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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97권, 영조 37년 6월 26일 계사 1번째기사 1761년 청 건륭(乾隆) 26년

왕세자를 권면하는 대사헌 윤봉오의 상서

대사헌 윤봉오(尹鳳五)가 상서(上書)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대저 부자(父子)란 자연의 이치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대상이며 사람의 정의로는 가장 친하고 가장 가까운 대상으로 피와 기운이 유통(流通)하며 아프거나 가려움이 서로 관계되니, 이것은 존귀한 사람이나 미천한 사람이 다르지 않으며 현명하거나 어리석다고 하여 구별되지 않습니다. 우러러 생각하건대, 성상(聖上)의 마음은 바로 저하(邸下)의 마음이며 저하의 마음은 바로 성상의 마음이니, 두 마음이면서도 한 마음으로 융합함이 간단이 없어야 합니다. 성상에게 한 번의 기쁨과 한 번의 노여움이 있으면 저하께서 어찌 당연히 그것을 알아야 하지 않겠으며, 저하에게 한 가지 즐거움과 한 가지 근심이 있으면 성상께서 역시 어떻게 당연히 몰라야 하겠습니까? 저하께서 갑자기 마음을 돌려 뉘우치고 깨달았음은 참으로 성인(聖人)이 될 수 있는 일대(一大)의 기회로서 모든 제왕(帝王) 가운데서 높이 뛰어나다고 말할 만한데, 어찌 우리 성상으로 하여금 굽어 들을 수 없도록 하겠습니까? 무릇 일을 행함에 있어 진실되고 정직하며 성실하게 하면 항상 여유가 있고, 숨기고 돌아다보며 두려워 하면 항상 위축이 됩니다.

지금의 사정을 돌이켜 보건대, 어찌 저하의 본심(本心)이 그러해서이겠습니까? 조정에 있는 여러 신하들이 구차하게 우선 편안한 것만 취하고 임시 변통으로 꾸려 나가다가 이에 이르렀으니, 생각하지 못함이 심하다고 할 만합니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말마다 제지를 당하고 일마다 구차스럽게 되며 지나는 길마다 곤란해져 아마도 쾌한 시절을 열지 못할 듯하니, 어떻게 민망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날의 일은 문득 현실과 관계가 없는 옛날 일이 되어 버리는데, 지금 다시 무엇을 혐의스럽게 여기며 무엇을 의심합니까? 비록 지극히 작디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마침내는 반드시 드러나고 알려지는 법인데, 더구나 온 세상에서 함께 듣는 바 대단히 큰 경사스럽고 기쁜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자연히 한결같이 사방의 사람이 보고 듣는 아래에 사무치게 되는데, 알 수 없다고 한다면 저하께서 일찍이 스스로 진술하지 못한 것이 비록 저하의 본심이 아니라 하더라도 저하의 불안(不安)함이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바라건대 저하께서는 가리고 보호하는 것을 충성으로 여기지 말고 숨기지 않는 것을 충성스럽지 못하다고 여기지 마소서."

하니, 왕세자가 답하기를,

"권면하는 바를 깊이 유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분제조(分提調)에게 하령(下令)하기를,

"도헌(都憲)156) 의 글에 권면하도록 진달한 것은 좋지만 아래 항목의 말은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한 것이며, 유정원(柳正源)의 글과는 달라서 위에다 알리려고 하는 뜻이 없지 않으므로 내가 매우 서글프게 여긴다. 심이지(沈履之)홍계희(洪啓禧)의 사건 뒤에 진심을 모두 보였었는데, 또 이런 글이 있게 되어 심이지의 글과는 내용이 서로 통하니, 마침내 위에다 알리는 데에 이르게 된다면 실로 깊이 염려가 되며, 이 때문에 마음을 쓰느라 밤에 잠도 이룰 수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70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註 156]
    도헌(都憲) : 대사헌의 다른 이름.

○癸巳/大司憲尹鳳五上書, 略曰: "夫父子者, 天理之至重至大, 而人情之至親至切也, 血氣流通, 痛痒相關, 此則非貴賤而有殊也, 非賢愚而有別也。 仰念聖上之心, 卽邸下之心, 邸下之心, 卽聖上之心, 二心而一心, 融洩無間。 則聖上有一喜一怒, 邸下豈不宜知之, 邸下有一樂一憂, 聖上亦豈宜不知乎? 邸下翻然悔悟, 眞作聖之一大機會, 可謂高出百王, 則豈使我聖上, 不得俯聞乎? 凡作事眞實直諒則常裕, 隱約顧畏則常縮。 顧今事情, 豈邸下本心然也? 在廷諸臣, 姑息彌縫, 以至於此, 可謂不思之甚矣。 從今以往, 將言言而掣肘, 事事而苟且, 逕路艱棘, 恐無有開快時節, 豈不悶哉? 往者之事, 便作先天, 今復何嫌何疑? 雖至微至細之事, 終必顯聞, 況擧世所共聞許大慶喜事乎? 其自然一徹於四聰之下, 有不可知, 則邸下之不曾自陳, 雖非邸下之本心, 邸下之不安, 當如何也? 幸邸下, 勿以遮護爲忠, 勿以不諱爲不忠也。" 王世子答曰: "所勉可不體念?" 下令于分提調曰: "都憲之書, 陳勉則好, 而下款語, 不知余心, 異於柳正源之書, 不無欲上徹之意, 余甚慨然。 沈履之洪啓禧事後, 悉示心曲, 而又有此書, 與沈履之書, 語意相貫, 終至上徹, 則實有深慮, 以是用心, 夜不能寢矣。"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70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