"아! 어찌 나이가 많아 기운이 쇠약해졌을 뿐이겠는가? 올해가 무슨 해인가?019) 지난 겨울에 봄이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이 마음이 몇 층이나 내려앉은지 모를 정도였다. 목전(目前)의 일로 보건대 삼양(三陽)이 돌아와서 만물이 모두 소생하고 있는데도 나는 봄이 온 줄을 모르겠다. 지난번 예(禮)를 거행한 것은 나에게는 정말로 요행이었다. 약사증상(籥祀烝嘗)020) 의 예를 거행한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새해에 전알(展謁)하겠다는 생각도 나지 않으니, 이것이 효도란 말인가? 아! 대소 신료들은 이 마음을 살피어 모든 제사에 정성껏 하고 신중히 하여 대소의 제사에 퇴보하지 말아 나의 이 마음에 부응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4책 110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7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 / 농업-축산(畜産)
○內局入侍。 敎曰: "春耕不遠, 酪粥停止。 其牛下送本縣用耕, 而纔取乳之牛, 入于屠肆, 豈仰體昔年靑頭鴨之敎乎? 當日下送用耕牛, 報內局事, 分付畿營。" 又敎曰: "噫! 豈特年深氣衰? 今年何年? 自前冬報春, 此心莫知幾層下矣。 以目下事觀之, 三陽回泰, 萬品皆蘇, 予莫知春。 頃者行禮, 於予誠僥倖。 禴祀蒸嘗雖不可言, 〔歲〕 首展謁, 莫能起意, 此孝乎? 吁嗟! 大小臣工, 諒此心, 凡於祀典, 必誠必戒, 大小祭享, 莫敢退步, 副予此懷。"
- 【태백산사고본】 74책 110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7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 / 농업-축산(畜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