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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68권, 영조 24년 12월 25일 을사 7번째기사 1748년 청 건륭(乾隆) 13년

좌참찬 원경하가 붕당에 대해 상소하다

좌참찬 원경하(元景夏)가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예로부터 붕당(朋黨)은 탐장(貪贓)을 조사하여 다스리는 옥사(獄事)에서 격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명(明)나라의 동림(東林)205)웅정필(熊廷弼)에게서 그 화(禍)가 빚어졌고, 우리 나라의 동인(東人)·서인(西人)은 이수(李銖)에게서 양쪽이 뒤섞여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대저 양좌(楊左)206)삼윤(三尹)207) 은 진실로 일대(一代)의 중망(重望)을 받았습니다만, 은(銀)을 뇌물로 주고 쌀을 선물로 보낸 것은 실로 백세(百世)의 의안(疑案)이 되어 있습니다. 당시에 옥사(獄事)를 더없이 다그쳤으나 탐장을 징계하지 못한 채 피만 낭자하게 흐르게 되었으므로 지금까지도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정승의 차자는 아무 문서(文書)가 현착(現捉)되는 즈음에 올린 것이 아닌데 그 좌권(左券)이 이제 이미 어디 있습니까? 국수(鞫囚)를 구핵(鉤覈)하게 되면 연좌(連坐)되는 상황이 만연될 우려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이 세 번 호치당(胡致堂)208) 의 논의를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담벽을 따라 돌며 걱정하고 탄식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동의금 조재호(趙載浩)에게 하문하니, 대답하기를,

"인유(引諭)가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누가 이복해(李福海)의 당여가 되려 하기를 양좌(楊左)인 삼윤(三尹) 때처럼 하려 하겠습니까? 원경하가 곁에 있어 신이 일마다 열거하여 거론한다면 그가 감히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의견은 아름다우나 비유(比諭)는 핍근하지 못하다는 내용으로 비답하였다. 조재호가 이어 나아가 말하기를,

"삼대(三代) 때 성인(聖人)들은 용사(龍蛇)와 호표(虎豹)에 대해 모두 구처(區處)한 바가 있어 백성들에게 화(禍)를 입히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단지 용사와 호표를 다 제거할 수 없다는 의리만 알고 계실 뿐, 실로 구처하는 요점은 파악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대저 용사와 호표에 대해 그 굴을 충동하여 잠을 깨워 구내(區內)가 소요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만, 그 형적이 이미 드러난 경우에는 반드시 죽여서 종자를 남기게 하지 말아야만이 이에 그들이 몰려와서 사람을 잡아먹는 걱정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권집(權䌖)에 이르러서는 어떠한 요역(妖逆)인데, 일종(一種)의 사람들은 권집을 역적이라 하지 않고는 도리어 용사와 호표를 불러들여 조정에 벌려 세우려 하고 있으니, 신은 성명(聖明)께서 정밀하게 살피시기를 바랍니다. 신의 이 말은 남을 저지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무런 탈이 없는 사람이라면 동서 남북(東西南北)을 막론하고 모두 대화(大化) 가운데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요점이 되는 방법은 단지 그 자신의 원기(元氣)를 충만시키게 할 뿐이니, 그렇게 하면 사기(邪氣)가 저절로 간범(干犯)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조재호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하고, 이어 되풀이하여 이야기하면서 효고(曉鼓)가 울려서야 파하였다. 조재호는 본디 소론(少論)으로서 탕평(蕩平)을 주장했기 때문에 용사와 호표는 소론 가운데 준론(峻論)을 주장하는 자들을 가리킨 것이고, 원기는 탕평을 주장하는 당(黨)을 가리킨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68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322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 [註 205]
    동림(東林) : 명(明)나라 신종(神宗) 때 동림 서원(東林書院)을 근거지로 고헌성(顧憲成)·고반룡(顧攀龍)이 주동이 되어 학문과 시사(時事)를 변론하면서부터 형성된 파당(派黨)인데, 뒤에 환관(宦官) 위충현(魏忠賢)의 반격으로 많은 살육(殺戮)을 당하였음.
  • [註 206]
    양좌(楊左) : 명나라 희종(熹宗)의 신하 양연(揚漣). 좌부도어사(左副都御史)가 되어 환관인 위충현(魏忠賢)을 탄핵하다가 하옥되어 죽었음.
  • [註 207]
    삼윤(三尹) : 윤두수(尹斗壽), 윤근수(尹根壽), 윤현(尹晛).
  • [註 208]
    호치당(胡致堂) : 치당은 송나라 학자 호인(胡寅)의 호.

○左參贊元景夏上疏, 略曰:

自古朋黨, 多激按贓之獄。 皇東林釀禍於熊廷弼, 我朝東、西酣戰於李銖。 夫楊左、三尹, 固一代之重望, 賄銀饋米, 實百世之疑案。 當時鍛獄, 未能懲貪, 而玄黃之血, 至今傷心。 日昨相箚, 未上於某書現捉之際, 而左券今已烏有? 鞫囚鉤覈, 無乃有株連蔓引之慮乎? 臣三復胡致堂之論, 而繞壁憂歎也。

上以問同義禁趙載浩, 對曰: "引諭失當。 孰肯爲福海之黨, 如楊左、三尹之時乎? 使景夏在傍, 而臣若事事臚責, 則渠不敢一言矣。" 上以意雖美矣, 比喩不襯爲批。 載浩仍進曰: "三代聖人, 於龍蛇、虎豹, 皆有所區處, 不使之禍齊民矣。 今殿下但知龍蛇、虎豹不可盡除之義, 而實不得區處之要。 凡龍蛇、虎豹, 雖不得衝其窟而撼其睡, 以致繹騷區內, 而若其形迹之旣發者, 必殺之磔之, 無俾遺種, 乃可免相率食人之患。 至如權䌖何等妖逆, 而一種之人不以爲逆, 反欲招引龍蛇、虎豹, 列之朝廷, 臣願聖明精察之。 臣之此言, 非欲以枳塞人也。 若無故者, 則無論東西南北, 皆不可不納於大化之中。 而然其要道, 但使之充吾元氣而已, 邪氣自不能干矣。" 上曰: "非趙載浩, 予安得聞此言?" 仍娓娓至曉鼓乃罷。 載浩本少論, 而主蕩平, 故龍蛇、虎豹指少論之峻也, 元氣指蕩平之黨也。


  • 【태백산사고본】 51책 68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322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