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직한 승지와 유신들을 경현당에 불러서 어용(御容) 두 폭을 내어 보이다
임금이 입직한 승지와 유신들을 경현당(景賢堂)에 불러서 어용(御容) 두 폭을 내어 보이고 말하기를,
"지금이 화상(畫像)을 여러 신하들에게 내어 보이는 것은 이것을 구경시켜려는 것이 아니라, 후일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 화상을 보고 길이 《대훈(大訓)》의 뜻을 따르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속대전(續大典)》·《속오례의(續五禮儀)》와 《대훈》이 모두 완성되었으니, 내 나이가 비록 늙었다고 하더라도 나의 일은 끝난 것이다."
하였다. 수찬 조명정(趙明鼎)이 말하기를,
"어용을 우러러보니, 아랫수염과 머리털이 전과 다릅니다. 옛날에 주부자(朱夫子)가 말하기를, ‘천안(天顔)도 또한 옛날과는 다른 것을 깨달았는데,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아니하니, 원컨대 성덕(聖德)을 날로 새롭게 하여 신으로 하여금 옛날의 묵은 걱정을 잊어 버리도록 하소서.’라고 하였으니, 신도 또한 이 말을 진언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유신(儒臣)이 주자(朱子)의 말씀을 가지고 우러 아뢰니, 체모를 얻었다고 하겠다."
하고, 이어서 하교하기를,
"영정의 그림이 완성되어 《선원보략(璿源譜略)》에 이미 실었는데, 연중에서 일찍이 이 한 본(本)을 마땅히 강화[沁都]의 옛날 장녕전(長寧殿)에 봉안하라고 유시하였으니, 의조(儀曹)로 하여금 봄철까지 기다렸다가 봉안하게 하되 모든 절차는 왕년에 비하여 조금 줄이어 나의 감히 옛날과 비교하지 않으려는 뜻을 보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60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164면
- 【분류】왕실(王室) / 예술(藝術)
○上召入直承旨、儒臣于景賢堂, 出示御容二幅曰: "今此畫像, 出示諸臣者, 非爲觀瞻也, 欲使日後見此畫像, 永遵大訓之意也。 《續大典》、《續五禮》、大訓皆成, 予年雖老, 吾事畢矣。" 修撰趙明鼎曰: "仰瞻御容, 鬚髮異前。 昔朱夫子曰, ‘天顔亦覺非昔時矣, 日月如川, 一往不復。 願日新聖德, 使臣忘宿昔之憂’, 臣亦以此語進焉。" 上曰: "儒臣以朱子語仰達, 可謂得體矣。" 仍敎曰: "影子圖成, 譜略已載, 筵中曾諭一本, 當奉于沁都舊長寧殿, 令儀曹待春奉安, 凡節比昔年稍省, 以示予不敢比昔之意。"
- 【태백산사고본】 45책 60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16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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