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실록 105권, 영조 41년 4월 17일 임술 2번째기사
1765년 청 건륭(乾隆) 30년
영의정 홍봉한이 북성 주맥의 빈 골짜기에 인가를 두어 살게 할 것을 아뢰다
영의정 홍봉한이 아뢰기를,
"북성(北城) 주맥(主脈)의 동북쪽에 빈 골짜기가 하나 있어 지면이 매우 평평하고 넓은데, 나무꾼들이 함부로 들어가 벌채하여 민둥산이 되어 나무가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만일 수십 호의 인가(人家)를 두어 살게 한다면, 가히 도성(都城)을 수호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또 박전(薄田) 약간 경(頃)이 선잠단(先蠶壇)159) 근처에 있는데, 군사(軍士)의 늠료(廩料)를 먹는 자로 하여금 그 땅에 살게 하되 그 밭을 경작하게 하고 그 세금을 감하여 주어 그들에게 생활을 정착하게 한다면, 가히 돌아가 농사를 짓게 하는 실효(實效)가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지형(地形)을 그려 진달하라고 명하였다. 홍봉한이 손가락으로 지점(指點)하며 조목조목 아뢰기를 자못 자세히 하매, 임금이 어영청(御營廳)에 창고를 설치하고 백성을 모집하라고 명하였으니, 곧 오늘날 성북창(城北倉)이었다. 창고가 성외(城外)에 있어서 한갓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으며, 거민(居民)들은 땔나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다가 창고의 저축미로 먹여 주기를 바라니, 소모되는 비용이 도리어 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0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197면
- 【분류】재정-창고(倉庫) / 농업-개간(開墾)
- [註 159]선잠단(先蠶壇) : 잠신(蠶神)에게 제사하던 단. 동대문 밖에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