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빈이 조현례를 행하다. 전국에 반교하다
왕세손빈(王世孫嬪)이 조현례(朝見禮)를 행하였다. 팔도와 양도(兩都)에 반교(頒敎)하기를,
"왕은 말하노라. 성스러운 상서(祥瑞)가 사손(嗣孫)에게 응하여 만대의 경사가 계속되고, 하늘의 아름다움으로 그 짝을 맞이하여 백 대의 수레로 예(禮)를 이루었다. 기쁨이 종묘(宗廟)에 넘치고, 축하의 말이 조야(朝野)에 들끓는다. 오직 우리 적손(嫡孫)이 이미 장성하였으니, 관례(冠禮)와 초례(醮禮)를 막 치르게 됨을 다행히 보았노라. 가법(家法)을 마음으로 전해 받았으니 일찍이 효제(孝悌)의 도리를 알았고, 증자(曾子)의 교훈을 복응(服膺)했으니 수신(修身)·제가(齊家)의 공부를 잘 강론하였다. 선비들이 처음 입학할 때부터 우러러 보았으니 참으로 고개를 늘여 기대(企待)하기에 합당하였고, 백옥같은 바탕은 스승에게 나아갈 나이가 되었으니 혼인의 예를 어찌 늦출 수 있겠는가? 이에 삼간(三揀)의 옛법을 따라, 드디어 육례(六禮)033) 의 길일(吉日)을 가렸도다. 《주역(周易)》의 곤상(坤象)034) 을 본받았으니 사실 풍화(風化)의 근원이 매어 있었고, 주시(周詩)의 관저(關雎)035) 를 사모했으니 이에 요조 숙녀(窈窕淑女)를 구했노라.
왕세손빈(王世孫嬪) 김씨(金氏)는 성후(聖后)와 같은 성씨요, 명조(名祖)의 후손이다. 이는 그 조상의 경사(慶事)가 후손에게 다시 이어져 숙녀가 태어났고, 그 상서가 오래 전부터 정해졌으니 마땅히 휘음(徽音)을 계승하리라. 본디 자질이 온화하고 유순하였는데, 내칙(內則)을 익혀 침착하고 정숙하였다. 귀서(龜筮)036) 가 모두 좋았으니 하늘이 지어준 짝임을 알겠는데, 폐백을 받는 날 또한 길일로 정하였다. 그리하여 금년 2월 병인일에 왕세손을 초계(醮戒)하여 친영(親迎)을 마쳤고 의문(儀文)을 갖추어, 책호(冊號)를 내렸도다. 선고(璇誥)037) 와 화유(華褕)038) 는 차례를 따라 법도에 맞았고, 은인(銀印)과 채장(綵仗)은 제도를 따라 아름다움을 간직하였도다. 후세에 전해질 아름다운 계책은 왕세손에게 길이 내려지고, 혼행(婚行)의 꽃다운 교화는 계승하는 여자가 행해야 할 바이다. 이 어찌 조단(造端)039) 의 기반이 될 뿐이랴? 또한 가통(家統)을 잇는 근본이 되리라.
뒤늦게 이 왕세손을 얻고는 오직 빨리 성장하기를 바랐었는데, 지금 혼인하는 모습을 보니 기쁜 마음을 어찌 가눌 수 있으랴? 형패(珩珮)040) 가 문침(問寢)041) 에 이어지니 늘그막에 기쁨이 가이없고, 집안을 잘 다스릴 것을 미리 점쳤으니 끝없이 영원한 복이로다. 이는 실로 고금(古今)에 드문 영전(令典)이니, 마땅히 중외(中外)와 더불어 기뻐해야 할 일이다. 아! 손성(孫星)이 세자궁(世子宮)에 더욱 빛나고, 세손궁(世孫宮)에는 자손이 번성한 칭송이 일어날 것이다. 혼가(婚嫁)를 도와주고 환독(鰥獨)을 위무(慰撫)하도록 이미 혈구(絜矩)042) 의 은혜를 시행할 것이고, 아내에게 모범을 보여 가방(家邦)을 다스리려면 몸을 수양(修養)하는 학문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에 교시하노니,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하였다. 【홍문관 제학(弘文館提學) 이정보(李鼎輔)가 지어 바쳤다.】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9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33]육례(六禮) : 혼인(婚姻)의 여섯 가지의 예(禮). 즉 납채(納采)·문명(問名)·납길(納吉)·납징(納徵)·청기(請期)·친영(親迎)을 이름.
- [註 034]
곤상(坤象) : 《주역》 팔괘의 하나인 곤괘로 순음(純陰)의 때임. 건(乾)의 대로서 땅·신하·음성(陰性)·여성을 상징함. 여기서는 후비(后妃)의 덕을 말함.- [註 035]
관저(關雎) : 《시경》 주남(周南)의 관저편을 말하는데, 주나라 문왕(文王)과 그 후비(后妃)인 사씨(姒氏)의 덕을 군자가 숙녀를 구득하여 배필을 사모하는 것과, 구득한 뒤 화락(和樂)하는 정경으로 노래했음.- [註 036]
귀서(龜筮) : 점대로 치는 점과 귀갑(龜甲)을 불에 그을리어 그 갈라진 금을 보아서 치는 점.- [註 037]
선고(璇誥) : 고명(誥命).- [註 038]
화유(華褕) : 왕비의 화려한 옷.- [註 039]
조단(造端) : 시작.- [註 040]
○丁卯/行王世孫嬪朝見禮。 頒敎于八道兩都, "王若曰, 膺聖瑞於嗣孫, 萬世慶衍, 迓天休於立配, 百兩禮成。 喜溢宗祊, 賀騰朝野。 惟予世嫡之孫已長, 幸見冠醮之禮。 才經家法心傳, 早識孝悌之道, 曾訓服膺, 政講修齊之工。 靑衿聳齒冑之時, 允叶延頸之望, 玉質當就傅之歲, 詎緩迎相之儀? 肆倣三揀之舊規, 遂卜六禮之盛擧。 體《羲經》之坤象, 實係風化之源, 慕《周詩》之關雎, 爰求窈宨之媲。 王世孫嬪金氏, 聖后潢泒, 名祖雲仍。 餘慶復毓於後昆, 篤生淑女, 厥祥乃定於舊載, 當嗣徽音。 得於素賦者婉娩和柔, 習於內則者, 雍容貞順。 龜筮俱叶, 可見天作之宜, 禽贄肆將, 正屬日月之吉。 乃於本年二月丙寅, 醮戒王世孫親迎訖, 儀文載備, 冊號賁揚。 璇誥華褕, 從倫序而合度, 銀印綵仗, 遵徽制而含章。 洋洋燕翼之謨, 祚胤永錫, 藹藹鵲巢之化, 纉女攸行。 是豈徒造端之基? 抑亦爲承家之本。 晩有在抱之慶, 一念惟切於成長, 今覩合巹之休, 中心曷勝其嘉悅? 珩珮相承於問寢, 融融暮境之歡, 第祿可占於宜家, 綿綿永世之福。 此實曠古今令典, 亶合與中外胥欣。 於戲! 孫星增鶴禁之光, 甲觀騰螽斯之頌。 助婚嫁而恤鰥獨, 旣推絜矩之恩, 刑寡妻而御家邦, 益勉修己之學。 故玆敎示, 想宜知悉。" 【弘文提學李鼎輔製進。】 。
- 【태백산사고본】 68책 99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9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