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영조실록 77권, 영조 28년 7월 26일 갑신 1번째기사 1752년 청 건륭(乾隆) 17년

태조가 개국하고 등극한 해를 맞아 영희전에서 작헌례를 거행하다

임금이 영희전(永禧殿)에 행행(幸行)하니, 왕세자가 어가(御駕)를 따랐다. 영희전에서 작헌례(酌獻禮)를 거행하고 하교하기를,

"이달은 곧 태조께서 개창(開創)·어극(御極)하신 달로 진전(眞殿)에 술잔을 올리니, 이 마음이 갑절이나 더하다. 아! 몸소 시석(矢石)을 무릅쓰고 고생 끝에 창업하시어 후손들에게 복을 내리셔서 과궁(寡躬)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나, 부덕하고 무능한지라 마치 깊은 연못과 깊은 골짜기에 떨어진 것 같다. 국초에 궁시로 개창한 것을 이제 당필(黨筆)로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신진(新進) 소관(小官)들은 한권(翰圈)으로 장난을 치고, 후원(喉院)에 있는 사람은 반은 검고 반은 희니, 이것이 무슨 꼴인가? 열조(列祖)를 저버림이 부끄러워 참으로 얼굴을 들고 문에 들어갈 마음이 없다. 아! 나의 신공(臣工)들은 끝내 그 마음을 씻지 못한다면 진전의 뜰에 들어가지 말라. 그리고 다시 당습을 일삼는다면 진신(搢紳)에 낄 수 없을 것이니, 여러 신하들은 스스로 헤아려 거취를 결정하라. 이것은 대훈(大訓)과 다를 것이 없으니, 속히 반포하라."

하고, 상부(相府)에 명하여 써서 들이라고 하였다. 뜰에 들어온 문음(文蔭)이 각실(各室)에 술잔을 올리자, 임금이 부복(俯伏)하여 아뢰기를,

"오늘날의 사태에 강개한 나머지 대중에게 맹세하고 뜰에 들어왔나이다. 뜰에 들어온 여러 신하들이 만약 맹세를 어긴다면, 반드시 그 말을 지켜 척강(陟降)하시는 영혼을 저버리지 않겠나이다."

하고, 이어 사신에게 말하기를,

"밝게 듣고 쓰도록 하라."

하였다. 제4실(第四室)에 이르러 슬피 흐느끼며 스스로 감정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고 송현궁(松峴宮)에 들러 본궁(本宮)의 후원(後苑) 막차(幕次)에 나아가니 승지와 사관이 입시하였다. 임금이 후원에 서서 국도(國都)의 지형을 돌아보고 하교하기를,

"우리 나라의 산세(山勢)는 송도(松都)와 차이가 있다. 송도는 곳곳마다 스스로 국면(局面)을 만들고 국면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신(廷臣)들이 각자 수립(樹立)하여 권신(權臣)이 많았던 것이다. 아조(我朝) 3백 년 이래 이제 여섯 번째의 임신년이 되었다. 옛날 인묘(仁廟)께서 반정(反正) 후에 하교하시기를, ‘오늘날 조정 신하들이 다시 동인(東人)이니 서인(西人)이니 하겠느냐?’고 하셨으니, 당을 타파하시려는 하교가 정녕할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서 이처럼 하교하는 것도 또한 선조(先朝)의 유의(遺意)를 준행하는 것이다."

하고, 또 하교하기를,

"송현(松峴)의 옛 궁은 성조(聖祖)의 잠저(潛邸)인데, 거의 다 쓰러져 가고 있다. 오늘 제3실을 첨배(瞻拜)한 뒤 이곳으로 들어와 살펴보니, 감회가 일어나는 가운데 또한 심히 송구스럽다. 선혜청의 쌀 2백 석과 병조의 무명 60동(同)을 재목과 기와와 함께 수송하여 보수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77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58면
  • 【분류】
    왕실(王室) / 재정(財政)

○甲申/上幸永禧殿, 王世子隨駕。 行酌獻禮于永禧殿, 敎曰: "今月, 乃太祖開創御極之月, 酌獻眞殿, 一倍此心。 噫! 躬冒矢石, 艱難創業, 垂裕後昆, 逮于寡躬, 不德無能, 若隕淵谷。 國初以弓矢開創, 今以黨筆將墜。 新進小官, 以翰圈作戲, 喉院之中, 半黑半白, 此何景像? 愧負列祖, 誠無擧顔入門之心。 嗟! 我臣工終不洗滌其心, 勿入眞殿之庭。 復事黨習, 不齒搢紳, 諸臣自量而去就。 此與大訓無異, 速爲頒布。" 命相府書入。 入庭文蔭, 酌獻于各室, 俯伏奏曰: "慷慨今日, 誓衆入庭。 入庭諸臣, 其若背誓, 必守其言, 不負陟降。" 仍謂

【史臣曰: "明聽而書之。" 至第四室, 悲泣不自勝。 歷臨松峴宮, 御本宮後苑幕次, 承、史入侍。 上立苑上, 周覽國都地形, 下敎曰: "我國山勢, 與松都有異。 松都則處處自作局, 面面各異, 故廷臣各自樹立, 而致多權臣也。 我朝三百年來, 今爲六壬申矣。 在昔仁廟反正後敎曰, ‘今日廷臣, 能復東、西耶?’ 破黨之敎, 不啻丁寧。 予於此處若是下敎者, 亦遵先朝遺意也。" 又敎曰: "松峴舊宮, 聖祖潛邸, 幾盡頹圯。 今日第三室瞻拜後, 入審于此, 興感之中, 亦甚悚然。 惠廳米二百石、兵曹木六十同與材瓦輸送, 使之修補。"】


  • 【태백산사고본】 56책 77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58면
  • 【분류】
    왕실(王室)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