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음 어사 구상에게 아이를 낳은 여자 아이의 일에 대해서 묻다
산음 어사(山陰御史) 구상(具庠)이 입시하여 서계(書啓)를 읽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탐문하였는가?"
하니, 구상이 말하기를,
"여러 방법으로 캐물어 그 정상을 알아냈습니다. 본관(本官) 및 단성 현감(丹城縣監)과 같이 조사하였더니, 종단(終丹)의 오빠 이단(以丹)의 공초가 들은 바와 같았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소금 장사 송지명(宋之命)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종단의 나이가 정말 일곱 살이었는가?"
하니, 구상이 말하기를,
"그 이웃에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해서 데려다가 물어보았더니, 과연 일곱 살이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 키는 얼마나 되던가?"
하니, 구상이 말하기를,
"몸이 이미 다 자랐습니다. 송지명을 감영으로 잡아다 도신과 같이 엄히 문초해 보았더니, 한결같이 이단이 고한 말과 같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사관(史官)은 마땅히 사책에 그대로 써야 할 것이다. 일곱 살 아이가 애를 낳았으니, 어찌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미 그 지아비를 알아냈으니, 현혹된 영남의 민심이 거의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니, 구상이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하교하기를,
"어사의 보고에 간음한 사람이 곤장 한 대도 치지 않아 자백하였다고 하였는데, 이는 내가 예상했던 바와 우연히 합치된다 하겠다. 그러나 지금 조사를 끝냈다고 나의 마음이 어찌 해이되겠는가? 괴물은 괴물이다. 내 비록 8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의 덕이 요괴를 이길 것이다. 어찌 사서(史書)에 없는 일을 들을 수 있겠는가? 이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비록 은 고종(殷高宗)의 구치(雊雉)130) 와 상상(祥桑)131) 의 일은 없지만, 어찌 스스로를 수양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어사의 서계를 승정원에 두고 조용히 하교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지난번 연석(筵席)에서 몇 차례 하교했으나, 이목(耳目)의 역할을 하는 신하들이 마치 귀머거리나 장님처럼 한 사람도 논계(論啓)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하교하고 싶었으나 이 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묵묵히 있었다. 세상에 어찌 아비없는 자식이 있겠는가? ‘날과 달로 무럭무럭 자란다.[日就月將]’는 말을 어찌 종단 같은 자에게 비유할 수 있겠는가? 무식한 면임(面任)132) 은 비록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독서한 사대부가 어찌 그 말을 베껴 쓸 수 있단 말인가? 어찌 백리를 다스리고 십 리를 다스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말 어렵다. 산음 현감에게 사적(仕籍)에서 삭제하는 법을 시행하고, 이 장계를 조보(朝報)에 내도록 하라."
하고, 그 여자·어미·간통한 남자·아이를 바다의 섬에다 나누어 귀양보내어 노비로 삼으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3책 109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61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註 130]구치(雊雉) : 은(殷)나라 고종(高宗:武丁)이 융제(彤祭)를 지내던 날 꿩이 날아와서 솥 귀에 앉아 우는 변고가 있자, 조기(祖己)의 "임금이 먼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청에 의하여 고종이 그 실례(失禮)한 것을 바루었다는 고사.
- [註 131]
상상(祥桑) : 요괴(妖怪)한 뽕나무란 말로, 은(殷)나라 중종(中宗:太戊) 때 박(毫) 땅에 뽕나무와 닥나무[穀]가 함께 아침에 나서 해질녘에 큰 아름드리가 되었는데, 이척(伊陟)의 "요괴한 것은 덕(德)을 이기지 못할 것이니 임금께서는 덕을 닦으라,"는 청을 따르니, 중종이 수정(修政)한 지 2일 만에 그 상상이 말라 죽었다는 고사(故事).- [註 132]
면임(面任) : 지방의 각면(各面)에서 호적(戶籍) 등 공공 사무를 맡아 보는 사람.○命山陰御史具庠入侍, 讀書啓。 上曰: "何以問之耶?" 具庠曰: "多般鉤問, 得其情狀。 與本官及丹城縣監眼同査問, 則終丹之兄以丹所招, 果如所聞。 而的是鹽商宋之命之子矣。" 上曰: "終丹之年, 的是七歲乎?" 曰: "其隣家有同生者, 故捉來問之, 則果是七歲矣。" 上曰: "其長如何?" 庠曰: "體樣已成矣。 宋之命捉來營門, 與道臣眼同嚴問, 則一如以丹所告矣。" 上曰: "史官當直書於史冊矣。 七歲兒生産, 豈非異事耶? 旣得其夫, 嶺南誑惑之人心, 庶可定矣。" 庠曰: "然矣。" 敎曰: "御史旣已復命, 交奸之人, 不下一杖自伏, 此則予之所料可謂偶合。 而今予〔之〕 心, 畢査豈弛? 物怪則物怪。 其雖望八, 德能勝怪。 豈聞史牒所無事? 此人處置, 卽歇後事也。 雖無殷宗雊雉祥桑之事, 豈無自修之心? 以御史書啓, 置諸政院, 欲爲從容下敎。 頃者筵中幾番下敎, 而耳目之臣, 若聾若瞽, 無一人論啓。 雖欲下敎, 本事未訖, 故泯默。 世間豈有無父之子? 日就月將之說, 豈比喩於終丹者乎? 無識面任, 雖若此, 讀書士夫, 豈謄其言? 豈云百里十里? 誠難。 山陰縣監施以削版之典, 此狀啓頒布朝報。" 命其女其母其奸夫其所生, 分編海島, 爲奴婢。
- 【태백산사고본】 73책 109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61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註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