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손의 관례를 행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 왕세손의 조알례(朝謁禮)를 받았다. 왕세손이 삼가례(三加禮)072) 를 행하였는데, 초가(初加)에는 곤룡포(袞龍袍)를, 재가(再加)에는 강사포(絳紗袍)를, 삼가(三加)에는 면복(冕服)을 입었다. 빈(賓)인 행 의정부 좌참찬(行議政府左參贊) 서명빈(徐命彬)이 반교문(頒敎文)을 선포하였는데, 반교문에 이르기를,
"왕세손에게 좋은 날에 원복(元服)073) 을 하는 것은 옛법을 따라서이다. 나는 생각하건대, 예(禮)는 관(冠)을 쓰면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니, 관을 쓰는 것은 성인(成人)의 예(禮)를 권하는 것이다. 무릇 이륜(彛倫)은 오로지 여기에서 닦는데, 의복을 갖추고 예를 갖추는 일은 일반 서민들도 오히려 그렇게 하거늘, 더구나 너는 나라와 총손(冡孫)074) 으로 〈왕실의〉 대통(大統)을 계승해야 하니, 그 의식이 중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너 세손은 영명하고 지혜로움이 무리에서 뛰어나고, 타고난 자질과 성품이 순수(純粹)하니, 키는 얼마 되지 않지만 좋은 명성은 중외(中外)에 알려졌다. 그래서 일찍이 위호(位號)를 정하여 우리의 기업(基業)과 대명(大命)을 튼튼하게 하였는데, 덕기(德器)가 크게 드러나 백성들이 모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니 날마다 글을 강독하고 외우기를 부지런히 하여 지식과 행동이 모두 발전해서 궁묘(宮廟)에 알현(謁見)할 때에는 단정하고 엄숙함을 스스로 유지하고 태학(太學)에 끼어서는 기거와 동작을 법도에 맞도록 하여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를 다함이 없도록 힘쓰라.
너의 나이가 점점 장성하여 아름다운 일이 빨리 닥쳐 이에 삼가(三加)와 관복(冠服)을 하게 되었으니, 이것으로 너의 몸을 가리도록 하라. 너에게 예주(醴酒)를 권하게 하며 너에게 자(字)를 지어 주어 축하하고 경계하니, 공경히 아름다운 명을 받들면 사람으로서 도리가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너 소자(小子)가 어찌 힘쓰지 않겠는가?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행동이 있지만 효도하고 공경함이 근본이 되며 친한 이를 친하게 여기고 어른을 어른으로 모실 때 예의(禮義)가 바로 수립되고, 성인(聖人)의 교훈을 공경히 마음에 두고서 때때로 그 자신을 가다듬어 그것을 넓게 미루면 요(堯)임금과 순(舜)임금같이 되는 것이니, 그 방법이 오로지 여기에 달려 있다. 거동을 신중하게 하여 안일한 데에 해이되지 말고, 마음을 단속하여 욕심을 멋대로 부리지 말고, 공경스럽게 하고 정성스럽게 하기를 잘하며, 늘 학문에 종사하면서 날마다 부지런히 하라. 그리고 만약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한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하며, 만약 먼 곳을 가려고 한다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하라. 이제 너에게 관(冠)을 씌워 처음부터 끝까지 힘쓰도록 하니, 의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영원토록 국가의 근본이 된다.
아! 면불(冕黻)을 내려 주는 것은 너를 호화롭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직 성실하게 힘쓰도록 도모하는 것이니, 그 옷에 맞게 행동하고 그 의미를 분명히 알도록 하라. 네가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오히려 큰 책임이 있으니, 우리 국가의 어렵고 큰 기업을 생각하고 선왕(先王)의 정일(精一)한 훈계를 살펴서 밤낮으로 공경하며 두렵게 여겨 감히 혹시라도 게을리하지 말며, 현명한 이를 가까이 하고 자신을 경계하며 큰 덕(德)을 밝히는 데에 힘써서 하늘이 내려 주는 경사(慶事)를 영원토록 끝이 없게 받도록 하라. 때문에 이를 교시(敎示)하니, 의당 상세히 알기를 바란다."
하였다. 【대제학 김양택(金陽澤)이 지어 올렸다.】 삼가(三加)하기를 마치매, 예주(醴酒)를 술잔에 따라 축하하고 자(字)를 형운(亨運)이라고 부르니, 왕세손이 두 번 절하고 말하기를,
"아무개가 비록 민첩하지는 못하지만 감히 공경스럽게 받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또 두 번 절하기를 마치자, 왕세손은 대내(大內)로 돌아가고 궁관(宮官) 및 집사관(執事官)도 물러났으며, 이어서 회빈객례(會賓客禮)를 행하였다. 예를 행하기를 마치자, 주인(主人)인 장계군(長溪君) 이병(李棅)과 빈(賓)인 좌참찬 서명빈(徐命彬), 찬(贊)인 참판 박상덕(朴相德)에게는 모두 말을 상(賞)으로 주는 은전을 시행하였으며, 전교관(傳敎官)인 우승지 윤득양(尹得養)은 가자(加資)하게 하고, 이하 여러 집사관(執事官) 및 강서원(講書院)·위종사(衛從司) 관리에게는 차등이 있게 상을 주도록 하고, 금오(金吾)와 추조(秋曹)의 〈죄질이〉 가벼운 죄수는 석방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0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72]삼가례(三加禮) : 관례(冠禮) 때에 세 번 관을 갈아 쓰는 의례. 초가(初加)에는 입자(笠子)·단령(團領)·도아(絛兒), 재가(再加)에는 사모(紗帽)·단령·각대(角帶), 삼가(三加)에는 복두(幞頭)·공복(公服)을 착용하였음.
- [註 073]
원복(元服) : 관례(冠禮) 때에 머리에 관(冠)을 씌우는 의식.- [註 074]
총손(冡孫) : 맏손자.○丁巳/上御景賢堂, 受王世孫朝謁禮。 王世孫行三加禮, 初加袞龍袍, 再加絳紗袍, 三加冕服。 賓行議政府左參贊徐命彬宣敎, 敎文曰:
"王世孫吉日元服, 率由舊章。 予惟禮始于冠, 冠而責成人。 禮凡厥彝倫, 職此以修, 服備禮備, 匹庶尙然, 矧伊國之冡孫, 繼體承統, 其禮可不重歟? 咨爾世孫, 英睿邁倫, 資性純粹, 衣尺若干, 令聞達于中外。 早定位號, 鞏我基命, 德器丕彰, 民皆屬望。 日勤講誦, 知行咸進, 見于宮廟, 端肅自將, 齒于太學, 周旋中度, 肆予心悅豫靡極。 爾年漸長, 嘉事其亟, 玆乃三加冠服, 庸芘爾躬。 醴爾字爾, 祝之戒之, 欽承休命, 人道始成。 爾小子奈何不勖? 人有百行, 孝悌爲本, 親親長長, 禮義乃立, 祗服聖訓, 惟時修厥躬, 于以推廣, 爲堯爲舜, 亶其在玆。 愼乃儀毋弛于逸, 撿乃心毋縱于慾, 克敬克誠, 典學惟日孜孜。 若升高必自下, 若行遠必自邇。 今玆冠爾, 勉終于始, 不惟重禮, 其永爲國之本。 嗚呼! 錫之冕黻, 匪欲華汝, 圖惟懋實, 稱厥服昭厥義。 爾雖小, 尙有丕責, 念我家艱大之業, 監先王精一之訓, 夙夜寅畏, 罔敢或怠, 親賢敬身, 懋昭大德, 承天之慶, 永永無彊。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金陽澤製進。】 三加訖, 酌醴祝而字之曰, 【亨運。】 王世孫再拜曰: "某雖不敏, 敢不祗奉?" 又再拜禮畢, 王世孫還內, 宮官及執事官出, 仍行會賓客禮。 行禮訖, 主人長溪君 棅、賓左參贊徐命彬、贊參判朴相德, 幷施賞馬之典, 傳敎官右承旨尹得養加資, 以下諸執事官及講書院衛從司官, 賞典有差, 金吾秋曹, 輕囚放釋。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60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