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위례를 행하다
임금이 면복(冕服)을 갖추고 빈양문(賓陽門)을 나와 명정전(明政殿)에 나아가서 황단(皇壇)에 쓸 향축(香祝)을 친히 전하였다. 단소(壇所)에 나아가 망위례(望位禮)를 행한 다음 생기(牲器)를 살피고 신위(神位)를 봉심(奉審)하였으며, 이어서 재전(齋殿)에 나아가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대내(大內)로 돌아갔다. 3월 초길(初吉)에는 황단의 향사(享祀)가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친향(親享)하려 하였으나 성후(聖候)가 편찮기 때문에 여러 신하들이 섭행(攝行)하기를 힘껏 청하였으므로 망위례만을 행하였다.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세 황제를 아울러 배향(配享)한 뒤에 두 번 친제(親祭)를 행하였는데, 이 뒤로는 친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고, 이어서 부복(俯伏)하여 눈물을 흘리고 하교하기를,
"회갑(回甲)이 된 만년에 황단의 향사를 몸소 행하려 하였으나 우연히 한질(寒疾)에 걸려 망위례만을 행하였으니, 저 창오(蒼梧)를 우러러보고 어떻게 회포를 풀겠는가? 올해에는 삼황(三皇)의 즉조일(卽阼日)과 기신일(忌辰日)에 어원(御苑)에서 망배례(望拜禮)를 행하여 이 정성을 조금 펴겠으니, 의조(儀曹)로 하여금 알게 하라."
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재전에 오래 있었다 하여 대내로 돌아가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서계(誓戒)할 때에 목욕하고 오늘 또 목욕하였는데, 기운이 이처럼 활발한 것은 모두 우리 황제가 내려 준 것 아님이 없다. 이 재소(齋所)에 머물러 종고(鐘鼓) 소리를 들으니, 비록 친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마음이 조금 위안될 만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81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1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庚戌/上具冕服, 出賓陽門, 御明政殿, 親傳皇壇香祝。 詣壇所, 行望位禮, 省牲器, 奉審神位, 仍御齋殿, 入夜始還內。 三月初吉, 卽皇壇享祀也。 初欲親享, 以聖候未寧, 諸臣力請攝行, 故只行望位禮。 上謂左右曰: "三皇幷配後, 再行親祭, 而今後則親祭未易矣。" 仍俯伏流涕, 敎曰: "回甲暮年, 皇壇享祀, 其欲躬行, 偶感寒疾, 只行望位禮, 瞻彼蒼梧, 何以瀉懷? 今年三皇卽阼日及忌辰日, 當行望拜禮於御苑, 少伸此忱, 可令儀曹知悉。" 諸臣以久御齋殿, 請還內, 上曰: "予誓戒時沐浴, 今日又沐浴, 而氣幸如此, 莫非吾皇攸賜。 留此齋所, 聞鐘鼓之聲, 則雖未親祭, 此心少可慰也。"
- 【태백산사고본】 58책 81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1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