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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98권, 영조 37년 12월 25일 기축 2번째기사 1761년 청 건륭(乾隆) 26년

경기 감사의 일에 관하여 결장대신 속전을 거두게 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갔는데, 승지·대신·예조 판서·형조 판서·판의금이 입시(入侍)하였을 때에 영의정 홍봉한이 말하기를,

"일전에 연중(筵中)에서 호조 판서와 이야기를 나눌 즈음에 사기(辭氣)를 너무 드러낸 것은 비록 신의 기질(氣質)의 병통이긴 하나, 황송함을 견딜 수 없어 이렇게 차자로 진달하여 인구(引咎)하는 바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인군(人君)으로서 어찌 능히 한 도신(道臣)의 가분한 데 대한 율을 적용하지 못하겠는가?"

하니, 홍봉한이 말하기를,

"신이 도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견(所見)이 이와 같기 때문에 숨김이 없는 정성으로 쟁집(爭執)한 바가 있었던 것인데, 성교(聖敎)가 이에 이르니 신은 실로 황송합니다."

하였다. 하교하기를,

"내가 나쁘게 말하면 임의로 분배(分排)한 것이고, 다음으로 말하면 가분한 것이며, 헐하게 말하면 잘못 분배한 것이다. 비록 그러나 대신이 아뢴 뜻이 이와 같은즉 마땅히 분간(分揀)하는 도리가 있어야 되겠으니 경기 감사 홍계희를 특별히 분간한다. 이 뒤로는 비록 부윤(府尹)을 옛날로 회복하기 전에 비총(比摠)296) 하더라도 36읍(邑)을 모두 계산하는 뜻으로 규식을 정하여 밝히도록 하라."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수령의 근무 성적이 말단에 있다 하여 형장(刑狀)을 집행하는 것은 자못 사대부를 대우하는 도리가 아니고, 또 나라의 체모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사대부가 되어 하필이면 몸을 드러내게 하고 형장을 더한 뒤에야 그 수치(羞恥)임을 알겠는가? 내가 변통하려고 한다."

하니, 여러 신하가 모두 말하기를,

"성교(聖敎)가 진실로 좋습니다."

하니, 이어서 결장(決杖)을 고쳐 속전(贖錢)을 거두게 할 것을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8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 / 구휼(救恤) / 사법-행형(行刑) / 사법-법제(法制)

  • [註 296]
    비총(比摠) : 매년 가을에 호조에서 그 해의 기후와 작황을 참고하고 상당년(相當年)과 비교 상량(商量)하여 세액(稅額)을 결정한 총액. 연분(年分)을 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급재(給災) 절차를 취한 다음, 세액을 결정함.

○上御景賢堂, 承旨大臣禮判秋判判義禁入侍時, 領議政洪鳳漢曰: "日昨筵中, 與戶判游辭之際, 辭氣太露, 雖臣氣質之病, 而不勝惶悚, 有此陳箚引咎矣。" 上曰: "予以人君, 豈不能用一道臣加分之律乎?" 鳳漢曰: "臣非爲道臣, 所見如此, 故以無隱之忱, 有所爭執, 而聖敎至此, 臣實惶悚矣。" 敎曰: "予則極以言之, 則擅分也, 次以言之, 則加分也, 歇以言之, 則誤分也。 雖然大臣奏意若此, 當有分揀之道, 京畿監司洪啓禧, 特爲分揀, 此後雖比摠於府尹復舊之前, 摠計三十六邑之意, 申明定式。" 上曰: "守令居末決杖, 殊非待士夫之道, 且損國體, 身爲士夫, 何必露體加杖之後, 知其羞愧乎? 予欲有變通矣。" 諸臣皆曰: "聖敎誠好。" 仍命改決杖爲收贖。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8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 / 구휼(救恤) / 사법-행형(行刑) / 사법-법제(法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