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 도제조 이천보가 동궁에게 가미이진탕을 조제했음을 말하다
임금이 약방의 입진을 명하였다. 도제조 이천보(李天輔)가 말하기를,
"삼가 의관의 말을 듣건대, 동궁이 근래에 가슴이 막히고 뛰는 증후(症候)가 있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이런 증세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의관이 대조(大朝)께 품하여 고할 것을 청하였더니, 우선은 앙달하지 말고 탕제를 먼저 조제해 들이라고 하교하셨기 때문에 온담탕(溫膽湯) 20첩으로 의논해 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증세를 대조께 우러러 아뢰지 않고 갑자기 약명(藥名)을 써서 아뢰면 관계된 바가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이름을 고쳐 가미이진탕(加味二陳湯)으로 조제해 드렸다고 합니다. 대개 동궁께서 약을 드시려면 반드시 대조께 진달한 후에 비로소 조제해 올려야 하나 온담탕은 바로 문호(門戶)의 약이기 때문에 심상하게 드시는 이진탕으로 바꾼 것이니, 사세는 비록 부득이하나 끝내 미안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심히 괴이할 것이 무엇인가?"
하였다. 능창군(綾昌君) 이숙(李橚)이, 근래에 대왕 자손(大王子孫)이 혹 천역(賤役)에 들기도 한다고 아뢰니, 하교하기를,
"대왕의 적손은 대수(代數)를 한정하지 말고, 서손(庶孫)은 9대를 한정으로 하고, 외손은 7대를 한정으로 해서 공천이나 사천을 물론하고 한도 내에서 곧바로 면천하는 것이 예이다. 지금 듣건대, 북도의 사왕손(四王孫)으로 공천이나 사천이라 이름한 자가 많다고 한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사왕 이후는 알 수가 있다. 아! 승국(勝國)의 자손도 만약 천역에 들게 되어 등문(登聞)하면 오히려 면천을 허락하는데, 더군다나 선파(璿派)이겠는가? 이는 이웃 나라에 들리게 해서는 안되는데, 도신과 수령이 된 자는 예사로 보아 넘기니, 어찌 나라의 녹(祿)을 먹는 뜻이 있겠는가? 제도에 신칙하여 종부시에 조사해 보고하여 법전에 의해 거행 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84권 9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7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上命藥房入診。 都提調李天輔曰: "伏聞醫官之言, 則東宮近有膈間挑動之候, 聞跫音而此症亦發。 醫官請稟告于大朝, 則敎以姑勿仰達, 而湯劑先爲製入, 故以溫膽湯二十貼議定。 而旣不仰告症形于大朝, 則遽然書奏藥名, 亦涉如何? 改名以加味二陳湯製入云。 蓋東宮進服藥, 必陳達于大朝, 然後始可劑進, 而溫膽湯則是有門戶之藥, 故改以尋常進服之二陳湯, 事勢雖不得不已, 而終涉未安。" 上曰: "亦何足深怪也?" 綾昌君 橚, 以近來大王子孫, 或有入於賤役爲奏, 敎曰: "大王嫡孫勿限代, 庶孫限九代, 外孫限七代, 勿論公私賤, 限內直爲免賤例也。 而今聞北道四王孫, 名爲公私賤者多云。 以此推之, 四王以後可知。 噫! 勝國子孫, 若在賤役而登聞, 則其猶許免, 況璿派乎? 此不可使聞於隣國, 爲道臣守令者, 其若尋常看過, 豈食祿靑丘之義哉? 申飭諸道, 査報于宗簿寺, 依法典擧行。"
- 【태백산사고본】 60책 84권 9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7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