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손을 책봉하여 왕세손으로 삼고, 백관의 하례를 받고 반사하다
임금이 명정전(明政殿)에 나아가 원손(元孫) 이정(李琔)을 책봉하여 왕세손(王世孫)으로 삼았다. 태묘(太廟)에 고하고 백관(百官)의 하례를 받았으며, 반사(頒赦)하였는데, 거기에 이르기를,
"왕은 말하노라. 나라의 근본은 만세의 터전을 공고히 하니, 바야흐로 좋은 운수가 열리었도다. 가손(家孫)이 이극(貳極)103) 의 다음 자리에 올랐으니, 이에 성대한 의식을 거행한다. 이에 온 나라와 함께 경축하고 마음을 펴서 밝게 고유(誥諭)하노라. 생각건대, 과인이 외람되게 대통(大統)을 이었는데 원손은 나면서부터 특이한 자질이 있었다. 일각(日角)104) 은 서기(瑞氣)를 보이며 덕우(德宇)105) 는 중성(重星)의 밝음을 이었고 하늘은 징조를 나타내어 태어나던 집에서는 한밤중에 빛이 뻗치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조종(祖宗)의 남기신 은택을 생각하니, 백년 만의 두 번의 경사이다. 무릎을 붙잡고 원량(元良)의 문안(問安)에 따라오니, 한 궁전에 세 임금이 있는 것이다. 어찌 다만 나라의 무궁한 복일 뿐이겠는가? 또한 신인(神人)의 기대에 맞는 것이다. 모습과 거동은 어려서부터 매우 숙성하여 온문(溫文)106) 하다는 칭찬이 벌써 드러났고, 뛰어난 이해력은 미처 말을 배우기 이전에 먼저 열려 글읽는 소리를 좋아하는 듯하였다. 종통(宗統)은 더욱 중대하니, 거의 면록(綿籙)107) 이 길이 창성함을 보겠도다. 번다한 예절을 빨리 행하였으니, 어찌 나이가 더 들기를 기다리겠는가? 이에 자성(慈聖)의 가르침을 받들고 또 선조(先朝)의 옛 법을 상고하여 이미 이달 13일에 책봉하여 왕세손으로 삼았다. 명칭을 바로 함은 민정(民情)을 매어두는 것이고, 지위를 결정함은 국세(國勢)를 견고히 하는 것이다. 품계와 복식이 이미 빛나니 오장(五章)108) 의 몸에 편안함을 아름답게 여기고, 가르치는 분부가 매우 밝으니 8도의 몹시 기다림을 용동(聳動)시킨다. 바야흐로 대인(大人)의 책임을 기약하노니, ‘어린 나이’라고 말하지 말라. 새로 뽑은 그대 궁료(宮僚)를 두노니, 어린이를 인도하는 도리를 다하도록 하라. 내가 구저(舊邸)에서 쓰던 의물(儀物)을 주는 것은 대개 복을 주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 외롭고 위태로웠던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애초의 바란 바가 아니었다. 하늘의 돌보심을 힘입어 이런 경사(慶事)를 보게 되었다. 용루(龍樓)109) 에서 한가로이 지내며 나의 주름진 얼굴과 흰 머리털을 쓰다듬는다. 자손을 위한 계책을 세워 이런 훌륭한 아들과 손자가 있게 되었다. 비궁(閟宮)110) 에 제사를 올렸고, 마침내 온 나라에 윤음(綸音)을 반포한다. 건곤(乾坤)이 조화가 지극히 넓어서 만물과 함께 형통하며, 뇌우(雷雨)의 혜택이 넓게 펴져서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을 감싸서 흡족하게 적셔 준다. 이달 13일 새벽녘 이전으로부터 잡범 사죄(雜犯死罪) 이하는 모두 너그럽게 용서해 주도록 하라. 아! 한실(漢室)의 반석처럼 굳은 기반은 크게 창성할 때를 얻었고 주(周)나라 본지(本支)의 번성함은 큰 복을 맞이하였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敎示)하는 것이니, 생각건대, 마땅히 잘 알아야 할 것이다."
하였다. 【예문관 제학 이천보(李天輔)가 지어 올렸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73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02면
- 【분류】왕실(王室) / 사법(司法) / 어문학(語文學)
- [註 103]이극(貳極) : 왕세자(王世子).
- [註 104]
일각(日角) : 귀인(貴人)의 상(相)으로, 이마의 뼈가 불쑥 나와 해 모양같이 된 것을 이름.- [註 105]
덕우(德宇) : 너그러운 품성(品性).- [註 106]
온문(溫文) : 온화하고 운치가 있음.- [註 107]
면록(綿籙) : 끝없이 먼 미래.- [註 108]
오장(五章) : 오복 오장(五服五章)을 이름. 《서경(書經)》 고요모(皐陶謨)편에 "하늘이 덕(德)이 있는 이에게 명하여 오복(五服)으로 다섯 가지 등급을 밝힌다.[天命有德 五服五章哉]"라 하고, 그 주(注)에 오복(五服)은 천자(天子)·제후(諸侯)·경(卿)·대부(大夫)·사(士)의 복색을 말하는데, 이로써 존비(尊卑)를 옷의 색깔로 구분하여, 덕(德)이 있는 이에게 명하여 천하의 질서를 바로잡도록 하였다." 하였음.- [註 109]
용루(龍樓) : 궁중(宮中).- [註 110]
비궁(閟宮) : 종묘(宗廟)의 이칭.○己酉/上御明政殿, 冊元孫琔爲王世孫。 告太廟, 受百官賀, 頒赦:
王若曰。 國本鞏萬世之基, 方啓熙運。 冡孫副貳極之位, 爰擧盛儀。 寔同慶於多方, 庸敷心於明誥。 念寡躬叨承丕緖, 而元孫生有異姿。 日角膺祥, 德宇襲重星之曜, 天心示兆, 誕宮騰半夜之光。 撫頂想祖宗之垂庥, 百年再慶。 繞膝隨元良之問寢, 一殿三君。 奚但邦家之福無疆? 抑亦神人之望有叶。 容儀自在抱而克嶷, 已著溫文之譽, 神識未學語而先開, 似喜誦讀之響。 宗統增重, 庶見綿籙之永昌。 縟禮亟行, 何待衣尺之稍長? 玆承慈聖之徽旨, 且稽先朝之舊章, 已於本月十三日, 冊封爲王世孫。 正名所以係民情, 定位所以固國勢。 品服旣煥, 嘉五章之禔躬, 訓命孔昭, 聳八域之延頸。 方期大人之責, 毋曰沖子之年。 置爾新選之宮僚, 俾盡迪蒙之道。 授予舊邸之儀物, 蓋出錫福之心。 念昔年孤危之時, 誠非始望。 賴皇穹保祐之眷, 獲覩斯休。 養閑龍樓, 撫予蒼顔皓髮。 貽謨燕翼, 有是佳兒、令孫。 旣薦禋於閟宮, 遂頒綸於率土。 乾坤之化至廣, 與品物而同亨, 雷雨之澤旁流, 囿遠邇而普洽。 自本月十三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漢室磐石之固, 誕膺昌期, 周家本支之繁, 載迓景祿。 故玆敎示, 想宜知悉。 【藝文提學李天輔製進。】
- 【태백산사고본】 54책 73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02면
- 【분류】왕실(王室) / 사법(司法) / 어문학(語文學)
- [註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