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에게 친잠 의주를 읽도록 하고 선잠 예식에 대해 말하다
동춘추(同春秋) 조엄(趙曮)이 실록(實錄)을 상고한 뒤에 복명(復命)하였고, 내국에서 입시하였다. 승지에게 친잠 의주(親蠶儀註)를 읽도록 명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선잠(先蠶)011) 은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의 황후인 서릉씨(西陵氏)이다."
하고, 또 전교하기를,
"왕후(王后)와 명부(命婦)는 모두국의(鞠衣)012) 인가?"
하니, 도제조 한익모(韓翼謨)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하매, 전교를 쓰라고 명하고 이르기를,
"지금 상고하여 가져온 《실록》을 보건대 마치 그때의 성대한 의식(儀式)을 보는 것 같다. 이제는 그 의절이 손바닥 안에 있는 것과 같으니, 조신(朝臣)과 명부(命婦)는 이제 논할 것이 없다. 이번에 혜빈(惠嬪)·세손빈(世孫嬪) 및 내명부(內命婦)·외명부(外命婦), 여러 옹주(翁主)·군주(郡主), 당저(當宁)의 왕손부(王孫婦)는 입참하고, 치사(致詞)는 혜빈 및 내명부 반수(班首)와 외명부 반수인 자만 하라. 우리 나라에는 이미 친향(親享)하는 예(禮)가 없으니, 그날 축시(丑時) 초(初) 1각(刻)에 선잠단(先蠶壇)013) 에 예관(禮官)을 보내 먼저 행하고, 뽕을 따는 것은 시임(時任) 집사(執事)와 잠모(蠶母)가 예문에 의해서 거행하며, 왕비는 다섯 가지[條], 혜빈과 세손빈은 일곱 가지, 내명부는 아홉 가지, 외명부와 부부인(府夫人)·옹주·군주는 열 한 가지씩이고, 구광(鉤筐)014) 도 역시 예문에 의해서 거행하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배례(拜禮)하는 의례가 있으니, 예를 마친 후에 왕비의 자리를 잠단(蠶壇)015) 남쪽을 향하여 설치하고 조하례(朝賀禮)에 의해 행례하는 일을 의조(儀曹)로 하여금 거행하게 하라. 지난날 예관이 ‘친경·친잠 후에 하의(賀儀)가 있다’고 말하기에, 내가 답하기를, ‘내가 어찌 사양하겠는가?’라고 하였는데, 중종(中宗) 때에는 단지 내하(內賀)만을 행하였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례(嘉禮)를 행한 지 이미 9년이 되었으니, 3백 년 된 옛일을 따라서 이 예를 행하고자 한다. 성종(成宗) 때의 고사를 생각하고 그 당시의 성심(聖心)을 추념하니, 예는 비록 행하지만 어찌 차마 크게 벌이겠는가? 그날 마땅히 내전과 함께 경복궁에 가서 그 예를 보겠으니, 이렇게 해조에 분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3책 108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38면
- 【분류】농업-양잠(養蠶) / 역사-고사(故事) / 역사-편사(編史)
- [註 011]선잠(先蠶) : 처음으로 백성에게 양잠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잠신(蠶神).
- [註 012]
국의(鞠衣) : 고대(古代) 왕후 육복(六服)의 하나. 빛깔은 새 움이 돋는 뽕잎을 닮게 함.- [註 013]
○同春秋趙曮考實錄後復命, 內局入侍。 命承旨讀親蠶儀詿。 上曰: "先蠶, 黃帝 軒轅氏皇后西陵氏也。" 又敎曰: "王后與命婦, 皆鞠衣乎?" 都提調韓翼謩曰: "然矣。" 命書傳敎曰: "今覽實錄考來, 若覩其時盛儀。 今則其儀節, 若指掌。 朝臣命婦, 今不可論。 今番惠嬪世孫嬪及內命婦外命婦諸翁主郡主當宁王孫婦入參, 致詞惠嬪及內命婦班首, 外命婦班首者爲之。 我朝旣無親享之禮, 伊日丑初一刻, 先蠶壇遣禮官先行, 採桑時執事蠶母, 依禮文擧行, 王妃五條, 惠嬪世孫嬪七條, 內命婦九條, 外命婦府夫人翁主郡主十一條, 鉤筐亦依禮文擧行。 《大明會典》有拜禮之儀, 禮畢後設王妃位於蠶壇南向, 依朝賀禮行禮事, 令儀曹擧行。 頃日禮官以親耕親蠶後有賀儀云, 予答云予何辭焉, 中廟朝只行內賀。 望七嘉禮之後今已九年, 遵三百年古事, 欲行此禮。 憶成廟之故事, 追昔年之聖心, 禮雖行也, 何忍張大? 其日當與內殿, 同詣景福, 以觀其禮, 以此分付該曹。"
- 【태백산사고본】 73책 108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38면
- 【분류】농업-양잠(養蠶) / 역사-고사(故事) / 역사-편사(編史)
- [註 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