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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84권, 영조 31년 5월 29일 임인 3번째기사 1755년 청 건륭(乾隆) 20년

집의 서명응·지평 원인손이 올린 역적을 토벌한 전말을 기록하라는 연명 차자

집의 서명응, 지평 원인손이 연명(聯名)하여 차자를 올리기를,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어느 시대엔들 없었겠습니까만, 어찌 오늘날 같이 흉한 역적이 있겠습니까? 주륙(誅戮)의 법은 한때에 행하는 것이지만, 군주의 위엄은 백세를 두렵게 하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국가에서 난적(亂賊)을 제거하는 데에 있어 처음에는 형장(刑章)으로 간귀(奸宄)를 죽이고, 나중에는 간책(簡策)에다 그 역절(逆節)을 밝혔으니, 이것이 성인이 《춘추(春秋)》를 지은 까닭입니다. 아! 통분합니다. 이번의 흉역은 지난 사첩에 없던 바로서 대개 신축년203) ·임인년204) 에 싹이 터서 무신년205) 에 화란이 빚어져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갖가지 귀역(鬼蜮) 같은 일을 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조태구·유봉휘는 김일경·목호룡의 근본이 되었고, 박필몽·심유현신치운·박사집의 마음과 관통되었습니다. 그 효경(梟獍)과 같은 성품과 사갈(蛇蝎) 같은 마음이 아래로는 부리에서 부리가 생기고 위로는 가지에서 가지가 뻗어 30년 동안 만연되고도 아직 그치지 않고 있으니, 이는 실로 《주역》의 이른바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이루어진 까닭이 아니요, 그 유래가 점차로 된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제 하늘이 우리 동방을 도와 과단성 있는 결단을 하시어 역모와 흉계가 저절로 천벌을 받고, 난령 요요(亂領妖腰)들이 모두 나라의 형벌을 받았으나, 참으로 그 난(亂)의 근본을 제거하고 역적의 싹을 드러내어 책자로 만들어 《춘추》무장(無將)206) 의 주륙을 엄중히 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신들은 일종의 흉얼이 몰래 일어나 장차 소멸되어 꺾이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시어 빨리 사신(詞臣)에게 명하여 국(局)을 열어 전후 난역(亂逆)의 원류를 찬술하고, 주토(誅討)의 전말을 자세히 기록해 갖추 싣도록 하소서. 그중 한 본(本)은 궤실(櫃室)에 보관하여 후세에 전하고, 한 본은 중외(中外)에 반포하여 뭇 백성들을 효유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음을 알게 하면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운 대의(大義)가 지금과 후세에 찬란히 빛나게 될 것이니, 결단코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아! 효경(梟獍)처럼 나라를 원망하는 무리의 마음을 비록 헤아리기가 어려우나 드러나는 대로 징토(懲討)하는 데 불과할 뿐이었는데, 아! 역적 김일경이 지은 망극한 교서(敎書)와 역적 심유현의 초사 가운데 망측하고 부도한 말은, 만약 조금이라도 천성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면 오늘의 신하 된 자로서 누가 감히 마음에 쌓아두고 말로 나타내겠는가? 그런데 역적 신치운의 초사를 듣고는 마음이 무너졌으며, 역적 심악(沈)의 초사는 이보다 더하였다. 역적 신치운은 혹시 나라를 원망하여 그렇다 하더라도 역적 심악은 나라를 원망할 일이 무엇이 있기에 이런 마음을 마음속에 깊이 쌓아 둔 것인가? 비단 분개함이 마음에 사무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를 오늘의 여러 신하들이 만약 내가 근본이 되는 실상을 엄중히 조사하여 그 소굴을 영원히 없애지 않는다면 무슨 얼굴로 나를 섬기겠는가 싶다. 이번의 차자로 진달한 바는 의리가 참으로 그러하고, 깊이 가상하여 특별히 그 청을 윤허하니, 국(局)을 설치한 후에 대신을 도제조로 삼고, 당상과 낭청을 차출해 거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8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84면
  • 【분류】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출판-서책(書冊) / 역사-편사(編史)

  • [註 203]
    신축년 : 1721 경종 원년.
  • [註 204]
    임인년 : 1722 경종 2년.
  • [註 205]
    무신년 : 1728 영조 4년.
  • [註 206]
    무장(無將) : 춘추(春秋)의 의리에 있어서는, 임금에 대해 신하가 장차 난(亂)을 일으켜 시역(弑逆)하겠다는 불충(不忠)한 마음조차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임. 《춘추(春秋)》 공양전(公羊傳) 장공(莊公) 32년조에 이르기를, "임금의 친척에는 장(將)이 없어야 하고, 장이 있으면 반드시 벤다.[君親無將 將而必誅]"라고 하였음.

○執義徐命膺、持平元仁孫聯名上箚曰:

亂臣賊子何代無之, 而豈有如今日凶逆乎? 誅殛之典, 所以行於一時也, 袞銊之嚴, 所以懼於百世也。 自古國家芟夷亂賊, 始以刑章伏其奸宄, 終以簡策昭其逆節, 此聖人《春秋》之所以作也。 噫嘻痛矣! 今玆凶逆, 往牒所無, 蓋其萌孽于辛、壬, 醞釀于戊申, 逮至今日。 千鬼百蜮, 無所不有, 之根蒂, 之腸肚。 梟獍之性、蛇蝎之心, 種下樹種, 枝上生枝, 滋蔓于三十餘年, 猶未已焉, 此實《大易》所謂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漸矣’ 者也。 幸今天佑東方, 乾斷廓揮, 逆謀凶計, 自干天誅, 妖腰亂領, 咸正邦刑, 而苟未能劈其亂本, 彰其逆萌, 作爲冊子, 以嚴《春秋》無將之誅, 則臣等之愚, 竊恐一種凶孽潛滋暗釀而將無以消折也。 伏願殿下深思遠覽, 亟命詞臣, 開局撰述以前後亂逆之源流, 誅討之顚末, 詳記而備載。 其一本則藏諸櫃室, 傳示來世, 其一本則頒于中外, 曉諭群黎, 俾識天經地緯之攸存, 而君君臣臣之大義, 燦然耀於今與後, 斷不可已也。

批曰: "噫! 梟獍怨國之徒, 心雖叵測, 不過隨現懲討而已, 而噫! 逆所撰罔極之敎書、逆招中罔測不道之說, 若有一分秉彝之心, 爲今日臣子者, 孰敢蓄于心形於口? 而逆賊致雲之招聞也心隕, 逆 之招有倍于此。 而逆賊致雲, 其或謂怨國而然, 逆 有何怨國, 蘊蓄此心乎? 非徒憤亘于中, 自謂曰今日諸臣, 若不嚴覈根竇, 永除其窩, 則何顔事我云矣。 今者箚陳, 義理誠然, 深用嘉尙, 特允其請, 而開局後大臣爲都提調, 差堂、郞擧行。"

英宗至行純德英謨毅烈章義弘倫光仁敦禧體天建極聖功神化大成廣運開泰基永堯明舜哲乾健坤寧翼文宣武熙敬顯孝大王實錄卷之八十四終


  • 【태백산사고본】 60책 8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84면
  • 【분류】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출판-서책(書冊)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