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비국 당상을 환경전에서 인견하니, 민응수가 동조의 칭경과 언로를 개진을 아뢰다
임금이 대신과 비국 당상을 환경전(歡慶展)에서 인견하였다. 좌의정 정석오(鄭錫五)·우의정 민응수(閔應洙)가 동조(東朝)의 칭경(稱慶) 문제를 거듭 청하고, 또 영상이 입조하기를 기다려서 일제히 계정할 것을 말하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임금이 민응수가 막 상신이 되었다 하여, 집정에 잘 협찬할 것을 면려하니, 민응수가 이에 사례하며 말하기를,
"신이 이미 외람되이 이 직임을 맡은 이상, 어찌 추거(推車)의 의리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마는, 그러나 사람의 견해란 각기 다른 법이고 또 구차하게 일치시킬 필요도 없으므로, 오직 소견대로 개진할 따름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묻기를,
"근일 조정의 기상을 두고 어떤 이는 지난날보다 낫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자, 대답하기를,
"아닙니다. 전하께서 신축년·임인년의 참혹한 살육에 덴 나머지 조정(調停)하고 보합하는 방도로 대처하시어, 수십 년 이래 조정이 조금 안정된 점은 약간의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근원을 구명하지 않고 그 효과만을 성급하게 기대한 나머지, 시비를 양쪽으로 두고 구차하게 미봉하기에만 힘씀으로 해서 사대부들의 기풍이 여지 없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당쟁은 오히려 의리로 겨루었으나, 오늘날은 오직 사사로운 이해 관계만을 중시하고 문호를 나누고 갈라서 제각기 편당을 만들고 있으니, 신이 보기로는 더 나아진 점을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이미 그 폐단을 진달하였으니, 이를 바로잡을 술법을 다시 말할 수 있겠는가?"
하니, 민응수가 말하기를,
"언로를 여는 것보다 더 좋은 술법은 없습니다. 오늘날 대저 안으로는 묘당·전지(銓地)와 밖으로는 감사·수령이 모두가 구차스러운 생각만을 품고 거리끼는 바가 없는 것은 오로지 언로가 막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말이란 이것저것 올리다 보면 참으로 함부로 떠들어대는 무리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진정시켜 가면 끝내는 저절로 일어났다가 저절로 없어지는 법입니다. 어찌 함부로 떠들어댄다는 이유로 그만 끊어 버릴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언로를 막아 버렸다가 나라를 망친 경우는 많아도, 언로를 너무 터 놓았다가 함부로 떠들어대는 것을 견대지 못하여 위기에 이르렀다는 경우는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64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23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
○上引見大臣、備堂于歡慶殿。 左議政鄭錫五、右議政閔應洙更申東朝稱慶之請, 且言俟領相造朝齊請, 上可之。 上以應洙初拜相, 勉以協贊調劑, 應洙辭謝, 乃曰: "臣旣冒膺是任, 豈不念推車之義, 而人見各殊, 亦不必苟同, 惟當各陳所見而已。" 上又問: "近日朝象, 或言其勝於向時, 果然否乎?" 對曰: "未也。 殿下懲辛、壬斬伐之禍, 御之以調停保合之道, 數十年來, 朝著粗靖, 此其略效也。 然惟不究其源, 而徑責其效, 兩置是非, 苟務彌縫, 於是士大夫風節, 銷鑠無餘。 昔之黨猶義理之爭, 今也惟私利害是視, 分門割戶, 人各爲黨, 以臣觀之, 殊不知其有勝也。" 上曰: "卿旣陳其弊矣, 復言救之之術可乎?" 應洙曰: "莫如開言路。 今夫內而廟堂銓地, 外而監司、守令, 擧懷苟且, 靡所顧忌者, 專由於言路之杜絶。 言者雜進, 誠不無浮囂之徒。 然靜而鎭之, 終當自起而自滅。 奈何以此而遂絶之? 自古言路杜絶, 亡國多矣, 而未聞有過開言路, 不勝浮囂而至於危亂者也。"
- 【태백산사고본】 47책 64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23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