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비행을 부추긴 자들의 처벌을 청하는 대사성 서명응의 상서
대사성(大司成) 서명응(徐命膺)이 상서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가만히 듣건대, 저하(邸下)께서 뉘우치고 깨달은 뒤에 여러 신하들이 유독 관서(關西)에 행차한 한 가지 일을 글에 올려서 적기를 감히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아! 지나칩니다. 지금 저하께서 깊은 궁궐 속에 생활하면서 개미 같은 미물도 밟지 않고 다니는 데 대하여 감격하며 떠받들지 않는 이가 없지만, 희극(戱劇)을 범(犯)하면서부터는 외방의 사람들이 미워하며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인심(人心)의 신령함은 속일 만한 것이 아니며 신의(信義)는 두렵게 여길 만합니다. 더구나 이번의 관서로 행차한 한 사건은 나라 사람들이 함께 아는 바인데도 유독 저하 앞에서만은 가리고 숨기니, 이것이 오히려 훌륭한 명예와 좋은 명성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더구나 저하께서 한번 뉘우치고 깨달은 뒤에 지난날의 허물 보기를 정말 하늘의 뜬구름같이 여기며 반드시 스스로 가소롭게 여기고서 오직 당연히 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날마다 앞에서 외도록 하여 경계[箴儆]를 삼도록 하는 것이 더욱 뉘우치며 깨닫는 진실함과 간절함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천리(千里)를 갔다가 돌아오는 예체(睿體)인데도 아직까지 지척(咫尺)에서의 진현(進見)하는 예(禮)를 행하지 못했으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말을 타고 달린 예후(睿候)인데도 약원(藥院)에서의 기거하는 의절(儀節)을 걷어치우지 못하시니, 사람들은 모두 이것으로 저하의 뉘우침과 깨달음이 미진(未盡)한 뉘우침과 깨달음이라고 의심을 합니다. 신이 아무리 저하를 위하여 그것이 그렇지 않다고 변명한다 하더라도 또한 어떻게 그 의혹을 풀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관서로 행차한 때에는 반드시 근신[近習]으로 종용하며 미혹되게 동요하도록 한 자가 있었을 것이며, 관서로 행차한 뒤에 반드시 내시로서 대궐에 있으면서 비답(批答)을 대신 한 자가 있을 것입니다. 환관[刑餘]이 감히 스스로 한 번 죽는 것을 아껴서 예지(睿志)를 현혹시키고 조정(朝政)에 간예(干預)한 것은 그 죄가 구사량(仇士良)112) 보다 지나침이 있습니다. 저하께서 이미 뉘우치고 깨달은 실상이 있다면, 돌아보건대 어찌하여 이 무리들을 아깝게 여기십니까? 당연히 유사(有司)에게 회부하여 그 죄를 분명히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註 112]구사량(仇士良) : 당(唐)나라 환관. 원화(元和:헌종(憲宗)의 연호)·태화(太和:문종(文宗)의 연호) 무렵에 내외 오방사(內外五坊使)를 역임하고 무종(武宗) 때에는 관군용사(觀軍容使)에 올랐는데, 성질이 포악하고 잔인하여 2왕(二王)·1비(一妃)·4재상(四宰相)을 살해하였음.
○大司成徐命膺上書, 略曰:
"竊聞邸下, 近日悔悟之後, 諸臣獨不敢以西行一事, 登諸章書云。 噫! 過矣。 今邸下居深宮之中, 行避螻蟻, 而莫不感戴, 自犯戲劇, 而外人莫不疾蹙, 人心之靈, 非可欺而信可畏也。 況此西行一事, 以國人之所共知, 而獨於邸下之前, 掩護之忌諱之, 是尙何補於令譽令聞哉? 況邸下一悔悟之後, 視前日之過, 眞如太空浮雲, 必自謂之可笑, 而惟當使國人, 日誦於前, 以爲箴儆者, 尤見悔悟之眞切也。 以千里往返之睿體, 而尙不行咫尺進見之禮, 晨夜驅馳之睿候, 而尙不撤藥院起居之節, 人皆以是疑邸下之悔悟, 未盡悔悟。 臣雖欲爲邸下, 明其不然, 又豈能解其惑哉? 況西行之際, 必有近習之慫慂蠱搖者矣, 西行之後, 必有閹竪之居中替批者矣。 刑餘乃敢自愛一死, 而熒惑睿志, 干預朝政, 其罪有浮於仇士良。 邸下旣有悔悟之實, 則顧何惜於此輩? 謂宜出付有司, 明正其罪。"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