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의 소에 관해 상소를 한 황최언을 귀양보내고 소장을 받은 승지도 파직시키다
헌납 황최언(黃最彦)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신(臣)은 듣건대 절개와 의리를 위하여 죽는 선비는 마땅히 임금의 안색을 무릅쓰고 간쟁(諫爭)하는 가운데서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조(我朝)가 입국(立國)한 이래로 오로지 절의(節義)만을 숭상하여 4백 년 동안 부식(扶植)·배양(培養)한 것이 천고(千古)에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 때문인지 수십 년 오는 동안 기절(氣節)이 사라지고 없어져서 점차로 위축되어 떨쳐 일어나지 못하는 지경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시험삼아 가까운 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번에 신경(申璟)의 소(疏)는 진실로 망령되기는 하였으나 누(累)가 네 사람에게까지 뻗치고, 벌(罰)이 여러 선비에게 미쳤으며, 성상의 의노(疑怒)는 점점 거세어지고 처분은 적당함을 지나쳐 스스로 폄손(貶損)함을 보이고, 위중(威重)을 거꾸러지게 하는 데 이르렀으니, 더욱이 물건을 받아들이는 데 순응(順應)하고 소리와 안색을 두드러지게 하지 않는 도리가 아닙니다. 조정(朝廷)에 있는 여러 신하들이 전에 없던 지나친 행동이라고 누구인들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차라리 집안에 들어앉아 사담(私談)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광구(匡救)008) 하는 말 한마디는 즐겨 꺼내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하여 조종조(祖宗朝)의 몇백 년 배양(培養)한 공이 하루아침에 쓸어져 없어지기를 이와 같이 극단에 달하였습니까? 신이 죄를 입은 여러 신하들과는 서로 영향(影響)이 미칠 수도 없습니다만, 신은 그 사람들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초선(抄選)009) 이란 이름을 아끼는 것입니다. 초선(抄選)된 사람은 열조(列朝)에서 예우(禮遇)하는 바이고, 사림(士林)들이 가장 우러러보는 바입니다. 그런데 지금 말 한마디의 망발(妄發)로 인하여 여러 사람들과 아울러 견벌(譴罰)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사책(史冊)에 쓰기를 전하(殿下)께서 경술지사(經術之士)를 천박(淺薄)하게 여겼다고 한다면 성덕(聖德)에 누(累)됨이 어떠하겠습니까? 시험삼아 한가로운 여가에 평탄한 마음으로 기운을 펴시고 번연히 깨우치시어, 모두에게 광탕(曠蕩)의 은전을 베푸신다면, 어찌 일월(日月)이 다시 빛나는 것과 같이 더욱 빛나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상소가 들어가매, 임금이 진노(震怒)하여 그 소장을 먼저 한림(翰林)과 주서(注書)에게 물으니, 주서 김재인(金載人)과 한림 이형원(李亨元)이 모두 황최언을 매우 그르다고 하였다. 임금이 곧 대답하지 않은 것은 머뭇거리는 의도가 있다고 하여 김재인을 종성(鍾城)으로, 이형원을 대정(大靜)으로, 황최언을 삼수(三水)로 귀양 보내었다. 여러 번 엄교를 내리었는데, ‘황최언은 산림(山林)의 여의(餘意)를 주워 모아 얼굴을 바꾸고 붙따랐으니, 참으로 난신(亂臣)이다. 마땅히 엄문(嚴問)해야 하나 그 관명(官名)을 아껴 우선 놓아준다.’ 하고는 황최언의 이름을 진신소록(搢紳疏錄)에서 지워버리고, 그 소장을 받아들인 승지(承旨)도 파직시켰으며, 수수 방관(袖手傍觀)한 것은 간악한 자를 쫓아내는 의리가 아니라고 하여 행공(行公)하는 여러 대직(臺職)들도 파직시켰다. 한림 이동우(李東遇)가 이형원과 함께 죄벌을 받겠다고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처음에는 이미 무상(無狀)하다고 하여 놓고, 끝에 가서는 또 동죄(同罪)를 청하니, 꼭 그 당여(黨與)에 들어 가고 싶은가?"
하고, 이동우를 철원(鐵原)으로 귀양보내라고 명하였으며, 이어서 그를 검의(檢擬)한 전관(銓官) 신회(申晦)를 평안 감사(平安監司)로, 참판 박상덕(朴相德)을 영흥 부사(永興府使)로, 참의 권도(權噵)를 평해 군수(平海郡守)로 특별히 보임(補任)하였다. 특지(特旨)를 내려 심수(沈鏽)를 이조 판서(吏曹判書)로, 서명응(徐命膺)과 홍낙명(洪樂命)을 참판(參判)과 참의(參議)로 삼았다. 다시 좌우상(左右相)을 편전(便殿)으로 불러 엄교(嚴敎)를 여러 번 내렸는데, 대개 송명흠(宋明欽)의 일 때문이었다. 우의정 김상복(金相福)이 말하기를,
"산야(山野)에 있는 사람이 본래 조정(朝政)을 간섭하려고 하지는 않지마는, 전하께서 불러 우대(優待)하시면, 송명흠이라고 해서 어찌 말을 하지 않겠습니까? 시인(詩人)의 적불(赤芾)010) 의 기롱이라 한 것이 역시 고(故) 상신(相臣) 남구만(南九萬)의 상소 가운데도 있었습니다. 남구만도 역시 독서(讀書)를 한 사람인데, 어찌 써서는 안되는 문자(文字)를 가지고 임금에게 고하였겠습니까? 신(臣)이 연석(筵席)에서 문득 정령(政令)을 베푸는 데 있어서 걸핏하면 후세(後世)에 법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우러러 권면하였습니다. 전하께서는 말 달려 사냥하는 과실도 없고 왕위에 오르신 지 40여 년 동안 겪으신 일이 이미 많았습니다. 조제(調劑)하는 데 있어서 고심한 나머지 간혹 과격한 데에 이르렀으므로, 신과 같이 대관(大官)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감히 말 한마디 못하였거늘 하물며 소관(小官)들이겠습니까? 요즈음에 와서 언제 일찍이 어느 한 사람도 전하의 뜻을 거스른 이가 있으며, 또한 전하께서도 또 언제 신하의 한마디 말로 번연히 깨달아 고친 일이 있었습니까? 신들이 모두 아첨만 일삼아 임금의 뜻만 순종하는 소인(小人)이 된다면, 성상(聖上)께서 어찌 홀로 성주(聖主)가 되겠습니까? 이런 방도를 가지고 세손(世孫)에게 끼치어 준다면, 세손도 반드시 남의 신하된 자는 진실로 이와 같이 하여야 마땅하다고 장차 생각할 것이니, 국가에 일이 있으면 누가 즐겨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에 보답하겠습니까?"
하고, 말을 하는 데 있어서 반복하여 간절하게 하니, 임금이 매우 옳게 생각하여 노여움이 비로소 조금 풀렸다.
- 【태백산사고본】 71책 10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18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註 008]광구(匡救) : 바로잡아 구원함.
- [註 009]
초선(抄選) : 의정 대신과 이조의 당상관이 회합하여 경연관(經筵官)으로 적합한 사람을 선발함.- [註 010]
적불(赤芾) : 대부(大夫) 이상이 사용하는 복식(服飾)인데, 소인(小人)이 입음으로써 소인이 군자인 체하는 것을 지적한 것임. 《시경(詩經)》 후인장(候人章)에 보임.○獻納黃最彦上疏, 略曰:
"臣聞伏節死義之士, 當求於犯顔諫諍之中。 我朝立國以來, 專尙節義, 四百年扶植培養, 逈出千古。 夫何數十年來, 氣節消亡, 駸駸然入於骫骳不振之域。 試以近事言之, 向來申璟之疏誠妄矣, 而累延四人, 罰及多士, 疑怒層激, 處分過當, 至於自示貶損, 放倒威重, 尤非物來順應不大聲色之道。 在廷諸臣, 孰不曰無前過擧? 而寧爲屋下私談, 不肯出一言匡救。 是何祖宗朝累百年培養之功, 一朝掃盡, 至此之極也。 臣與被罪諸臣, 影響不相及, 臣非愛其人也,愛其抄選之名也。 抄選列朝之所禮遇, 士林之所宗仰, 而今因一句語妄發, 幷與許多人譴罰。 書之史冊, 謂殿下賤薄經術之士, 則其於累聖德何? 試於淸燕之暇, 平心舒氣, 幡然改悟, 幷施曠蕩之恩, 則豈不大有光於日月之更乎?" 疏入, 上震怒, 先問其疏於翰注, 注書金載人, 翰林李亨元, 俱以爲最彦甚非矣。 上以不卽對, 有逡巡意, 竄載人于鍾城, 亨元于大靜, 最彦于三水。 屢下嚴敎, 以最彦掇拾山林之餘意, 換面趨附, 眞亂臣。 當嚴問而惜其官名, 姑赦之。 削最彦名于搢紳疏錄, 罷捧入承旨職, 以袖手傍觀, 非逐雀之義, 罷行公諸臺職。 翰林李東遇請與亨元同被罪罰, 上曰: "始旣曰無狀, 終又請同罪, 必欲入其黨乎?" 命竄東遇于鐵原, 仍特補檢擬銓官申晦平安監司, 參判朴相德 永興府使, 參議權噵 平海郡守, 特旨以沈鏽爲吏曹判書、徐命膺ㆍ洪樂命爲參判參議。 又召左右相于便殿, 多下嚴敎, 蓋宋明欽事也。 右議政金相福曰: "山野之人, 本無干涉朝政者, 殿下召而優待之, 明欽安得無言乎? 詩人赤芾之譏云者, 亦在於故相臣南九萬之疏中。 九萬亦是讀書之人, 豈以不當用之文字, 告於君乎? 臣於筵席, 輒以政令施措, 動爲後法仰勉矣。 殿下無馳騁弋獵之失, 而臨御四十餘年, 閱歷旣多。 調劑苦心, 或至過激, 故如臣之職忝大官者, 亦不敢一言, 況小官乎? 近來何嘗有一人逆殿下之志, 殿下亦何嘗因臣下一言而幡然改悟者乎? 臣等皆謟諛承順而爲小人, 則聖上豈獨爲聖主乎? 將此道以遺世孫, 則世孫必將以爲爲人臣者, 固當如此, 國家有事, 誰肯有忘身而報國者乎?" 其爲言, 反復懇切, 上甚可之, 怒始少霽。
- 【태백산사고본】 71책 10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18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註 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