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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78권, 영조 28년 12월 16일 임인 1번째기사 1752년 청 건륭(乾隆) 17년

왕세자와 신하들이 양위하려는 뜻을 거둘 것을 청하다

영부사 김재로가 백관을 거느리고 정청(庭請)하면서 구두로 계사를 전하였는데, 비답이 없었다. 낙창군 이탱이 여러 종친들을 거느리고 청대하니, 그만두라고 답하였다. 왕세자가 또 상소하기를,

"신이 어제 소를 올려 애타는 고충을 털어놓았으나, 효성이 얕아 성상의 마음을 감동시켜 돌이키지 못하였습니다. 성상을 가까이 모시고도 우러러 감동시키지 못하여 윤허를 내리시지 않으시고 차마 듣지도 못할 하교만 잇따라 내리시니, 가슴이 내려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 지금 성상의 뜻이 비록 완고하시지만 이러한 때를 당하여 신은 오직 죽음 뿐입니다. 망극한 하교를 들은 이상 반드시 죽음을 무릅쓰고 극력 청하여 그 명을 도로 거두도록 하고야 말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성상께서는 신의 마음 역시 완강하다는 점을 굽어살피시고 빨리 유음을 내리시어 어제의 하교를 반한(反汗)하심으로써 종묘와 사직을 중히 하소서. 신이 장차 문 밖에 나아가 엎드려 있으려는 즈음에 갑자기 엄한 하교를 듣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여 감히 그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억지로 물러나와 거적자리에 엎드려 명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면서 감히 재차 성명을 번거롭게 하였으니, 어리석은 신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며 흐르는 눈물과 애타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였는데, 유복명에게 〈상소를〉 도로 내주라고 하교하였다. 승전색으로 하여금 전교하기를,

"왕세자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눈 쌓인 뜰에 나가 앉아 있으니, 승지는 들어가 이 말을 동궁에게 전하라."

하였다. 승지 이규채가 아뢰기를,

"삼가 하교를 받고 왕세자에게 전하였는데, 왕세자가 말하기를, ‘신이 어젯밤에 나아갔을 때 효성이 얕아 성상의 마음을 감동시켜 돌이키지 못하고 물러나와 밤새도록 허둥대며 애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적자리에 엎드려 명을 기다리려던 즈음에 또 차마 듣지 못할 하교를 받고 나니, 더더욱 마음이 조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기에 대궐 문 밖에서 명을 기다리며 감히 아룁니다.’ 하였습니다."

하니, 승전색으로 하여금 하답하기를,

"문 밖에 또 나와 엎드려 있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할 경우 내가 앞으로 수라를 들지 않고 제사(諸司)를 미리 준비하여 북한산 행궁(行宮)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너는 장차 어떻게 하겠는가? 빨리 들어가라는 뜻으로 승지는 가서 유시하라."

하였다. 이규채가 또 아뢰기를,

"신이 삼가 하교를 받들고 왕세자에게 전하였는데, 왕세자가 말하기를, ‘신이 이미 이러한 하교를 받들고 어떻게 감히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즉시 대궐로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감히 아룁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7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71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사법(司法)

○壬寅/領府事金在魯率百官庭請, 口傳啓辭, 無批答。 洛昌君 率諸宗請對, 答曰: "其止之。" 王世子又上疏曰:

伏以臣昨日之疏, 以敍焦迫之忱, 而誠淺孝薄, 不能感回聖心。 咫尺天威, 誠未仰格, 不賜允許, 不忍聞之敎連降, 心隕膽墜, 罔知攸措。 噫! 今聖意雖固, 當此之時, 臣惟死而已。 聞罔極之敎, 必宜冒死力請, 收還乃已。 伏願聖上, 俯照臣心之亦固, 亟降兪音, 反汗昨日之敎, 以重宗廟、社稷焉。 臣將進伏門外之際, 奄聞嚴敎, 方寸如割, 未敢仍進, 黽勉退出, 席藁待命, 敢以再次煩瀆於聖明之下, 臣愚死罪臣愚死罪。 瞻望雲天, 無任泣血煎迫之至。

敎于柳復明曰: "給之。" 以承傳色敎曰: "聞王世子今將出來, 方出坐雪庭, 承旨入去, 傳于東宮。" 承旨李奎采啓曰: "伏承下敎, 傳于王世子, 則以爲, ‘臣昨夜往詣, 誠孝淺薄, 未能感回而退, 達宵焦遑煎迫。 將席藁待命之際, 又伏承不忍聞之敎, 尤極迫隘罔措, 仍爲待命於闕門外敢啓。’" 以承傳色下答曰: "門外又爲出伏云, 若爾則予將不進水剌, 諸司預備, 向于北漢行宮, 則爾將如之何? 速爲入去之意, 承旨往諭。" 奎采又啓曰: "臣伏承下敎, 傳于王世子, 則以爲, ‘臣旣伏承如此下敎, 則何敢不入去乎? 卽爲入闕之意敢啓。’"


  • 【태백산사고본】 56책 7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471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政論)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