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관 한원진이 상서하여, 병세 등 형편을 아뢰다
경연관(經筵官) 한원진(韓元震)이 상서하기를,
"삼가 소지(召旨)를 내리시어 신으로 하여금 행재소(行在所)로 오게 하시어 감히 잘못된 은혜를 거두어 주시기를 바랐었는데, 성비(聖批)를 받고 보니, 도리어 신이 죽기에 이르러 위태롭고 괴로운 말씀으로 마치 질병을 핑계하여 으레 사양하는 것처럼 되어 신은 어색하고 두려워 몸을 둘 곳이 없습니다. 대개 신의 나이가 장차 70이 차서 등이 굽고 눈이 어두워서 오랫동안 문밖 출입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찬바람을 무릅쓰고 말을 타느라 덧나서 본래의 병에 별도의 증세가 더 보태져 가까운 산가(山家) 초가집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그런데 여창(旅窓)에서 죽도록 외쳐도 떠메여 돌아갈 길이 끊어져 장차 여사(旅舍)에서 죽는 것을 면치 못해 돌아가지 못하는 넋이 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의 뜻은 이를 한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로는 다시 천안(天顔)을 우러르지 못하고 아래로는 저하(邸下)에게 충성을 바치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스러워 저승에서도 영원히 슬퍼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틈이 나기를 기다려 올라와 나의 미치지 못함을 도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72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383면
- 【분류】정론(政論)
○壬午/經筵官韓元震上書言:
伏蒙召旨, 使臣來詣行在, 敢入文字, 冀收誤恩, 及承聖批, 反以臣垂死危苦之言, 有若托疾而例讓者, 臣抑塞戰掉, 措躬無所也。 蓋臣犬馬之齒將滿七十, 癃廢昏涔, 久不出戶外, 而猝冒風寒, 鞍馬撼頓, 舊病之中, 又添別症, 咫尺山家, 衡茅在眼。 而叫死旅窓, 望絶舁還, 將不免淹死旅次, 作一未歸之魂。 而臣意則不以此爲恨, 只以上無以復瞻天顔, 下無以效忠邸下, 爲沒身之恨, 而九原之下, 永有餘悲也。
答曰: "俟間上來, 補我不逮。"
- 【태백산사고본】 53책 72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3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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