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전 월랑에 나갔는데 왕세자가 시좌하여 《시경》을 강하다
임금이 명정전(明政殿) 월랑(月廊)에 나갔는데, 왕세자가 시좌(侍坐)하여 《시경》을 강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주남(周南)을 다 읽겠으니, 원량(元良)은 관저장(關雎章)·갈담장(葛覃章)을 읽고 영사(領事) 이하의 관원들은 각기 일장(一章)씩을 읽으라."
하고, 임금이 편제(篇題)부터 강하여 인지장(麟趾章)에 이르렀다. 왕세자는 관저장과 갈담장을 강하였고 영사 이하들의 관원들은 각기 돌려가면서 강하고 문의(文義)를 진달하였다. 이를 끝내고 나서 영사 김상로(金尙魯)가 말하기를,
"전하께서 강을 정지한 지가 여러 해인데도 강하는 목소리가 전보다 감손된 것이 없으니, 신은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하였다. 임금이 세자에게 말하기를,
"내가 이제 나이 60에 강경(講經)하였으니, 이 뒤로는 서연(書筵)에 소대를 잠시도 정지해서는 안된다."
하고, 또 홍문록(弘文錄)을 거행하도록 신칙하라고 명하였다. 영사 이천보(李天輔) 등이 누누이 복선(復膳)할 것을 앙청하니, 하교하기를,
"오늘 대신과 여러 신하들이 극력 청할 뿐만이 아니라 이미 전례가 있다고 한다. 각사(各司)에 좌기(坐起)하지 않음에 따라 민폐가 많이 생겼고 내외의 중일제(中日製)093) 를 정지함에 따라 군병들이 또한 답답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니, 이 때문에 복선(復膳) 등의 일을 특별히 허락한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마음은 어찌 비가 내렸다고 하여 감히 해이해질 수 있겠는가? 현악(懸樂)에 이르러서는 입추(立秋) 이후에 거행하여 내가 두려워 조심하고 있다는 뜻을 보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7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9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註 093]중일제(中日製) : 무과(武科)의 하나.
○上御明政殿 月廊, 王世子侍坐, 講《詩經》。 上曰: "予當盡讀《周南》, 元良讀《關雎》、《葛覃》二章, 領事以下各讀一章。" 上遂講自篇題, 至《麟趾章》。 王世子講《關雎》、《葛覃》二章, 領事以下各論講, 陳文義。 訖, 領事金尙魯曰: "殿下停講幾年, 而講聲無減於前日, 臣誠喜幸矣。" 上謂世子曰: "予今六十講經, 此後書筵召對, 不可暫停。" 又命弘文錄, 申飭擧行。 領事李天輔等縷縷仰請復膳, 敎曰: "今日大臣、諸臣, 非徒力請, 旣有前例云。 而各司之不坐, 多有民弊, 內外中日之停止, 軍兵亦鬱, 爲此御殿復膳等節特許。 而憧憧之心, 豈可以得雨而敢解乎? 至於懸樂, 立秋後擧行, 以示予猶有兢惕之意。"
- 【태백산사고본】 57책 79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9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