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당에서 주강을 열고 《중용》을 강하고 공가 절목, 삼수미에 대해 논의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서 주강(晝講)하여 《중용(中庸)》을 강하였다. 동경연(同經筵) 원인손(元仁孫)이 말하기를,
"일전에 공가 절목(貢價節目)을 도로 정지하라는 명령이 있었으니, 도하(都下)의 백성은 먼 시골 백성의 근심과 원망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낫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외방(外方)의 민폐(民弊)는, 좌상(左相)이 도성 백성의 폐단을 진달한 것처럼 한 자가 없으니,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하자, 원인손이 말하기를,
"공물의 환작(換作)은 의거한 바가 없지 아니하나, 삼수량(三手粮)144) 은 임진년145) 도감(都監)을 설치할 때에 유성룡(柳成龍)·이덕형(李德馨)·조경(趙儆)이 창시한 것으로, 역위전(驛位田)은 애초에 삼수량을 공납(供納)한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궁방(宮房)의 면세전(免稅田)도 모두 삼수량을 내는데 역위전만 빠뜨릴 수 없기 때문에 또한 절목 가운데 들어 있으니, 역졸(驛卒)이 마땅히 억울함을 일컫는 단서가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전 호조 판서는 삼수량을 역위전에 징수하려고 하지 아니하였다."
하니, 승지 한광조(韓光肇)가 말하기를,
"역위전의 삼수량은 급대(給代)한다는 말이 있었고 몇 해 전 결전(結錢)을 마련할 때에 통동(通同)의 역(役)은 비록 역위전이라 하더라도 홀로 빠뜨릴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결전을 징수하였으니, 이와 같은 것인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제 비로소 크게 깨달았다. 전 호조 판서의 뜻은 대개 아와 같은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6책 96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5면
- 【분류】재정-공물(貢物) / 재정-전세(田稅) / 금융-화폐(貨幣) / 교통-육운(陸運)
○上御景賢堂, 晝講《中庸》。 同經筵元仁孫曰: "日前有貢價節目還寢之命, 都下之民, 猶勝於遐氓之愁怨也。" 上曰: "外方民弊則無有如左相之陳達, 都民之弊者, 予何由聞之乎?" 仁孫曰: "貢物換作, 非無依據, 而三手糧節目, 壬辰都監設置時, 柳成龍ㆍ李德馨ㆍ趙儆之創始者也, 驛位田初無三手糧供納之事。 今則宮房免稅, 皆出三手, 而馬位不可獨漏, 故亦入於節目中, 驛卒宜有稱冤之端矣。" 上曰: "前戶判, 以三手糧, 非欲徵於驛位。" 承旨韓光肇曰: "馬位三手則有給代之說, 頃年結錢磨錬時, 通同之役, 則雖馬位, 不可獨漏, 故因徵結錢, 與此似同矣。" 上曰: "今始大悟。 前戶判之意, 蓋如此矣。"
- 【태백산사고본】 66책 96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45면
- 【분류】재정-공물(貢物) / 재정-전세(田稅) / 금융-화폐(貨幣) / 교통-육운(陸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