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권혜를 친국하다
임금이 친국(親鞫)하였다. 다시 권혜를 신문하니, 권혜가 공초하기를,
"신이 스스로 한 일이거나 다른 사람의 지휘를 받고서 했다면 어찌 직고(直告)하지 않겠습니까? 풀이 마르거나 젖은 것이 신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신이 기필코 말라있었다는 것으로 주달겠습니까? 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합니다."
하였다. 세분(世分)을 풀어주라고 명하였다. 지평 안극효(安克孝)가 말하기를,
"세분을 풀어주라는 명이 있었는데, 국체(國體)로써 논한다면 곧바로 풀어주는 것은 불가합니다. 그리고 풀이 마르고 마르지 않은 것과 빛깔이 푸르고 푸르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신문해야 할 단서가 있으니, 구류(拘留)시켜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하고, 헌납 이응협(李應協)은 말하기를,
"세분에게는 아직 신문해야 할 단서가 있으니, 곧바로 풀어주어서는 안됩니다. 구류시켜야 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왕자(王者)가 이미 풀어주고 나서 어떻게 다시 구류시킬 수 있겠는가? 내가 권집을 참작하여 처리했다면 대신(臺臣)이 간쟁하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원경하(元景夏)가 말하기를,
"이번의 옥사(獄事)는 매우 요악(妖惡)스러운 것입니다. 명(明)나라 때 초국(楚國)의 요서(妖書)에 대한 옥사(獄事)가 있었으니 《명사(明史)》를 들여오게 하여 열람해 보시고 조처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하였다. 김재로가 말하기를,
"국가에 관계되는 일을 어떻게 경솔하게 혼자서 주달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원경하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경솔히 말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였다. 다시 권집을 신문하니, 권집의 공초는 전과 같았다. 임금이 신문할 것인지의 당부(當否)에 대해 하문하니, 조현명(趙顯命)이 말하기를,
"익명서의 경우는 친국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만, 세 조항의 설문(設問)은 이것이 바로 흉역(凶逆)입니다. 그리고 이는 혼자서 한 일이 아니고 반드시 지휘한 사람이 있을 것이니, 신문해야 합니다."
하였는데, 여러 신하들의 의논도 모두 같았다. 원경하가 말하기를,
"신이 처음 상세히 하고 신중히 할 것으로 앙달했었습니다만, 지금은 신문하는 이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습니다. 풀이 말랐었는지의 여부가 가장 긴요한 관건인 것이고 세 조항으로 설문한 것은 매우 음참(陰慘)스러운 것이니, 신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신(大臣)은 역적이라고 했습니다만, 신은 끝까지 추구하여 실정을 알아낸 뒤에야 바야흐로 역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하니 김재로가 말하기를,
"세 조항으로 설문한 것이 역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하였다. 죄인을 금부에 내리라고 명하고 친국을 우선 파하였다. 권집은 그대로 가두어 결말이 나기를 기다리게 하고, 권혜는 내일 아침 본부(本部)에서 가형(加刑)하여 정직하게 공초할 경우 친문(親問)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68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315면
- 【분류】사법(司法) / 변란(變亂)
○己巳/上親鞫。 更問嵆, 嵆供: "臣若自辦, 或有他人指揮, 則何不直告乎? 糊之乾濕, 何關於臣, 而必以乾爲達乎? 不過從所見。" 命放世分。 持平安克孝曰: "世分有放送之命, 而論以鞫體, 不可直放。 且糊之乾不乾, 與靑不靑, 猶有更問之端, 拘留以待似宜。" 獻納李應協曰: "世分猶有可問之端, 不可直放。 拘留可也。" 上曰: "王者旣放之後, 復何拘留也? 予若酌處權䌖, 則臺臣爭之可矣。" 元景夏曰: "今番獄事, 極其妖惡。 而皇明有楚國妖書之獄, 入覽《明史》而處之。" 上曰: "卿言是矣。" 金在魯曰: "關係國家之事, 豈可輕易獨達乎?" 景夏曰: "然則輕易爲之矣。" 更問權䌖, 䌖供如前。 上詢訊問當否, 趙顯命曰: "匿名書則非親鞫之事也, 三條設問, 是乃凶逆。 且非渠獨辦, 必有指揮之人, 訊問宜矣。" 諸臣議皆同。 元景夏曰: "臣初以審愼仰達矣, 今則訊問之外, 他無可言。 糊乾與否, 最爲緊關, 三條設問, 極爲陰慘, 不可不問。 而大臣雖以爲逆, 臣則以爲究竟得情, 然後方謂之逆矣。" 在魯曰: "三條設問, 非逆而何?" 命罪人下府, 親鞫姑罷。 權䌖仍囚, 以待決末, 權嵆待朝自本府加刑, 若直招, 當親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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