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실록98권, 영조 37년 10월 9일 갑술 1번째기사
1761년 청 건륭(乾隆) 26년
왕세자가 진현하다
왕세자가 경희궁(慶熙宮)에 나아갔다. 흑립(黑笠)과 도포(道袍) 차림으로 소여(小輿)를 타고 선인문(宣仁門)으로 나가니, 약방 분제조(藥房分提調) 이득종(李得宗)이 진후(診候)할 것을 청하매, 하령(下令)하기를,
"비록 진현(進見)하란 명을 받들었으나 지난 일을 추념(追念)하면 오히려 송구함이 많은데, 어떻게 진찰할 것을 허락하겠는가?"
하고, 경희궁홍마목(紅馬木)228) 밖에 이르러 도보(徒步)로 들어가서 현모문(顯謨門) 밖에서 부복하니, 임금이 사관(史官)으로 하여금 그 복착(服着)한 것을 묻고 또 내시(內侍)를 시켜서 진현할 것을 명하였다. 왕세자가 감히 들어갈 수 없다고 대답하니, 임금이 영상 홍봉한을 시켜서 힘써 효유하여 들어오도록 하고, 하교하기를,
"원량(元良)이 이미 진현(進見)하였으니 상참(常參)·차대(次對)·주연(胄筵)을 규례에 의하여 하도록 하라."
하고, 또 하교하기를,
"원량이 돌아갈 때에는 현모문에서 여(輿)를 타고 흥화문(興化門)에서 연(輦)을 타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81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교통-육운(陸運) / 의생활(衣生活)
- [註 228]홍마목(紅馬木) : 궁문(宮門) 밖 좌우에 세워 있는 마목. 마목은 가마 등을 올려놓을 때 괴는 나무 받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