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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97권, 영조 37년 3월 10일 기유 2번째기사 1761년 청 건륭(乾隆) 26년

왕세손의 입학례를 행하다

왕세손이 입학례(入學禮)를 행하였는데, 입학 반교문(入學頒敎文)에 이르기를,

"왕은 말하노라, 기명(基命)을 후손에게 공고히 하여 크게 거듭 빛이 날 운수를 따르게 하고, 훌륭한 범절을 치주(齒胄)059) 에게 주시어 이에 삼대(三代)060) 의 법을 가다듬었으니, 모든 사람들이 보거나 듣고서 누군들 기뻐하지 않겠는가? 이에 큰 이름을 드날리어 여러 곳에 알리노라. 생각하여 보면 우리 나라는 예악(禮樂)을 숭상하여 다스리므로, 임금의 후사(後嗣)를 상서(庠序)에 나아가게 하여 가르쳤었다. 열성조(列聖朝)에서부터 번거로운 의식을 모두 거행하였으니, 황조(皇朝)의 아름다운 법을 준수함이요, 과궁(寡躬)에 이르러서도 장세(壯歲)에 역시 시행하였던 것은 대체로 영릉(寧陵)의 옛일을 계승한 것이니, 이것이 어찌 단지 스승과 친밀해지고 공부에 민첩해지는 도리일 뿐이겠는가? 그것 또한 백성을 교화시키고 풍속이 이루어지게 하는 기틀이 되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우리 세손(世孫)은 일찍이 아름다운 명성이 드러나서 단응(端凝)하고 기의(歧嶷)한 의표는 남몰래 덕용(德容)이 저절로 이루어지고, 인후(仁厚)하고 온량(溫良)한 자질은 틀림없이 학업이 날마다 발전할 것이다. 왕통(王統)을 계승하여 저사(儲嗣)를 잇는 단서를 소중히 여겨야 할 바가 여기에 있으며, 주자(胄子)061) 를 가르치어 자손에게 계책을 물려주는 일이 예(禮)에 있어서도 옳도다. 어린 나이에 외부의 스승에게 배우러 나아가서 성대한 예로 맨 먼저 선사(先師)를 뵈었도다. 연(輦)에서 내려 교문(橋門)062) 으로 들어가니 공손하게 도(道)를 준행하겠다는 생각이요, 스승이 앉은 자리로 조심스럽게 나아가서 부지런히 학문에 진취하는 정성에서이다.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공경하는 모습은 엄연하기가 성인(成人)의 법도와 같고, 경전(經傳)을 끼고 어려운 부분을 질문하는 말은 뜰에 가득한 금신(衿紳)063) 의 마음을 용솟음치게 하였도다.

육예(六藝)064) 의 시서(詩書) 공부는 여기에 갖추어져 있고, 팔조(八條)065) 의 〈국가와 천하를〉 다스리고 화평케 하는 공부는 여기에서 근본하니, 소자(小子)가 아끼고 공경하는 행실은 이미 물뿌리며 청소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미루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우리 나라의 정일(精一)한 공부는 박약(博約)066) 을 좇아 이루도록 힘쓰라. 문손(文孫)067) 을 치학(齒學)에 두었던 것은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조그마한 네가 복유(服儒)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내가 매우 아름답게 여긴다. 이 일은 진실로 우리 동방에서 드물게 보는 경사(慶事)인데, 어찌 대정(大庭)에서 선포(宣布)하는 글이 없겠는가? 아! 한 세대의 효도를 일으키는 방법을 열어 삼선(三善)068) 을 모두 얻었으니, 만년토록 근본을 튼튼히 하는 업적을 수립하면 모든 복록이 여기에 모일 것이므로, 이에 교시(敎示) 하노니, 의당 모두 알기를 바란다."

하였다. 【대제학 김양택(金陽澤)이 지어서 올렸다.】 왕세손이 작헌례(酌獻禮)를 마치고 이어서 학생복(學生服)을 갖추고 나아가면, 익선(翊善)이 인도하여 명륜당(明倫堂)의 대문(大門) 동쪽에서 서쪽을 향하여 선다. 백비(帛篚)에 담은 저포(紵布) 3필(疋), 예주(醴酒) 2말[斗], 수안(脩案)에 올려놓은 다섯 가지의 정(脡)069) 을 진열한다. 박사(博士)가 공복(公服)을 갖추면 집사자(執事者)가 인도하여 명륜당의 동계(東階) 위에 서쪽을 향하여 선다. 장명자(將命者)가 동쪽을 향하여 감히 일을 청한다고 말하면, 왕세손이 조금 앞으로 나아가 말하기를, ‘아무개가 선생(先生)에게 수업(受業)하기를 원합니다.’ 하면, 장명자가 들어가 고하는데, 박사가 말하기를, ‘아무개가 덕(德)이 없으니, 청컨대 왕세손은 욕되게 하지 마소서.’ 한다. 이와 같이 하기를 세 번에 이르면 왕세손이 마침내 뵙기를 청하는데, 박사가 말하기를, ‘아무개가 사양하여도 명을 얻지 못하여 감히 명을 따르겠습니다.’ 하면, 왕세손이 광주리를 잡는데, 박사는 동계 아래로 내려가 기다린다. 왕세손이 꿇어앉아 광주리를 올리며 두 번 절을 하면, 박사가 답배(答拜)를 한다. 왕세손이 꿇어앉아 광주리를 가져다 바치면 예주(醴酒)와 수(脩)를 받든 자가 따라서 박사 앞에 바치는데, 박사가 꿇어앉아 광주리를 받아 집사자(執事者)에게 주면 집사자가 꿇어앉아 예주와 수를 가지고 물러난다. 왕세손이 북쪽을 향하여 두 번 절을 하고 편차(偏次)로 나아가면 박사도 평상복으로 고쳐 입고 당(堂)에 올라 자리로 나아가는데, 명륜당 동벽(東壁)에서 서쪽을 향하게 한다. 그러면 왕세손이 박사 앞에 나아가 글을 강독하고 뜻을 해석하는데, 그것을 마치면 집사가 안(案)과 책[書]을 치우고 왕세손은 편차로 나아간다.

임금이 입학 제집사(入學諸執事)에게 입시(入侍)하도록 명하여 세손의 사부(師傅) 이하에게 차등을 두어 상전(賞典)을 내렸는데, 좌익선(左翊善) 이인배(李仁培)에게는 준직(準職)070) 을 제수하고, 집사 유생(執事儒生)에게는 각기 붓과 먹과 종이를 내려 주었으며, 수복(守僕)에게는 쌀과 면포를 제급(題給)하도록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0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59]
    치주(齒胄) : 세자(世子)가 학교(學校:성균관)에 들어갈 신분에 따르지 않고 연령에 따라서 자리를 정하는 예식. 여기에서는 왕세손(王世孫)의 경우임. 치주례(齒胄禮).
  • [註 060]
    삼대(三代) : 하(夏)·은(殷)·주(周).
  • [註 061]
    주자(胄子) : 임금의 맏아들. 여기에서는 세손.
  • [註 062]
    교문(橋門) : 성균관(成均館)으로 통하는 다리로 이어진 문.
  • [註 063]
    금신(衿紳) : 선비와 벼슬아치.
  • [註 064]
    육예(六藝) : 선비로서 배워야 할 여섯 가지의 일. 즉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 [註 065]
    팔조(八條) : 《대학(大學)》의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의 8조목을 말함.
  • [註 066]
    박약(博約) : 박문 약례(博文約禮)의 준말.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군자(君子)는 글을 널리 배우고 예로써 단속해야 한다.’고 한 데서 인용한 말임.
  • [註 067]
    문손(文孫) : 문왕(文王)의 손자 성왕(成王).
  • [註 068]
    삼선(三善) : 세 가지 착한 일. 즉 부자(父子)의 도(道), 군신(君臣)의 의(義), 장유(長幼)의 예절.
  • [註 069]
    정(脡) : 건포(乾脯).
  • [註 070]
    준직(準職) : 품계에 맞는 실직(實職)의 벼슬.

○王世孫行入學禮, 入學頒敎文: "王若曰。 鞏基命於裕昆, 誕撫重熙之運, 賁儀文於齒冑, 聿脩三代之規, 凡在瞻聆, 孰不歡忭? 肆颺大號, 庸告多方。 念我國崇禮樂之治, 而君嗣就庠序之敎。 自列聖而縟儀皆擧, 式遵皇朝彝章, 洎寡躬而壯歲亦行, 蓋述寧陵舊事, 此豈但親師敏業之道? 抑亦爲化民成俗之基。 顧予世孫, 夙著令譽, 端凝岐嶷之表, 闇然德容天成, 仁厚溫良之姿, 允矣學業日就。 承統延儲嗣之緖, 所重斯存, 敎冑爲燕貽之謨, 於禮亦可。 迨沖齡將就外傅, 而盛禮首謁先師。 輦降橋門, 翼翼遵道之念, 衣摳丈席, 亹亹進學之誠。 折節謙恭之儀, 儼若成人規度, 橫經問難之語, 聳我滿庭衿紳。 六藝詩, 備於斯, 八條平治之功, 本於此。 美小子愛敬之行, 已自灑掃而推, 將勉我家精一之工, 當從博約而做。 措以文孫而齒學, 古有是, 不見藐汝之服儒, 予甚嘉。 止斯誠我東曠稀之慶, 詎無大庭宣布之詞? 於戲! 牖一代興孝之方, 三善皆得, 樹萬年鞏本之業, 百祿是遒,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金陽澤製進。】 王世孫酌獻禮訖, 仍具學生服以出, 翊善引立於明倫堂大門東西向。 陳帛篚紵布三匹, 醴酒二斗, 修案五脡。 博士具公服, 執事者引立於 明倫堂東階上西向。 將命者東向曰, 敢請事, 王世孫少前曰, ‘某願受業於先生’, 將命者入告, 博士曰, ‘某也不德, 請世孫無辱’, 如是者至三, 王世孫請終賜見, 博士曰, ‘某也辭不得命, 敢從命’。 王世孫執篚, 博士降俟于東階下。 王世孫跪, 奠篚再拜, 博士答拜。 王世孫跪取篚以進, 奉酒脩者, 從奠於博士前, 博士跪受篚, 授執事者, 又執事者跪, 取酒脩以退。 王世孫北向再拜, 出就便次, 博士改具常服, 陞堂就座, 在明倫堂東壁西向。 王世孫詣博士前, 講書釋義訖, 執事撤案及書, 王世孫出就便次。 上, 命入學諸執事入侍, 世孫師傅以下賞典有差, 左翊善李仁培準職除搜, 執事儒生, 各筆墨賜給, 守僕米布題給。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60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