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영조실록106권, 영조 41년 10월 11일 계축 1번째기사 1765년 청 건륭(乾隆) 30년

경현당에 나아가 몸소 술잔을 받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 몸소 술잔을 받았다. 이날 임금은 익선관과 곤룡포를 갖추고 자리에 올랐으며, 승지·사관(史官)이 시위(侍衛)하여 좌우로 나뉘어 앞으로 나아오고, 악사는 존호를 창(唱)하였다. 악장이 끝나자 상례(相禮)가 왕세손을 인도하매, 익선관과 현곤포(玄袞袍)를 갖추고 들어와 절하는 자리에 나아왔다. 치사례(致詞禮)를 행하고 사배(四拜)를 올리매, 악이 연주되고 곧 그쳤다. 인의(引儀)가 동반과 서반을 나누어 인도하매, 들어와 절하는 자리에 나아와서 먼저 치사(致詞)를 하였는데, 치사에 이르기를,

"세손 신(臣) 이산(李祘)은 이에 수성(壽星)이 동쪽에 비추임을 만났으니 성상의 연세가 높으시고, 종국(宗國)에 경사가 넘치니 팔방(八方)에 기쁨이 가득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지행 순덕 영모 의열 장의 홍륜 광인 돈희 체천 건극 성공 신화 주상 전하께서 다스리신 지 사기(四紀)에 교화가 나라에 퍼졌습니다. 지극히 효성스럽고 어지시며, 거룩하고 밝으십니다. 한결같은 생각이 공경하고 삼가며 매양 겸손하고 억제하는 마음을 간직하셨으므로, 황천(皇天)이 덕 있는 자를 도와 주어 높으신 연세 8순에 이르러서, 언덕과 같고 구릉과 같으시며 소나무와 같고 잣나무와 같으신데, 다행히 경사스런 모임을 당하매 오래 모시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실합니다. 보잘것없는 간절한 마음을 힘써 좇으시어, 정성과 예(禮)가 모두 화합하게 되었는데, 이날 잔을 받들어 선열을 더욱 빛내니, 신은 경사롭고 기쁜 정성을 이기지 못하여 감히 천천세(千千歲) 장수하실 것을 축원합니다."

하였다. 아룀을 마치자 앞의 의식과 같이 사배를 행하였다. 왕세손이 뭇 신하를 이끌어 세 번 고두(叩頭)하고 산호(山呼)하였으며, 예를 마치자 각기 자리로 나아갔다. 사옹원 제조 장계군(長溪君) 이병(李棅)이 어좌(御座) 앞에 나아가 휘건(揮巾)을 받들어 어선(御膳)을 드리고, 내시가 화반(花盤)을 드렸으며, 사옹원 제조 해운군(海運君) 이연(李槤)이 왕세손의 휘건과 공선(供膳)을 드렸다. 집사가 여러 신하에게 하사한 음식을 나누어 주고 꽃을 흩뜨리니, 여러 신하가 모두 자리를 떠나 무릎꿇고 받음을 마치자, 왕세손이 어탑(御榻) 앞에 나아가매, 등가악이 연주되고 문무무(文武舞)가 함께 나아갔다. 이병(李棅)이 초미(初味)를 드리고, 이연(李槤)이 왕세손의 미수(味數)를 드렸으며, 집사가 여러 신하에게 미수를 나누어 주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큰 덕이 장수할 수 있다고 하나, 나는 실로 부끄럽다. 계해년 자교(慈敎)를 추억하자니, 슬프고 사모하는 마음을 이길 수 없다. 오늘의 일은 충자(沖子)가 경(卿)들과 더불어 권하여 이룬 것이다."

하였다. 영의정 홍봉한이 말하기를,

"성조(聖祖)의 을유년 고사(故事)에 대하여 의정부의 가요(歌謠)가 있으므로, 신(臣)들이 7장(章)으로써 옛것을 본떠 드렸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것을 읽어 아뢰라고 명하였다. 그 노래에 이르기를,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상제(上帝)가 녹(祿)을 내리셨도다. 빛나게 살펴 밝고 밝으시며, 품으신 마음 공손하고 삼가셨네. 해가 솟고 달이 비치는 것은 큰 덕이 얻으신 바이니, 북두(北斗)로 잔질하면 천이 되고 억이 된다.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조종(祖宗)이 음덕(蔭德)을 드리웠도다. 정성은 신명(神明)께 믿음을 받았고 도(道)는 정일(精一)하게 드러났다. 앞에는 빛이 있어 그 계책이 아름다웠고, 장수(長壽)함이 마땅하니 오직 효성이 달하였다.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아름다운 손자가 축하를 올렸도다. 자애로써 어루만지시고 올바름으로써 깨우치시며, 양능(良能)을 가상히 여기시고 한사코 청하는 바를 힘써 좇으시니, 만년을 모실 수 있도록 축성(祝聖)한다.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신하들이 기쁘고 즐겁다. 구주(九疇)가 극치(極致)를 이루었고, 만휘(萬彙)가 크게 변화하였다. 도주(陶鑄)가 생성(生成)되어 공적(功績)이 널리 퍼지고 교화가 두루 미친다. 남산(南山)처럼 이지러지지 않고 오래 사시어서, 길이 이런 잔치를 모시리로다.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백성들이 북을 치고 춤을 춘다. 은혜와 덕택이 스며 나오매 내가 먹고 자란다. 태화(太和)의 동산에서 거닐어 그 베풀어짐이 이처럼 넓었으니, 화봉(華封)의 송축(頌祝)이 동토(東土)에 가득했노라.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오직 옛날 을유의 해로다. 새 도읍이 정해진 지 갑자(甲子)가 여섯 번 돌아왔다. 이달 이날에 성사(盛事)가 다시 이어지고, 만수(萬壽)를 비는 헌수(獻壽)에 한수(漢水)가 아득히 흘러간다. 우리 왕께서 잔을 받으시니 큰 복록이 양양(洋洋)하다. 왕께서는 즐거움이 너무 심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계하셨다. 성인(聖人)으로 자처(自處)하지 않으니, 겸양하여 더욱 빛이 나신다. 날마다 힘써 쉬지 않았으니, 천지가 무궁(無窮)토록 장수하리이다."

하였다. 왕이 몸소 사언 일구(四言一句)를 지어 이르기를,

"큰 업적을 이어받아 깊은 연못에 임한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경계했노라."

하고, 왕세손 이하에게 화답하여 올리라고 명하였다. 또 옛 신하를 추념하는 뜻으로 몸소 사언(四言) 여덟 글자를 써서 입시한 여러 신하에게 나누어 주며 말하기를,

"나의 잊지 못하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하였다. 차례로 술잔을 드리고 나자, 음악이 그치고 문무무가 물러났으며, 처용무(處容舞)가 나아가니, 음악이 연주되었다. 잠시 후 무(舞)가 물러나고 음악이 그치매 사옹원 제조가 어찬을 거둬가고, 악사(樂師)가 어제(御製) 태강장(太康章)을 창하기를 마치자, 영의정 홍봉한이 나아와 말하기를,

"신 등은 이미 취하고 배가 부르니, 백성에게 은혜로운 정사를 또한 시행함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당초의 마음을 억지로 누른 채 지금 찻잔을 받았다. 아! 한편으로는 을유년의 성사(盛事)를 추술(追述)하고, 한편으로는 계해년의 자음(慈音)을 추모한 것이니, 스스로 당초의 마음을 돌이켜 보건대 황송하고 부끄러움을 어찌 이루 말하겠는가? 오랜 옛날 병술년에 잔치에서 모시고 우러러보았는데, 지금 나의 뜻은 이 차(茶)를 가지고 백성들에게 두루 나누어 주기를 원한다. 뜻이 이미 이와 같으니, 어찌 차마 달을 넘기겠는가? 팔도(八道)의 옛 포흠(逋欠) 가운데 가장 오랜 2년 조(條)를 특별히 감해 주고, 공인(貢人)의 오랜 유재(遺在)는 기묘년 액수에 의거하여 감해 주며, 시민(市民)이 두 달간 바쳐야 할 것과 현방(懸房)의 속전(贖錢)을 일체 감해 주어, 내가 지난날의 고휼(顧恤)을 본받는 뜻을 보이도록 하라."

하였다. 지중추부사 서지수(徐志修)가 나아와 말하기를,

"오늘날 태평 성사(太平盛事)에 대한 즐겁고 기쁜 정성은 대소 신료가 같은 마음이니, 은혜를 팔방(八方)에 미루어 시행함이 더욱 급선무입니다. 신의 소견으로는 삼남(三南)의 재결(災結)을 나누어 준 것이 매우 적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바로 나의 뜻과 같으니, 내일 대신과 비국 당상이 정확한 계획을 강구하여 아뢰라."

하였다. 서지수가 또 말하기를,

"악(樂)의 도(道)는 정사(政事)와 통하니, 관련됨이 진실로 중(重)한데, 삼대(三代) 이후로 예(禮)가 무너지고 악(樂)이 폐하여져 진실로 만회할 희망이 없습니다. 단지 근세 민간의 속악은 모두 음(音)이 번쇄하고 절조(節調)가 급하여 감히 볼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번에 악(樂)을 연주할 때의 속악도 또한 음이 번쇄함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의 여민락(與民樂)은 실로 화평한 음(音)이니, 지금 속악의 절주(節奏)도 모두 여민락을 따라 화평한 음이 되게 하고, 그 번쇄한 음을 일체 금하면, 정교(政敎)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또 신이 성천(成川)에서 대죄(待罪)할 때에 보니, 그 악이 또한 번쇄하였는데, 한 곡(曲)이 장차 끝나려 하매 반드시 완성(緩聲)으로써 수습하였으니, 이는 필시 옛날의 유법(遺法)에 가까운 것입니다. 만약에 이 뜻을 본받아 경사(京師)에서 행하고 팔방에 널리 퍼뜨리어 모두 화평한 지경에 돌아가 번쇄하고 조급한 걱정이 없게 되면 진실로 좋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장악원(掌樂院)에 신칙하라고 명하였다. 예(禮)를 마치자, 인의(引儀)가 동반과 서반을 인도하여 자리에 나아가게 하고, 상례(相禮)가 왕세손을 인도하여 자리에 나아가게 하였다. 음악이 연주되고 사배례(四拜禮)를 행하였다. 예를 마치자 상례가 왕세손을 인도하여 나오게 하고, 임금은 대궐 안으로 돌아와 사옹원 제조와 여러 신하에게 차등 있게 상을 주었다. 《수작갱운록(受爵賡韻錄)》을 간행하여 올리고 여러 신하에게 반사(頒賜)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0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08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 / 재정-국용(國用) / 의생활(衣生活) / 식생활(食生活) / 예술-음악(音樂) / 구휼(救恤) / 출판-서책(書冊)

    ○癸丑/上御景賢堂, 親受爵。 是日上具翼善冠袞龍袍陞座, 承史侍衛分左右進前, 樂師唱尊號。 樂章訖, 相禮引王世孫, 具翼善冠玄袞袍, 入就拜位。 行致詞禮四拜, 樂作小止。 引儀分引東西班, 入就拜位, 先致詞, 致詞曰: "世孫臣某, 玆遇壽星東照, 寶筭靈長, 慶溢宗國, 歡均八方。 恭惟至行純德英謨毅烈章義弘倫光仁敦禧體天建極聖功神化主上殿下, 臨御四紀, 化覃區域。 至孝至仁, 乃聖乃哲。 一念敬愼, 每存謙抑, 皇天眷德, 堯齡躋八, 如崗如陵, 維松維栢, 幸値嘉會, 彌切愛日。 微懇勉循, 誠禮俱叶, 玆辰奉觴, 益彰先烈, 臣不勝慶忭之忱, 敢祝千千歲壽。 奏訖行四拜如上儀。 王世孫率群臣, 行三叩頭山呼, 禮訖各就位。 司饔院提調長溪君 , 詣御座前, 奉揮巾進御膳, 內侍進花盤, 司饔提調海運君 進王世孫揮巾及供膳。 執事分供諸臣賜饌散花, 諸臣皆離位跪受訖, 王世孫詣御榻前, 登歌樂作, 文武舞幷進。 進初味, 進王世孫味數, 執事分賜諸臣味數。 上曰: "大德得壽, 予實愧矣。 追憶癸亥慈敎, 不勝愴慕。 今日之事, 沖子與卿等勸成者也。" 領議政洪鳳漢曰: "聖祖乙酉故事, 有政府歌謠, 故臣等以七章, 倣古以進矣。" 上命讀奏之。 其歌曰: "吾王受爵, 上帝錫祿。 赫監明明, 聿懷翼翼。 日升月恒, 大德攸得, 斟以北斗, 俾千俾億。 吾王受爵, 祖宗垂隲。 誠孚神明, 道闡精一。 于前有光, 允謨允烈, 宜其壽耉, 維孝之達。 吾王受爵, 文孫致慶。 撫之以慈, 誨之以正, 庸嘉良能, 勉循固請, 於萬斯年, 愛日祝聖。 吾王受爵, 臣工歡忭。 九疇會極, 萬彙丕變。 陶鑄生成, 功溥化遍。 南山不騫, 永侍斯讌。 吾王受爵, 黎民鼓舞。 惠澤滲漉, 我哺我乳。 囿以太和, 厥施斯普。 華封之頌, 匝于東土。 吾王受爵, 維乙之歲。 神京定鼎, 星甲六屆。 是月是日, 盛事復繼, 萬壽之獻, 漢水瀰瀰。 吾王受爵, 介福洋洋。 王曰儆哉, 無已太康, 聖不自有, 謙而益光。 惟日乾乾, 眉壽無疆。" 上親製四言一句曰: "纉承鴻業, 淵氷戒深。" 命王世孫以下賡進。 又以追念舊臣之意, 親寫四言八字, 分賜入侍諸臣曰: "表予不忘之意也。" 次第進爵訖, 樂止, 文武舞退, 處容舞進, 樂作。 小頃舞退樂止, 司饔提調撤御饌, 樂師唱御製太康章訖, 領議政洪鳳漢進曰: "臣等旣醉且飽, 惠民之政, 亦宜行之也。" 上曰: "强抑初心, 今受茶爵。 噫! 一則追述乙酉盛事, 一則追慕癸亥 慈音, 自顧初心, 悚恧勝言? 粤昔丙戌, 侍宴仰覩, 今予之意, 願將此茶, 遍沾元元。 意已若此, 豈忍踰月? 八道舊逋中最久二年條, 特爲蠲減, 貢人舊遺在, 依己卯數減給, 市民二朔所捧及懸房贖, 一體蠲減, 以示予體昔年顧恤之意。 知中樞府事徐志修進曰: "今玆之辰, 太平盛事, 歡忭之忱, 大小同情, 推惠八方, 尤爲急務。 而以臣所見, 三南災結分俵者太小矣。" 上曰: "此政若予意, 明日大臣備堂, 講確以奏。" 志修又曰: "樂之道, 與政通, 所關誠重, 而三代以後, 禮壞樂廢, 固無挽回之望矣。 第近世民間俗樂, 皆是繁音促節, 有不堪觀, 今番奏樂時, 俗樂亦未免繁音。 我國與民樂, 實是和平之音也, 今使俗樂節奏, 皆從與民樂, 爲和平之音, 而一切禁其繁音, 則其於政敎, 似爲有助矣。 且臣待罪成川時見之, 則其樂亦是繁音, 而一曲將終, 必以緩聲收之, 此必近古之遺法。 若倣此意而行之於京師, 以至傳布八方, 使皆歸於和平, 而無繁促之患, 則誠似好矣。" 上命申飭樂院。 禮畢, 引儀引東西班就位, 相禮引王世孫就位。 樂作行四拜。 禮訖, 相禮引王世孫出, 上還大內, 賞司饔院提調諸臣有差。 以《受爵賡韻錄》命刊進, 頒賜諸臣。


    • 【태백산사고본】 71책 10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208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 / 재정-국용(國用) / 의생활(衣生活) / 식생활(食生活) / 예술-음악(音樂) / 구휼(救恤)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