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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94권, 영조 35년 9월 15일 임술 1번째기사 1759년 청 건륭(乾隆) 24년

도승지 채제공 등이 우레의 재변으로 계달하다

도승지 채제공(蔡濟恭) 등이 계달(啓達)하기를,

"인주(人主)는 역시 하나의 하늘입니다. 그렇다면 한번 거조(擧措)하는 사이에 진실로 하늘의 도리를 체득하고 때에 순응하지 못하면 음양(陰陽)이 그 궤도를 잃고 사악한 여기(沴氣)가 그 사이를 범하여 재앙이 되고 괴변도 되어 각각 그 종류대로 응하게 됩니다.

그윽이 전하(殿下)께서 은상(恩賞)을 베푸시는 것을 보건대, 대체로 물(物)마다 은혜에 젖지 않음이 없도록 하려고 하므로 너무 넓어서 절차가 없는 것을 면하지 못하니, 임금은 한번 찡그리고 한번 웃는 것도 아낀다는 뜻과는 다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벌(威罰)을 대중들에게 베푸는 데에 있어 대체로 군공(群工)을 경계하고 신칙하려고 하면서도 간혹 말을 한 것으로 죄를 얻는 경우가 많으므로 도리어 청납(聽納)하는 도리(道理)를 넓히는 데에 손색이 됩니다. 그리고 정령(政令)을 고치기를 너무 빨리하는 것 같은 데 이르러서는 실제로 받들어 행하는 데 현혹되는 탄식이 있으며, 사기(辭氣)를 발할 때 간혹 공평을 잃은 것이 많으니, 성인(聖人)의 중화(中和)하는 덕에 매우 흠결(欠缺)이 됩니다. 시험삼아 엊그제 일을 가지고 말한다면, 여러 신하들이 진실로 죄가 있으면 그를 죄주고 물리치는 것이 무엇이 불가하기에 곧 지나치게 자신을 손억(損抑)하고 심지어는 감히 듣지 못할 하교를 내려, 상하가 서로 버티며 해가 지고 밤을 지새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다행하게도 전환(轉環)하는 아량으로 곧 반한(反汗)148) 을 허락하기는 하였지만 나라 체면의 손상과 보는 이들의 놀라고 의혹됨은 작은 사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백성의 근심과 시폐(時弊)같은 데 이르러서는 낱낱이 열거하기 어려우며, 염치와 부끄러움이 쓸어내듯 없어져서 조정(朝廷)에는 집에 돌아와 식사함에 의젓한 절도가 없으며, 과거(科擧)는 비록 자주 시행하더라도 〈뽑힌〉 인사에게는 임금을 잘 모시고 편안하게 하는 아름다움은 부족하고, 나라에는 반년치의 식량 저축도 없고, 백성에게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원성(怨聲)만 있으니, 비록 눈앞에 보이는 재이 하나도 믿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하가 모두 안연(晏然)히 하는 일이 없이 게을러 빠져, 재이 보기를 이미 안정이 되고 다스려진 것같이 여기니, 생각이 여기에 미치매 어찌 한심스럽지 않겠습니까? 먼저 성덕상(聖德上)에 나아가서 통렬히 스스로를 더 가다듬어 정령(政令)과 사기(辭氣) 사이에는 어느 것이나 발하면 반드시 절차에 맞도록 하고, 은상(恩賞)과 위벌(威罰) 사이에는 반드시 그 시작을 신중히 하여 한 가지 생각의 미세한 것이나 한 가지 일의 일으키는 데도 하늘의 이치를 체득하여 행동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이것으로 여러 신료들을 동독하고 신칙하면 모든 법도가 바르게 될 터이고, 그것으로 실제의 정사를 강구하면 모든 일에 편안하게 될 것이며, 음양이 궤도에 순응하고 신인(神人)이 모두 화합할 것이니, 무슨 재려(災沴)가 있으며 어찌 우레의 이변을 근심하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어제 이미 나 한 사람에게 말미암았다고 유시하였다. 그 면계(勉戒)가 절실하니, 더욱 더 깊이 더 반성하도록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5책 9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註 148]
    반한(反汗) : 나온 땀이 도로 들어가듯이 임금이 내렸던 명을 다시 거두어 들임을 말함.

○壬戌/都承旨蔡濟恭等, 啓曰: "人主亦一天也。 然則一擧措之間, 苟不能體天順時, 則陰陽失其軌, 邪沴奸其間, 爲災爲怪, 各以類應。 竊觀殿下恩賞之施下也, 蓋欲無物不沾, 而不免太廣而無節, 有異於愛嚬笑之意焉。 威罰之施衆也, 蓋欲儆飭群工, 而或多以言獲罪, 反遜於恢聽納之道焉。 至若政令之更易太速, 實有眩於奉行之歎矣, 辭氣之發, 間多失平, 殊欠聖人中和之德矣。 試以日昨事言之, 諸臣儘有罪矣, 罪之斥之, 何所不可, 而胡乃過自損抑, 至下不敢聞之敎, 上下相持, 至終日徹夜。 雖幸轉環之量, 卽許反汗, 而國體損傷, 觀瞻驚惑, 非細故也。 至若民憂時弊, 難以毛擧, 廉愧掃地, 朝無退食, 委蛇之節, 科擧雖頻, 士乏思皇以寧之美, 國無半年之蓄, 民有愁苦之聲, 雖無目下之災異, 眞所謂無一可恃。 而上下恬嬉, 伈伈泄泄, 視之若已安已治, 思之及此, 寧不寒心? 先就聖德上痛加自治, 政令辭氣之間, 發心中節, 恩賞威罰之間, 必愼其始, 一念之微, 一事之作, 無不體天而動, 以之蕫飭群僚而百度貞, 以之講究實政而庶事康, 陰陽順軌, 神人俱和, 何有乎災沴, 何患乎雷變?" 答曰: "昨已諭由予一人。 其勉切實, 益加猛省。"


  • 【태백산사고본】 65책 9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2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