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 회권을 행하고, 양역의 감필에 대하여 논의하다.
관각(館閣)113) 에 명하여 한림(翰林)의 회권(會圈)을 하게 하여 박정원(朴正源)·이의로(李宜老)·김시묵(金時默)·이헌묵(李憲默) 등 4인을 뽑았다. 임금이 회권한 대신을 소견하고 말하기를,
"뽑힌 사람이 너무 적으니, 자못 널리 취하는 뜻이 없어졌다."
하니, 영의정 조현명(趙顯命)이 말하기를,
"신 등도 널리 취하려 하였으나, 각자의 권점이 흩어지니 자연히 이렇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간소하고 엄정하면 폐단은 없는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1필을 감한 것을 여러 신하들은 큰 혜택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나는 전부를 감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항상 서운하다."
하매, 조 현명이 말하기를,
"비록 2필을 다 감하였다 해도 금위영과 어영청의 상번은 폐할 수 없고 상번군이 있으면 자장보(資裝保)114) 는 자연히 1필로 하여야 하니, 2필을 다 감해주고 다시 1필의 응역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반절을 감해 주고 1필만 남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경의 말을 들으니, 나의 마음이 풀린다."
하였다.
사신(史臣)은 말한다. "대신의 임금 속임이 참으로 심하도다. 호포·결포·어염세를 막론하고 이것으로 보포(保布)를 받는 것을 대신하려 하였다면 어찌 유독 상번군에만 급대(給代)하지 않고 신포(身布)의 보를 따로 정할 수 있겠는가? 말을 잘 꾸며 임금의 마음을 편안케 하여 자기 욕심을 이루려고 즐겨 이러한 투령(偸鈴)115) 의 습관을 하니, 슬프도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7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371면
- 【분류】인사(人事) / 군사(軍事) / 역사(歷史)
- [註 113]관각(館閣) : 홍문관과 예문관.
- [註 114]
자장보(資裝保) : 어영청에 딸린 군보(軍保)의 하나.- [註 115]
투령(偸鈴) : 엄이 투령(掩耳偸鈴). 곧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나쁜 짓을 행하고 남의 비난하는 말을 듣기 싫어서 자기의 귀를 막아도 아무 소용이 없음의 비유. 엄이 도령(掩耳盜鈴)·엄이 도종(掩耳盜鍾)과 같은 말임.○庚寅/命館閣會圈翰林, 取朴正源、李宜老、金時默、李憲默等四人。 上召見會圈大臣曰: "被選太少, 殊無廣取之意。" 領議政趙顯命曰: "臣等亦欲廣取, 而各自散點, 自爾至此。 大抵簡嚴則無弊矣。" 上曰: "減一疋, 諸臣雖云大惠, 予以不得全減, 心常歉然矣。" 顯命曰: "雖盡減二疋, 禁、御兩營上番不可廢, 旣有上番軍, 則資裝保自然爲一疋, 與其盡減二疋, 而復爲一疋之役, 無寧只許減半而仍存一疋也。" 上曰: "今聞卿言, 予心釋然。"
【史臣曰: 甚矣! 大臣之欺君也! 毋論戶、結、魚鹽, 欲以此代保布之捧, 則奚獨於上番軍不可給代, 而別定身布之保耶? 欲善其言, 安上心, 以濟其所欲, 而甘爲此偸鈴之習, 悲夫!】
- 【태백산사고본】 53책 7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371면
- 【분류】인사(人事) / 군사(軍事) / 역사(歷史)
- [註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