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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80권, 영조 29년 11월 18일 기사 1번째기사 1753년 청 건륭(乾隆) 18년

정원에서 천둥의 이변을 아뢰다

정원(政院)에서 아뢰기를,

"가을·겨울의 천둥이 근래 워낙 잦았는데 엊저녁의 우르릉하는 소리는 어찌하여 일어났으며, 이 이변이 일어난 것도 이미 마음이 놀랄 만한데 요사한 빛이 위로 달을 범하는 일은 또 어찌하여 거듭 나타났습니까? 옛사람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버리면 바랄 수 없으나 하늘이 나에게 노하면 오히려 바랄 수 있다.’ 하였습니다. 신들은 감히 오늘날 위아래 사이에 부족하고 잘못된 것이 어디에 있기에 하늘의 경계가 이처럼 간절한지 알 수 없습니다. 위로 말하면, 대월(對越)의 정성225) 에 혹 조금이라도 소홀한 것이 있어서 잘 다스리기를 바라는 도리가 그 요체를 잃었기 때문입니까? 말을 받아들이는 도량에 혹 넓지 못한 것이 있어서 감히 직언하는 선비가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강의(剛毅)하고 엄명(嚴明)한 도리는 일찍이 힘쓴 바이나 순종하고 아첨하는 말은 혹 용서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까? 늘 어진 이를 얻어 나라를 함께 다스리려 하나 조정에 인재가 없는 한탄이 있기 때문입니까? 번번이 백성을 위하여 곤궁을 구제하는 듯하나 경외(京外)에 근심하고 원망하는 소리가 많기 때문입니까? 아래로 말하면, 온갖 법도가 무너져 바로잡는 아름다움이 없고 조정(朝廷)의 형상이 느즈러져 화협(和協)하는 보람이 적기 때문입니까? 예양(禮讓)이 땅을 쓴 듯이 없어져 붙좇거나 배척하는 버릇이 더욱 성해지고 권세를 조급히 다투는 것이 풍속을 이루어 염치와 의리가 모두 없어졌기 때문입니까? 잗단 일의 말단에 구구하고 뽐내고 자랑하는 술수에 구구하여 공도(公道)가 행해지지 않고 사의(私意)가 마구 행해지기 때문입니까? 근본의 절실한 공(功)은 그 보람을 보지 못하고 거짓되고 속이는 풍속이 날로 더욱 심해지기 때문입니까? 무릇 이 몇 가지 일은 다 전하의 몸과 마음에 관계되고 성궁(聖躬)을 보호하는 것도 또한 오늘날의 급무(急務)이니, 모두 성념(聖念)에 두소서."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이미 입시(入侍)한 승지(承旨)에게 일렀거니와, 더 힘써야 한다."

하였다. 또 동궁(東宮)에게 상달(上達)하기를,

"지금 진언(進言)하는 자가 학문에 부지런하고 정사에 부지런할 것을 말하는 데에 지나지 않아서 마치 겉치레로 갖추기만 한 것인 듯하므로, 저하께서 썩은 선비가 늘 하는 말로 여겨 일찍이 참되게 학문에 부지런하고 참되게 정사에 부지런하려고 생각하신 적이 없습니다. 대저 학문에 부지런한 것은 정사에 부지런한 근본이 되는데, 신들은 감히 저하께서 하다 말다 하시는 무상(無常)한 강연(講筵)이 학문에 부지런한 것이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범조우(范祖禹)226) 가 말하기를, ‘배우고 배우지 않는 것은 천하의 치란(治亂)에 관계된다.’ 하였는데, 대개 이것이 있고서야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의 공을 다할 수 있고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의 교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일 집중(精一執中)227)대순(大舜)의 학문이고 집희 광명(緝熙光明)은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학문인데, 모든 성인(聖人)이 같은 마음이고 모든 임금이 같이 본받았으며,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글을 읽지 않으면 또한 학문할 수 없다.’ 하였으니, 참으로 의리를 연구(硏究)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하께서는 강학(講學)의 이름은 있으나 강학의 실속이 없으니, 세월을 흘려 보내어 실천하는 도타움을 보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게을리 보내어 탁마(琢磨)하는 보탬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루 부지런한 지 얼마 안되어 열흘 게을리하는 것이 잇달아 오면, 어떻게 도리와 물욕의 위태하고 희미한 구별을 밝히겠으며, 어떻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정일(精一)의 공(功)을 다하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저하께서 서연(書筵)에 임(臨)하여 강학하시는 것이 구두(句讀)를 위한 것으로 돌아갈 뿐일 것이니, 신들은 못견디게 개연(慨然)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마음이 바야흐로 두렵다. 아뢴 바는 더욱더 마음에 두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80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03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과학(科學)

  • [註 225]
    대월(對越)의 정성 : 대월은 《시경(詩經)》 주송(周頌) 청묘장(淸廟章)에 나오는 말로, 원래의 뜻은 하늘에 계신 문왕(文王)의 신령(神靈)을 높이 받들어 찬양한다는 것이나, 보통 하늘을 공경한다는 뜻으로 쓰임.
  • [註 226]
    범조우(范祖禹) : 송(宋)나라의 역사가.
  • [註 227]
    정일 집중(精一執中) :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유정유일 윤집궐중(惟精惟一允執厥中)’의 준말로,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관계를 정밀하게 살펴서 한결같이 도심을 지켜 진실하게 중도(中道)를 지킨다는 말임.

○己巳/政院啓曰: "秋、冬之雷, 比來固已頻復, 而昨夕之轟轟何爲而作也? 斯異之作, 已足心愕, 而妖煇之上干陰曜, 又何爲而疊現也? 古人云 ‘忘余之天不可爲;怒余之天猶可爲。’ 臣等未敢知今日上下之間闕誤安在, 而天之警戒如是諄切歟? 以言于上, 則對越之誠或有所少忽, 而求治之道失其要歟? 聽納之量或有所未弘, 而敢言之士不能進歟? 剛毅嚴明之道, 所嘗勉勵, 而巽順諛說之辭, 或有所假借歟? 常欲得賢共國, 而朝廷有無人之歎歟? 每擬爲民濟困, 而京外多愁怨之聲歟? 以言于下, 則百度墮壞, 無蕫正之美, 朝象泮渙, 少和協之效歟? 禮讓掃地, 趨附排軋之習益熾, 而躁競成風廉恥義理之都喪歟? 規規於瑣細事爲之末, 區區於夸虛沽衒之術, 公道莫行, 私意橫流歟? 根本切實之功, 未見其效, 而虛僞誕譎之俗, 日以滋甚歟? 凡此數事, 皆係殿下之身心, 而保護聖躬亦爲今日之急務, 幷留聖念焉。" 批曰: "已諭入侍承旨, 宜加勉焉。" 又達于東宮曰: "今之進言者, 不過曰勤學勤政, 有若應文備數者然, 邸下視之以腐儒常語, 而未嘗加意於眞箇勤學眞箇勤政耳。 夫勤學爲勤政之本, 臣等不敢知邸下以作輟無常之講, 爲勤學否乎。 范祖禹有言曰, ‘學與不學, 係天下之治亂。’ 蓋有是然後, 可以盡格、致、誠、正之功, 可以致修、齊、治、平之化。 精一執中, 大舜之學也, 緝熙光明, 王之學也, 千聖一心, 百王同法, 而朱子曰, ‘不讀書, 亦無以爲學’, 誠以硏窮義理, 辨別是非者, 不能不資於是也。 今邸下有講學之名, 而無講學之實, 荏苒歲月, 未見踐履之篤, 玩愒朝夕, 不聞琢磨之益。 一曝未幾十寒繼至, 則何以明理慾危微之辨, 而何以盡知行精一之功哉? 若然則邸下之臨筵講學, 只爲句讀之歸, 臣等竊不勝慨然也。" 答曰: "心方懍惕。 所陳益加留心焉。"


  • 【태백산사고본】 57책 80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03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과학(科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