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대한 대책을 쓴 좌의정 이후의 차자를 섞어 둔 중관의 녹봉을 감하도록 하다
하교하기를,
"지난번 좌상(左相)의 차자에 대한 하답을 다시 써 내렸는데도 원 차자를 여태까지 섞어 두었으니, 해당 중관(中官)의 녹봉을 한 등급을 감하도록 하라."
하였다. 당초에 이후(李)가 가뭄으로 인하여 차자를 올렸는데, 대략 이르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계책으로는 용도를 절약함에 더 앞서는 것이 없고 농사를 해치는 원인으로는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 가장 큽니다. 대저 오늘날의 탁지(度支)가 1년의 용도도 지탱할 수 없는데, 해마다 보내 오는 선혜청 쌀 3만 석과 관서 지방의 쌀·무명을 환산한 돈 10여 만으로도 오히려 각 아문에 칭대(稱貸)하기가 모자라서, 선혜청의 신봉(新捧)으로도 지급하지 못하고 구저(舊儲)를 취하여 보충을 하다 보니 구저 역시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세상에서 재부(財賦)의 수입이라고 일컫는 것은 반드시 호조와 선혜청을 손꼽는데 오늘날 이와 같고, 병조와 군문(軍門)은 가까스로 각자 조달하고 있으며, 이 밖에 각사의 창고에는 남은 비축이 없습니다. 외방에는 비축하여 둔 군량미와 상진곡(常賑穀) 등 각양 명색(名色)이 있고, 감영과 병영에는 또 돈이 있는데, 장부를 조사하여 보면 넉넉하고 많아도 실제로는 그 수량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어쩌다 불행하여 흉년이 들거나 덧붙여서 전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여기에는 내어줄 수 있는 곡식이 없고 저기에는 변통할 만한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니, 모르기는 하나, 조정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책을 세울 작정입니까?"
하고, 또 말하기를,
"민생이 피폐하여지는 것은 오로지 세력이 조금만 있는 자이면 반드시 의관을 갖추고서는 학생(學生)을 자칭하며 활보(闊步)와 장읍(長揖)을 하고 하는 일 없이 한가로이 놀면서 파정(把定)된 신역(身役)은 도리어 고할 데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자에게로 넘겨 버리는 데에 말미암기 때문입니다. 외방은 이미 이러하고, 경성(京城)의 소민(小民)에 이르러서는 각전(各廛)의 계(契)가 널리 설치된 이후로 백물(百物)에 다 주인이 있어서 죄다 독점하여 폭리를 남기며, 신설하였다는 구실로 박해를 하고 난전이라는 이유로 강탈을 하니, 시장의 물가가 갑절로 뛰는 것과 백성들의 용도가 곤궁한 것도 다 이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범연히 보기에는 다급한 정상[焦眉]이 아닌 것 같으나, 깊이 캐어 보면 실로 백성을 착취하는 장본이 되는 것입니다. 청컨대 중외(中外)에 분명히 효유하여 재용을 아끼고 낭비를 억제하도록 하는 한편, 이조로 하여금 수령을 잘 선발하도록 하고, 또 시서(市署)에 신칙하여 잗단 시전의 계를 없애도록 하소서."
하고, 또 옛 제도를 다시 천명하여 관찰사로 하여금 헛되이 늙어가는 인재들을 공정하게 뽑아 올리도록 할 것을 계청하였는데, 임금이 보지도 않은 채 기우제의 친행을 그만두라고 계청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르기를,
"하늘이 이미 내려다 보고 있고 선왕의 영혼에게 이미 아뢰었으니, 섭행(攝行)하는 한 가지 절차를 내가 어떻게 다시 유시하겠는가?"
하고, 답하였다가 이때에 와서 너그러운 비답으로 고쳐서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66책 9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금융-화폐(貨幣) / 상업-상인(商人) / 향촌(鄕村)
○敎曰: "頃者左相下答, 更書以下, 原箚尙今混置, 當該中官越俸一等。" 初, 李 因旱陳箚, 略曰:
"爲國之謨, 莫先節用, 傷農之源, 最在糜財。 今夫度支不能支一年之用, 歲輸惠廳米三萬, 關西米木錢十許萬, 猶不足稱貸各衙門, 惠廳新捧不給, 取舊儲以補, 而舊儲亦幾告罄矣。 世之稱財賦之入者, 必曰地部惠廳, 而今乃如此, 兵曹軍門則僅能各自調度, 其餘各司庫, 無遺儲。 外方則有儲置軍餉常賑, 各樣名色, 道帥臣營門, 又有錢, 按其簿有足誇多, 求其實, 未必盡在。 若或不幸有饑饉, 而加之以師旅, 此無可劃之穀, 彼無可移之地, 未知朝家將何以設施乎?" 又言: "民生之困瘁, 專由於稍有勢力者, 輒必具衣冠稱學生, 闊步長揖, 公然作白徒閑遊, 而身役之所把定, 反歸於無告無依者故也。 外方旣如此, 至若京城小民, 自夫各廛契廣設之後, 百物有主, 擧皆壠斷榷利, 稱以新設, 而操切之亂廛而勒奪之, 市廛物價之倍踴, 閭閻日用之苟簡, 亦由於此矣。 泛視雖無燃眉之急, 深究實爲厲民之本。 請明籲中外, 愛惜財用, 禁抑糜費, 令銓曹選擇守宰, 又飭市署, 汰其瑣細廛契。"
又請才彦之空老者, 申明舊典, 使道臣, 從公抄進, 上不之察, 謂以請寢親禱, 以蒼蒼已照, 陟降已奏, 攝行一節, 予何復諭爲答矣。 至是改下優批。
- 【태백산사고본】 66책 9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3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재정-국용(國用) / 금융-화폐(貨幣) / 상업-상인(商人) / 향촌(鄕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