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정희신이 올린 근래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아뢰는 상서
장령 정희신(丁喜愼)이 상서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근래 기강이 해이해져 대낮에 큰 길에서 겁탈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밤 남부(南部)의 송성(宋姓) 사람의 집에 횃불을 든 강도 수십 인이 칼을 들고 돌입하여 노소를 모두 결박하여놓고 재산을 죄다 털어갔습니다. 도성 안에서 이런 변고가 발생한 것은 전고에 없던 일입니다. 좌포장·우포장을 우선 파직시키고 날짜를 정하여 추포(追捕)하게 하는 것을 결단코 그만둘 수 없습니다. 여주 목사 전일상(田日祥)은 성품이 본래 거칠고 패려하여 탐학한 짓을 멋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억지로 은결(隱結)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는데 허복(虛卜)046) 이 과반이며, 1곡(斛)에 대한 적곡(糴穀)을 받아들일 적에는 3두(斗) 씩을 더 징수하였으며, 양정(良丁)에게 강제로 봉초(捧招)하여 오로지 뇌물 받기만을 일삼고 있으니, 청컨대 사판(仕版)에서 삭거(削去)시키소서. 청안 현감 장섭(張涉)은 마음대로 유치(留置)되어 있는 적곡을 내어다가 돈으로 바꾸어 이익을 꾀하였으며 데리고 온 아객(衙客)을 위하여 부민(富民)을 협박하여 혼인시켰으니, 청컨대 잡아다 국문하여 죄를 정하소서."
하고, 또 말하기를,
"전 지평 유정원(柳正源)은 본디 아망(雅望)을 지니고 있는데 문을 닫고 들어 앉아 글을 읽었으므로 문예(文藝)와 학식(學識)에 있어 그보다 나은 사람이 드뭅니다. 지난번 당록(堂錄)047) 에 오른 것은 실로 공의에 의한 것인데 그때의 대신(臺臣)이 대직(臺職)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갑자기 개정(改正)하기를 청했습니다. 국조(國朝) 이래 통청(通淸)되기 전에 당선(堂選)에 든 사람은 몇몇 정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유정원은 이미 대망(臺望)에 들어있으니 더욱 논할 대상이 아닙니다. 특별히 개정하라고 한 하령(下令)을 환수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첫번째의 건사(件事)와 개정하게 한 것을 환수하는 일은 아뢴 대로 시행하라. 두 수령은 모두 잡아다 국문하여 조처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7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82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
○丙辰/掌令丁喜愼上書, 略曰:
近來紀綱懈弛, 白晝大道, 剽奪恣橫。 去夜南部宋姓人家, 明火强盜數十人, 仗劍突入, 結縛老少, 傾産掠去。 城內此變, 前古所無。 左、右捕將爲先罷職, 刻日追捕, 斷不可已也。 驪州牧使田日祥, 性本麤悖, 恣行貪虐。 勒捧隱結, 虛卜過半, 一斛捧糴, 加徵三斗, 良丁捧招, 專事納賂, 請削去仕版。 淸安縣監張涉, 擅發留糴貿錢牟利, 率置衙客, 劫婚富民, 請拿問定罪。
又言:
前持平柳正源, 素負雅望, 閉門讀書, 文藝、學識, 罕出其右。 向者堂錄, 實是公議, 而其時臺臣, 以未經臺職, 遽請改正。 國朝以來, 未及通淸, 而入於堂選, 不啻斑斑。 況正源已入臺望, 則尤非可論。 特爲還收改正之令焉。
答曰: "第一件事及改正還收事, 依施。 兩守令, 幷拿問處之。"
- 【태백산사고본】 57책 7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82면
- 【분류】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