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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64권, 영조 22년 9월 1일 갑오 1번째기사 1746년 청 건륭(乾隆) 11년

왕세자가 시좌한 환경전에 나아가 궁관 이형만 등을 불러 《자성편》을 강론하게 하다

임금이 환경전(歡慶殿)에 나아가니, 왕세자가 시좌(侍坐)하였다. 궁관(宮官) 이형만(李衡萬) 등을 불러 《자성편(自省編)》을 강론케 하였는데, ‘허물 듣는 것을 부끄러워한다.[恥聞過]’는 구절에 이르러 임금이 세자에게 말하기를,

"내가 혹시 허물이 있어서 너에게 말하기를 부끄러워한다면 이것이 허물 듣기를 부끄러워하는 일이요, 오늘의 글뜻을 네가 혹시 알지 못하고서 궁관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한다면, 이것 역시 허물 듣기를 부끄러워하는 일이니라. 예전에 문묘(文廟)께서 동궁으로 계실 적에는 성삼문(成三問)의 자(字)를 부르며 달 밝은 밤이면 친히 직소(直所)로 가서 그와 더불어 강론을 하였으니, 이는 본받아야 할 일이다. 사석에서 글을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곳이 있을 경우, 어찌 중관(中官)에게 묻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하였는데, 이형만이 말하기를,

"정자(程子)가 강관(講官)이 되었을 적에 임금에게 말하기를, ‘인주(人主)가 하루 동안에 어진 사대부를 접할 적이 많고 환관·궁첩을 가까이할 때가 적으면 기질이 함양되어 덕성이 훈도(薰陶)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저하(邸下)께서는 지금 어리신 나이로 막 덕성을 함양할 시기이니, 바로 궁료(宮僚)를 친근히 할 때입니다. 무릇 물으실 만한 것이 있으면 궁료에게 물어 보시고, 궁료가 적합한 사람이 아닐 것 같으면 물리치셔도 됩니다. 지금 성상께서 ‘어찌 중관에게 묻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라는 하교를 하시니, 신은 그윽이 개연스럽습니다. 예전에 명나라 태조는 내시들에게 글을 읽거나 글자를 익히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이것이 성군(聖君)의 심원한 생각입니다."

하니, 임금이 척연(惕然)히 일어나 앉아서 말하기를,

"진달한 말은 옳은 말이다. 일에 따라 진계(進戒)를 하니, 내가 가상히 여기노라."

하고, 특별히 숙마(熟馬) 한 필을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64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221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왕실-궁관(宮官) /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

○朔甲午/上御歡慶殿, 王世子侍坐。 命召宮官李衡萬等, 講論《自省編》, 至恥聞過之句, 上謂世子曰: "予或有過而恥言於汝, 則是恥聞過也, 今日文義, 汝或不知, 而恥問於宮官, 亦恥聞過也。 昔文廟在東宮時, 字呼成三問, 而月夜親往直所, 與之講論, 此可師法也。 私讀時, 有不解處, 何不問於中官耶?" 衡萬曰: "程子爲講官, 言于君曰, ‘人主一日之間, 接賢士大夫時多, 親宦官、宮妾時少, 則可以涵養氣質而薰陶德性。’ 我邸下方在沖年, 養德之時, 正宜親近宮僚。 凡有可問, 宜問於宮僚, 宮僚如非其人, 則斥退之可也。 而今聖上以 ‘何不問於中官’ 爲敎, 臣竊慨然也。 昔皇 太祖勅內寺勿令讀書習字, 此乃聖君深遠之慮也。" 上惕然起坐曰: "所達是矣。 隨事進戒, 予庸嘉之。" 特賜熟馬一匹。


  • 【태백산사고본】 47책 64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221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왕실-궁관(宮官) /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