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 재임은 구례로써 하도록 하교하다
내국에서 입시(入侍)하였다. 하교하기를,
"저번 하교는 한때 칙려(飭勵)한 것에 불과한데, 한번 느슨하고 한번 조이는 것은 문무(文武)의 도(道)이다. 백년이나 된 옛 법을 이제 내가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찌 차마 악착(齷齪)하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비와 이슬은 땅을 가리지 아니하고 내리는데, 어찌 서울과 시골을 가리겠는가? 무릇 관록(館錄)·한권(翰圈)·통청(通淸)에도 오히려 문재(文才)를 취하는데, 하물며 태학(太學)151) 이겠는가? 이 뒤로는 태학 재임(齋任)은 모두 구례(舊例)로써 하여 비록 향유(鄕儒)라도 문지(門地)와 문재(文才)가 가합한 자는 일체로 천망(薦望)하라. 아! 지금 하교는 치우치게 하지 아니하려고 한다. 이로써 현관(賢關)152) 에 엄하게 신칙하라."
하였다. 영의정 홍봉한(洪鳳漢)이 말하기를,
"능원(陵園)에 친히 제사하실 때와 전궁(殿宮)의 제향(祭享)할 때에 병(餠)·면(麵)·두부·탕[泡湯]을 준비하는데 번번이 여인(女人)들로 하여금 대령(待令)하게 하므로, 경조(京兆)153) 각부(各部)에서 이를 빙자하여 함부로 민폐를 끼치니, 진실로 소요(騷擾)한 폐단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지극히 존경하는 땅에 내력이 분명하지 못하고 정결하지 못한 여인으로 하여금 여러 숙수(熟手) 가운데 서로 섞이게 하는 것은 또한 심히 미안합니다. 태상(太常)154) 의 숙수는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는데, 어찌 유독 병·면·탕만 만들지 못하겠습니까? 청컨대 태상에서 별도로 변통하여 숙수로 하여금 거행하게 하여, 한편으로는 사체를 존중하고 한편으로는 민폐(民弊)를 없애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들으니 몹시 해괴하다. 한갓 설만(褻嫚)할 뿐만 아니라, 민폐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뒤로는 엄금하여 범하는 자는 태상의 관원과 부관(部官)을 중하게 다스릴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2책 107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2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식생활(食生活)
- [註 151]태학(太學) : 성균관.
- [註 152]
○乙卯/內局入侍。 敎曰: "頃者下敎, 不過一時飭勵者, 一弛一張, 文武之道也。 百年古規, 今予望八, 豈忍齷齪? 雖然雨露不擇地而下, 何擇京鄕? 凡館錄ㆍ翰圈ㆍ通淸, 猶取文才, 況太學乎? 此後太學齋任, 一以舊例爲之, 而雖鄕儒, 門地文才其可合者, 一體薦望。 噫! 今者下敎, 不欲其偏。 以此嚴飭賢關。" 領議政洪鳳漢曰: " 陵園親祭時, 及殿宮祭享時, 爲餠麪泡湯措備, 輒令女人待令, 故京兆各部, 憑此橫侵, 固多騷擾之弊。 況至尊敬之地, 使來歷不明不精潔之女人, 相雜於諸熟手之中, 亦甚未安。 太常熟手, 無物不造, 何獨於餠麪湯不造乎? 請自太常, 別爲變通, 使熟手擧行, 一以尊事體, 一以除民弊。" 上曰: "聞甚駭然。 非徒褺嫚, 民弊勝言? 此後嚴禁, 其犯者, 太常官員部官重繩。"
- 【태백산사고본】 72책 107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2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식생활(食生活)
- [註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