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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101권, 영조 39년 3월 3일 경신 3번째기사 1763년 청 건륭(乾隆) 28년

송명흠이 제사에 술을 쓸 것을 청하다

임금이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유신(儒臣)이 문의(文義)를 진달하기를 마치자, 임금이 경연관(經筵官) 송명흠(宋明欽)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옛날 성현(聖賢)이 전수(傳授)한 심법(心法)을 오늘 다 말하도록 하라."

하니, 송명흠이 말하기를,

"제왕의 학문은 ‘인(仁)’이란 한 글자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이란 글자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논어》를 버리고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또 ‘효제 순덕(孝悌順德)’이라고 말한 것은 대개 효(孝)가 인(仁)의 단서이고 인이 효의 본체(本體)이기 때문이니, 인을 행하려 하는 사람은 반드시 효제(孝悌)로부터 공부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언 영색(巧言令色)·강의 목눌(剛毅木訥) 두 장(章)을 참고해 본다면 인의 체단(體段)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무릇 남이 자기보다 나으면 싫어하게 되니, 하우(下愚)는 비록 자기보다 나은 벗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자기만 못하다고 여긴다."

하니, 대답하기를,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자기가 가르친 사람은 신하 삼기를 좋아하고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신하 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대저 인군(人君)이 사람을 씀에 있어서 가르침을 받은 사람에 대해 우왕(禹王)이 옳은 말에 절을 하고 순제(舜帝)가 비근한 말을 살폈던 것처럼 한다면, 어찌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할 염려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송명흠 이어 나아가 말하기를,

"신이 듣건대, 술을 빚는 것이 나라의 큰 금법(禁法)이 되어 태묘(太廟)에 술을 쓰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이는 아마도 예(禮)에 크게 어긋나는 것인 듯합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저 구수한 향기여.’라고 하였고, 《서경》에는 이르기를, ‘제사에만 이 술을 쓰라.’고 하였으니, 흠향하는 도리는 오로지 울창주(鬱鬯酒)를 따루어 강신(降神)하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주(神州)042) 를 바라보매 백년 동안 육침(陸沈)하여 술 향기가 날 곳이 없으니, 저 양양(洋洋)하게 척강(陟降)하는 혼령도 또한 반드시 동토(東土)043) 를 돌아보아 단소(壇所)에 강림(降臨)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제 시향(時享)이 멀지 아니한데 번국(藩國)에서 금한다 하여 막중한 제사에 쓰지 않는다면 아주 예의(禮意)가 아닙니다. 신은 사사로이 술을 빚어서 회음(會飮)하는 것은 엄격히 금하고 향사(享祀)에만 쓴다면 진실로 마땅함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제사에 맑은 술을 쓰는 것을 어찌 내가 하고 싶지 않겠는가? 옛날에는 단지 예락(禮酪)044) 만 있었기 때문에 바야흐로 예주(醴酒)를 쓰고 있는데, 초밀(椒蜜)로 빚어 맑고 깨끗함이 지주(旨酒)보다 낫다. 경영관의 말을 나는 들어줄 수 없다."

하였다. 송명흠이 또 말하기를,

"권극(權極)은 ‘살(殺)’ 자로 인군(人君)을 인도하였으니, 신은 권극을 죄주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이미 법을 쓴 것인데, 어찌하여 억울하게 죽였다 하는가?"

하였다. 송명흠이 말하기를,

"윤구연(尹九淵)의 죄는 영(令) 전에 있었기 때문에 신이 감히 진달한 것인데, 말이 망발에 관계되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전하께서 신의 말을 쓰셨기에 전후에 걸쳐 말 때문에 죄를 얻은 자들이 많이 석방되어 사면을 받았는데, 김시찬(金時粲)·윤시동(尹蓍東)·서형수(徐逈修)·유당(柳戇) 등은 아직도 죄적(罪籍)에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기뻐하지 아니하면서 말하기를,

"다시 말하지 말라. 오늘 바람 기운이 몹시 나쁘더니, 경연관이 진달한 바가 오늘 바람부는 날씨의 징험이 될 만하다."

하였다. 잠시 후에 송명흠을 앞으로 나오라 명하여 말하기를,

"말을 쓰지 않는다 하여 급작스레 돌아가지 말라."

하고, 이어 손을 잡으며 돈면(敦勉)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9책 10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12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정론-간쟁(諫諍) / 사상-유학(儒學)

○上御晝講。 儒臣陳文義訖, 上顧謂經筵官宋明欽曰: "古聖賢傳授心法, 今日盡言之。" 明欽曰: "帝王之學, 莫過於一仁字。 而欲識仁字之義, 舍《論語》何求哉? 且如孝悌順德云者, 蓋孝是仁之端, 仁是孝之體, 爲仁者必從孝悌上做去。 參觀於巧令剛訥二章, 則可知仁之體段矣。" 上曰: "凡人勝己則厭之, 下愚則雖勝友, 必謂之不如己也。"對曰: "《孟子》曰, ‘好臣其所敎, 不好臣其所受敎。" 夫人君之用人, 必於所受敎之人, 如之拜昌言, 之察邇言, 則豈有厭其勝己之患哉?" 明欽仍進曰: "臣聞釀酒爲國大禁, 以至不用於太廟, 此恐大違於禮也。 《詩》云, ‘飶彼馨香,’ 云: ‘祀玆酒,’ 歆格之道, 專在於灌鬯。 而顧瞻神州, 百年陸沈, 芬苾無所, 其洋洋陟降之靈, 亦必眷顧於東土, 而降格於壇所矣。 況今時享不遠, 而以藩國之禁, 不用於莫重之祀, 殊非禮意。 臣以爲痛禁私釀會飮, 用之於享祀, 則誠得宜矣。" 上曰: "祭用淸酤, 豈予所欲? 古者只有醴酪, 故方用醴酒, 釀以椒蜜, 淸洌過於旨酒。 經筵官之言, 予不可聽矣。" 明欽又曰: "禁酒用極律, 人猶犯之。 臣謂依前減律, 然後法可行矣。" 上是之。 明欽又曰: "權極以殺字導人君, 臣謂宜罪, 以慰枉死者。" 上曰: "予旣用法, 豈云枉殺乎?" 明欽曰: "尹九淵罪在令前, 故臣敢達, 而言涉妄發矣。" 又言: "殿下用臣言, 前後以言獲罪者, 多蒙放宥, 而金時粲尹蓍東徐逈修柳戇等, 則尙在罪籍矣。" 上不悅曰: "勿復言。 今日風氣甚惡, 經筵官所達, 可爲今日風日之驗矣。" 旋命明欽進前曰: "勿以言不用而遄其歸也。" 仍執手敦勉。


  • 【태백산사고본】 69책 10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12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정론-간쟁(諫諍)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