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구와 소구의 제도를 대신들에게 문의하도록 명하다
관구(菅屨)와 소구(疏屨)의 제도를 가지고 대신에게 문의(問議)하도록 명하였다. 판중추부사 유척기(兪拓基)가 말하기를,
"참최(斬衰)에는 관구(菅屨)를 착용하고 자최(齊衰)에는 소구(疏屨)를 착용하는 제도가 모두 예경(禮經)에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만 관(菅)과 괴(蒯)가 어떤 풀인가를 모름지기 먼저 안 후에야 바야흐로 그 제도와 모양을 의논할 수 있습니다. 또 《오례의(五禮儀)》의 주해를 보건대, 관구와 소구는 아울러 백면 포혜(白綿布鞋)로 대신 쓴다고 하였는데, 어찌 최질(衰絰)에 비록 옛날 제도를 적용하려고 하였지만, 관구를 상세히 알 수 없었던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상세하게 알 수 없는 제도를 모방하여 다른 신[屨]을 개조(改造)하는 것보다는 고금(古今)에서 시행하는 바를 준용(遵用)하는 것이 낫습니다. 또 주자(朱子)의 학설에 의하면 졸오(卒伍)들이 착용하는 제도도 의리에는 해롭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하고, 이종성(李宗城)은 말하기를,
"삼가 주자서(朱子書)를 살펴보건대, 이르기를, ‘관구(管屨)와 소구(疏屨)에 대하여 비록 상고할 수 없다고 하지만, 대략 경중(輕重)을 가지고 미루어 보건대, 참최(斬衰)에는 지금의 초혜(草鞋)를 착용하고 자최(齊衰)에는 마구(麻屨)를 착용하는 것이 가하다’고 하였는데, 마혜(麻鞋)는 지금 졸오(卒伍)들이 착용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관(菅)과 괴(蒯) 또한 어떠한 풀인지 모르므로, 형편상 칡[葛]이 없으면 경(顈)을 활용한다는 뜻으로 짚[藁]으로 대신하게 하였는데, 관과 괴를 대신하는 짚을 가지고 상고할 수 없는 모양을 만들어 단연코 시행하려는 것은 이미 신중(愼重)한 뜻이 아닙니다. 지금 상하(上下)가 공통으로 착용하는 것은 바로 주자(朱子)가 이른바 졸오가 착용하는 것 또한 기인하는 근거가 있는 것이고, 또 열성조(列聖朝)에서 이미 시행했던 것은 바로 예(禮)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주자의 뜻도 그러하다면 풍속을 따르는 것이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3책 89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654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丁亥/以菅屨、疏屨之制, 命問議大臣。 判府事兪拓基言: "斬衰菅屨, 齊衰疏屨之制, 俱在《禮經》。 而第須先識菅與蒯之爲何草, 然後方可議其制樣。 而且見《五禮儀》註, 菅屨疏屨, 竝代用白綿布鞋, 豈以衰絰雖用古制, 菅屨不可詳故耶? 與其倣不可詳之制, 改造他屨, 不如遵用古今所行。 且依朱子說, 卒伍所着之制, 不害於義矣。" 李宗城言: "謹按朱子書曰, ‘菅屨、疏屨, 雖不可考, 略以輕重推之, 斬衰用今草鞋, 齊衰用麻屨可也。’ 麻鞋今卒伍所着者。 所謂菅與蒯, 亦不知爲何草, 勢將以無葛用顈之義, 以藁代之, 以代菅蒯之藁, 成不可考之樣, 斷然行之, 已非愼重之意。 而見今上下通用者, 政是朱子所謂卒伍所着, 亦自有據, 且是列朝已行者, 卽禮也。" 上曰: "朱子之意亦然, 從俗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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